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말까지 단계적용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권 없이도 출생증명서나 운전면허증만으로 손쉽게 미국을 오갈 수 있었던 캐나다인들이 머잖아 이같은 특권을 박탈당할 것으로 보인다.
미 행정부는 5일 중으로 지난해 말 조지 부시 대통령이 서명한 법안에 따라 국토안보부가 마련한 ‘서반구여행 이니셔티브’의 세부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새 규정은 미국·캐나다 시민권자를 비롯한 모든 입국자들로 하여금 의무적으로 여권이나 기타 적절한 신분증 및 시민권 서류를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캐나다인들의 경우 새 규정이 내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적용돼 당분간은 여권 없이도 미국 입국이 허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은 이에 앞서 운전면허나 출생증명서 외에 별도의 신원증명서류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레이저비자’로 불리는 국경통과카드도 고려되고 있다. 삽입된 생체정보를 통해 소지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이 카드는 멕시코 국경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도입된 ‘정보개혁·테러예방법’에 따른 미국정부의 보안강화 조치는 연간 수백만명이 넘는 양국 여행객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강한 비판을 받아왔다. 새 법은 늦어도 2008년 1월1일부터는 미국시민권자들도 재입국시 여권이나 기타 신원서류를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은 또한 캐나다인을 포함, 지금까지 여권 제시의무가 면제돼왔던 국민들에 대해서도 바뀐 규정을 적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캐·미비즈니스평의회(CABC) 고문이자 미 하원의원을 지낸 존 라팔스씨는 “양국의 전통적 관계와 인적교류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그러나 이미 많은 수출입업체들이 저위험군 상용여행자를 대상으로 하는 ‘넥서스’ 프로그램에 가입돼 신속통관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신원확인 규정강화가 양국간의 통상에까지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 들어 양국의 저명한 학계·재계인사들은 공동으로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보안강화 조치가 원활한 인적·물적소통을 방해함으로써 특히 접경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부시행정부는 지난해 여름 ‘9·11위원회’의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여행서류 규정의 강화를 추진해왔다. 이 보고서는 “양국민들은 현재 신원확인이 거의 없이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며 미국과 캐나다 시민권자 모두 입국시 생체정보가 담긴 여권을 소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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