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전문가에게 듣는다 CI인베스트먼츠 신윤재씨

“고객이 원하는 것 제대로 파악해야” 일하면서도 공부하는 자세 중요 어릴 때부터 배운 불어 큰 도움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이 변변치 않아 전공을 바꾸거나 파트타임 직장으로 연명하는 학생들이 많은 요즘이다. 더군다나 자신이 원하는 직장을 얻기란 더더욱 힘들다. 한인을 포함한 다수의 학생들은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금융·재정 관련 직업을 꿈꾸고 있다. 이들이 목표로 하는 시내 금융계의 실황은 어떨까.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의 입에서 듣는 경험담만큼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없다. 본보는 지난해 12월 다운타운 CI인베스트먼츠의 자산(Multi-Asset)포트폴리오 관리 부사장(vice-president)으로 활동하는 신윤재(37)씨를 만나 그의 업무와 학교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취업 조언을 들어봤다. *업무에 대해 말해 달라. -뮤추얼펀드컴퍼니의 자산포트폴리오 관리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주 업무는 자산 배분과 통화(currency), 리스크 관리다. 팀과 함께 개인과 가족, 투자자 및 기관들을 위해 330억 달러 상당의 자산을 관리한다. 내 일은 누군가를 부유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투자를 키우고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포트폴리오에 100% 리턴을 원한다면 카지노에 가서 큰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내 임무는 포트폴리오의 가치는 높이되 리스크를 줄이는 것, 거액을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자산을 지켜주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하루에 몇 시간이나 일하나? -일반적인 근무시간은 오전 8시30분에서 오후 5시30분까지다. 이 시간엔 사무실에서 업무를 하거나 다른 회사 관계자를 만나러 외출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일은 사무실에서 마치지만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기 전에 휴대전화로 밤새 아시아나 유럽시장의 변동사항을 확인하고 쉬는 시간에 경제와 비즈니스 관련 독서를 한다. 저녁도 먹고 삶도 즐기지만 시사를 항상 확인한다. *대학교에서는 무엇을 공부했나? 석사 과정도 밟았나? -웨스턴대학에서 경제학으로 졸업한 후 바로 사회로 뛰어들었다. 석사 과정은 밟지 않았지만 지금까지도 독서를 통해 매일 공부하고 있다. 투자라는 분야의 특성상 항상 공부해야 한다. 내년에 한 회사의 주식이 20% 올라간다는 걸 100% 확신할 수 있다면 단기간 내에 부유해질 수 있겠지만 투자를 할 때는 이런 개런티가 없다. 일을 하면서도 계속 지식을 쌓아야 하는 이유다. *어릴 적 어떤 취미는? -부모님에게 감사해야할 것이 많다. 아버지는 내가 학교 성적, 발표 대회, 과학 프로젝트 등 모든 면에서 최고가 되길 바라고 밀어주셨다. 곱하기를 학교 과정보다 1년 앞서 가르쳐주셔서 급우들보다 더 똑똑해보였다. 어릴 적엔 피아노나 트럼펫, 플루트 등도 배웠고 드럼을 독학으로 익힐 만큼 음악을 좋아했다. 음악은 특히 어릴 때 두뇌 발달에 좋은 것 같다. *항상 재정에 관심이 있었나? 금융계에 도움 되는 성격은? -어릴 땐 돈을 다루는 걸 싫어했지만 도전의식이 있었다. 비즈니스계에선 경험을 통한 지식(street-smart)이 책으로 얻은 지식(book-smart) 못지않게 중요하다. 두 가지 모두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보이고 싶었다. 또 사교성이 있으면 도움이 된다. 고객과 소통하는 매니저들이 있지만 항상 직접 만나보려고 노력한다. 그 이유는 내가 투자 결정을 내리기 전에 그들이 누구인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고 싶기 때문이다. *어떤 과목이 특히 중요한가. -수학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는 최대한 다양한 과목을 접해보는 게 좋다. 난 고등학생 시절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아직 몰랐다. 금융계를 생각하고 있다면 양적(quantitative) 지식이 요구되고 논리를 바탕으로로 하는 과목을 듣는 것도 유용하지만 사실 내 직업은 대부분의 경우 기본적인 수학지식만을 요구로 한다. 그러니 다양한 배경이 있는 것이 좋다. 정치·지리·역사 등에 대한 지식이 있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고등학생 시절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목은 역사였다. ‘역사는 반복되지는 않지만 각운을 맞추기는 한다(History doesn’t repeat itself, but it rhymes)’는 말이 있다. 과거를 돌아보면 미래에 대한 감각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번창하는 국가는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원하는 곳에 투자할 수 있는 국가다. 미국·영국·캐나다·한국 등이 그 예다. *첫 직장은 어디였나? -CI인베스트먼츠 고객서비스의 이중언어(영어와 불어)팀에서 투자자와 재정자문가들의 전화를 받는 일을 하며 근무를 시작했다. 4학년 때 불어 프로그램을 들으라고 권하셨던 부모님께 감사해야할 또 다른 이유다. 날 불어몰입교육(immersion) 프로그램에 등록시키기 위해 힘을 쓰신 게 아버지셨다. 아버지는 등록이 시작되기 3시간 전부터 줄을 서서 나를 가장 먼저 등록시켜주셨다. 덕분에 졸업 후 첫 직장을 구할 수 있었다. 고객서비스 부서에서 1년 정도 일한 뒤 지금 일하는 팀의 분석가로 지원했다. 지원한 후보들 중 내 이력서가 가장 뛰어나진 않았을 텐데 인터뷰 준비를 철저히 한 결과 합격했고 지난 12년 동안 줄곧 CI인베스트먼츠에서 일하고 있다. *도움이 된 경험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졸업하기 전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몰랐을 때 2년간 부모님의 세탁소에서 일했었다. 고된 일이었지만 고객을 대할 때 취해야할 태도와 화난 사람을 상대하는 방법을 익혔다. 