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은 60세, 노인은 70세?”… 10년 복지 공백 한국, ‘정년 폐지’로 돌파구 찾은 캐나다

서울시의회, 70세 이상 버스 교통비 지원 조례안 통과시키며 무임승차 기준 연령을 기존 65세에서 70세로 전격 상향 조정
현행 60세 법정 정년과 70세 노인 기준 격차 확대로 은퇴 후 최대 10년간의 치명적인 ‘소득·복지 공백’
캐나다는 65세 복지 기준선을 고수하고 법정 정년 제도를 완전히 폐지하여 수급권과 노동권을 동시에 보장하며 공백 차단

대한민국에서 ‘노인=65세’로 통용되던 해묵은 기준이 45년 만에 거대한 변화의 기로에 섰다. 최근 서울시의회가 고령층 무임승차 기준 연령을 상향하는 조례안을 통과시키면서, 교통 분야를 시작으로 한국 사회 전반의 복지 마지노선이었던 ‘법정 노인 연령’을 올려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수면 위로 가시화됐다. 그러나 초고령화에 따른 지자체의 재정 파산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찬성론 뒤편에는, 은퇴 후 국가 복지 혜택을 받기까지 최대 10년간 소득이 완전히 끊겨버리는 무서운 ‘소득·복지 절벽’에 대한 서민들의 공포가 짙게 깔리고 있다.

서울시 버스·지하철 무임승차 70세로… 대구 이어 메가시티중심 연령 상향 본격화

서울시의회는 본회의를 열고 시내 거주 70세 이상 고령층에게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교통비를 지원하는 ‘서울시 어르신 교통비 지원 조례안’을 최종 가결했다. 이번 조례의 핵심은 그동안 지하철에만 한정됐던 교통 복지를 버스까지 넓혀주는 대신, 재정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무임승차 기준 연령 자체를 기존 65세에서 70세로 5세 높인 점이다. 이보다 앞서 대구광역시가 이미 2024년부터 무임 연령을 매년 1세씩 상향해 오는 2028년까지 70세로 맞추는 로드맵을 가동한 데 이어, 수도 서울까지 이 대열에 합류하면서 노인 기준 상향 논의는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질 전망이다.

이처럼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 때문이다. 노인복지법이 처음 제정된 1981년 당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60대 후반에 불과했으나, 2026년 현재는 무려 84.7세에 달한다. 게다가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국민들이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노인의 시작점은 이미 평균 71.6세로 올라섰으며, 65세 이상 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40%를 돌파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의 핵심으로 진입하면서 건강과 경제력을 모두 갖춘 ‘젊은 노인’들이 대거 늘어난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정년 연장 없는 연령 상향은 ‘고령 빈곤’의 길… 10년 복지 공백의 현실

국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켜진 빨간불에 대응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최근 ‘2026 한국경제보고서’를 통해 오는 2035년까지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8세로 늦추라는 강도 높은 연금 개혁안을 권고한 바 있다. 정부가 연금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며 고갈 시점을 2060년대 중반으로 잠시 미뤄두었지만, 구조적 수급 연령 조정 없이는 장기적인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이다.

문제는 복지 기준 연령만 덜컥 올렸을 때 찾아올 사회적 부작용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의 법정 정년은 여전히 60세에 멈춰 있다. 이 상황에서 지하철 무임승차를 비롯해 기초연금, 국민연금, 장기요양보험 등 각종 사회보장 혜택의 기준선만 70세로 일괄 상향되면, 직장에서 퇴직한 뒤 국가 복지망에 편입될 때까지 무려 ’10년 동안의 소득 및 복지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 직장도 없고 연금도 나오지 않는 이 잔인한 공백기는 가뜩이나 OECD 최고 수준인 한국의 노인 빈곤율을 최악의 파국으로 몰고 갈 위험성이 농후하다.

캐나다의 해법, ’65세 복지선 수호’와 ‘법정 정년 전면 폐지’의 시너지

한국 사회가 이처럼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고령화 선진국인 캐나다의 대응 방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캐나다는 노인 연령 상향이 가져올 취약계층의 치명적인 빈곤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65세 복지 기준선을 철저히 수호하는 한편, 인위적인 법정 정년 제도를 과감히 철폐함으로써 한국과 같은 구조적인 소득 공백 리스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현재 캐나다 연방정부와 온타리오주 등 각 주정부는 각종 경로우대 혜택과 사회보장 제도의 법정 노인 기준 연령을 65세로 통일해 운영 중이다. 캐나다 복지망의 핵심 축인 연방 국민연금(CPP)과 국가가 일반 재정으로 지급하는 노령보장연금(OAS) 및 저소득층 보조금(GIS)의 정상 수급 개시 연령은 모두 65세에 맞춰져 있다.

과거 캐나다 역시 재정 고갈을 막기 위해 연금 수급 연령을 67세로 올리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은퇴 후 연금 수령이 2년 늦춰질 경우 저소득층 고령자들의 생계가 곧바로 파탄 난다는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2015년 집권한 자유당 정부는 사회적 약자의 소득·복지 공백을 방치할 수 없다며 이를 전격 철회하고 65세 기준을 고수해 오고 있다.

특히 캐나다가 65세 노인 기준을 유지하면서도 재정 위기에 대응하는 비결은 ‘법정 정년 퇴직 제도의 폐지’에 있다. 캐나다는 인권법(Human Rights Act)에 의거해 나이를 이유로 고용을 차별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업이 근로자에게 특정 나이가 되었다고 퇴직을 강제하는 정년 제도가 거의 사라졌다. 결과적으로 캐나다의 시니어들은 65세가 되어 연금과 복지 혜택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상태에서도 본인의 건강과 의사에 따라 노동 시장에 남아 계속 소득을 올릴 수 있다. 한국이 법정 정년(60세)과 노인 기준(70세 예정)의 격차로 인해 10년의 절벽 기간이 생기는 것과 달리, 캐나다는 복지 수급권(65세)과 노동 지속권이 촘촘하게 맞물려 고령층의 연착륙을 돕고 있다는 점에서 인구 절벽에 마주한 한국 정부에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토론토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