한인들 ‘한국 여름방학’ 스트레스 “거절했단 사이가... 받자니 고민”

“우리 애좀 부탁해” 토론토 40대 주부 김모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한국에 살고 있는 시누이가 “여름방학 때 애들을 보낼 테니 잘 부탁한다”는 통보 아닌 통보를 해왔기 때문. 조카들이 도착할 날짜가 다가올수록 커져가는 부담 때문에 최근에는 잠까지 설치고 있다는 김씨는 “올해로 3년째다. 매년 여름방학 때면 초등학생 조카들이 토론토에 오는 게 연례행사가 돼버렸다”며 한숨을 지었다. 비즈니스를 하고 있어서 하루 종일 조카들에게만 매달려 있기가 어려운 형편이라는 그는 “지난여름에도 쉬지도 못하고 장사도 안 되는데 헬퍼까지 쓰며 여행을 다녀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어려운 시댁식구라 거절할 수도 없어 여름이 오는 게 스트레스”라고 하소연했다. 한국의 방학철을 맞아 한국에서 손님들이 직접 찾아오거나 영어연수·여행 등의 목적으로 아이들을 보낼 테니 잘 돌봐달라고 부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빡빡한 이민생활에서 단기간이라곤 하지만 챙겨야 할 식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모(45)씨도 “사촌언니가 중학생 딸을 유학보내기 전에 토론토 사정도 알아볼 겸 잠시 보내고 싶다고 하는데 은근히 내가 맡아주길 바라는 눈치”라며 “한국에 사는 친척들은 여기 사정을 모르기 때문에 ‘길어야 한두 달’ 식으로 너무나 쉽게 이야기를 꺼내 난감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 다른 이모(51)씨는 “10년 이상 거래해온 한국의 지인이 모르는 사람에게 아이를 맡기려니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면서 3주 정도 집에 머물 수 없겠냐고 물어왔다”며 “싫다고 할 수도 없는 데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관계가 틀어질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자들은 물론, 장기유학생들도 비슷한 고충을 겪고 있다. 토론토대 4학년 정모군은 “작년에 한국에서 친구가 방학동안 영어연수도 할 겸 방문해 함께 아파트에 살았다. 처음엔 오랜만에 보는 친구라 반가워 여기저기 데려다 주기도 했지만 빠듯한 학업일정과 시험 등으로 잠시 신경을 못써줬더니 금세 섭섭해 하더라”며 “더 황당한 것은 나중엔 자신이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학교·학원 교통편까지 해결해달라고 요구했다. 친구가 아니라 ‘짐’ 같았다. 3개월 만에 돌아갔는데 속이 다 시원하더라. 이후 사이도 오히려 소원해졌다”고 전했다. 이러한 문제는 대부분 현지사정에 어두운 데서 비롯된 ‘입장차이’가 원인이다. 이와 관련 토론토에서 유학·이민이야기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한 네티즌은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 무리한 부탁은 자제할 것 ◆생활환경이 다른 것을 인정하고 상대환경에 대한 비하를 삼갈 것 ◆1~2개월 방문으로 영어가 늘 것이란 기대를 버릴 것 ◆사전에 아이와 어떤 것을 할 계획 인지를 부모에게 알리고 경비 등도 알려줄 것 등을 조언했다. (캐나다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