다른 사람들과 원활하게 일하려면 대인관계 스킬(people skills)을 배워야 한다. *첫 직장을 얻을 때 성적은 얼마나 중요한가? -(직업에 따라) 다르다. 성적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 외에도 고려할 게 많다. 사람을 채용할 땐 이력서도 보지만 ‘소프트 스킬(soft skill)’에도 주목한다. 어린 시절 돈을 다루는 걸 싫어했던 내가 지금 고객을 위해 자산을 관리해주고 있듯 (업무는) 충분히 가르치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을 대하는 방법 등의 소프트 스킬을 가르치는 건 훨씬 어렵다. 반면에 투자은행(IB) 등 성적을 더 중요시 여기는 곳도 분명 있을 것이다. 소프트 스킬이란 직업 내 업무를 실용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노하우, 협력·소통 등의 능력, 이론과 지식을 융합하는 기술이다. 직원 사이의 의사소통과 유연성, 협동심 등 사람과 함께 일하는 능력을 말한다. *사람을 고용할 때 주로 어떤 점을 보나? -성격을 본다. 원만하고 융통성이 있으며 함께 일하기 편한 사람을 선호한다. 너무 오만해서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은 안 되지만 그렇다고 회사를 대변할 수 없을 만큼 낯을 가려서도 안 된다. 한 분야에서 아주 뛰어나진 않더라도 다양한 분야에서 조금씩 일을 맡을 수 있는 사람이 좋다. *금융계를 꿈꾸는 학생들 사이에선 ‘베이 스트릿’이 핫한 키워드다. 다운타운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장점은? -다운타운은 많은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고 이 때문에 업무상 사람을 만나야 할 때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시외에서 일하는 것에도 그 못지않은 장점이 있다. 투자자에겐 오히려 다른 사람들과 떨어져있는 것이 좋을 때도 있는데 투자를 할 때 대세를 따라가면 이미 늦었기 때문이다. 미국 달러가 한창 오를 때 주변사람들이 모두 ‘미국 달러를 사라’ 하면 나도 모르게 그 말을 따르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 때 모두를 따라 구입하면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2011년 미국 주식 인기가 한창 낮을 때 (CI인베스트먼츠는) 대세에 등을 돌리면서 캐나다 주식을 팔고 미국 주식을 구입했다. 장기적으론 이게 옳은 결정이었다. *인터뷰할 때 눈여겨보는 것은? -이력서를 한 평생 준비한다면 면접은 본격적인 게임타임(game time)으로 취급해야 한다. 인터뷰를 진행할 땐 답변도 듣지만 답하는 사람의 태도도 본다. 내가 질문을 했을 때 상대방이 지나치게 방어적인 태세를 취하는지, 총명한 대답을 하는지도 눈여겨본다. 외모(appearance)도 상당히 중요하다. 면접 땐 ‘지나치게 차려입었다(over-dressed)’는 걱정을 하지 마라. 오히려 너무 간소한 복장(under-dressed)은 지원자에 대한 존중과 신뢰성을 깎아먹는다. 이 조언은 성별을 불문하고 적용된다. 남성은 반바지를 입고 사무실에 출근할 순 없다. *구직자들이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 -원하는 직장과 관련된 독서량을 높이고 혼자 특정 업체에 대한 분석·연구리포트를 작성해보라. 누군가를 만났을 때 예를 들어 얘기할 수 있다면 자신의 분석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또 잡지를 읽거나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비즈니스계의 시사를 항상상 주시하는 것이 좋다. 기술적인 면뿐이 아니라 또박또박 말하기, 효율적으로 말하기 등의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키워두면 면접을 볼 때도, 취업 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가장 성공적인 금융계 인사들은 똑똑한 것보다도 뛰어난 의사소통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선 무엇을 하나? -피아노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것을 좋아하고 운동도 자주 한다. 체스를 두는 것도 도움이 되는데 개인적으론 비즈니스나 시장에 대해 독서하는 것을 좋아한다. 투자업계에서 성공하려면 열정을 가져야 한다. 금융계에 대한 열정 없이 뛰어든다면 쉬는 시간에 TV를 보는 등 일과 연관이 없는 취미를 키우게 된다. 하지만 열정을 가진 이들은 아시아시장에 대한 기사를 읽고 연구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느낀다. 일 외의 취미를 갖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단순히 ‘수익성이 좋다(lucrative)’는 이유로 금융계를 선택하면 열정을 가진 이들에게 훨씬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투자·금융업계의 미래에 대해. -열정을 가져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금융계는 수익성이 좋기로 알려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정도가 점점 떨어질 것이다.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바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새로운 규정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투자은행들이 큰 위험을 감수하고 무너진 이후 새 규정 때문에 예전과 같은 큰 액수를 다루는 것이 힘들어졌다. 두 번째는 테크놀로지가 금융계 종사자들이 하는 직업의 일부를 대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예전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이 하던 일을 컴퓨터(ETF)가 더 저렴한 비용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포트폴리오 관리 팀들은 점차 줄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자동차산업과 같이 시간이 지날수록 이와 비슷한 트렌드를 보이는 업계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금융계 직장은 돈만 보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 열정을 가진 이들에겐 충분히 보람차고 성취감을 주는 직업이 될 수 있다. 캐나다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