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요란한 ‘재외동포 배려’ 재외동포기본법 등 자동폐기 처지

제17대 국회가 이달말 만료되면서 재외국민보호법, 재외동포기본법, 재외동포교육문화진흥법 등 각종 재외동포 관련법이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이들 법안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해당 상임위원회 상정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재외동포 권익신장’을 명분으로 내걸었던 여러 정책법안들이 구호만 요란한 채 용두사미 꼴로 흐지부지되게 됐다. 지난 17대 국회에서는 재외동포 문제가 국가적 의제로 떠오르면서 동포관련 법안이 다수 상정돼 기대를 모았지만 끝내 결실을 맺지 못했다. 특히 2004년 6월 김선일씨 피살사건을 계기로 모두 4건이나 발의된 재외국민보호 관련법은 국회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법안의 필요성에 공감해 처리가 기대됐으나 최근 쇠고기 파동으로 불거진 한·미FTA 등 주요 의제에 밀려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처리되지 못하게 됐다. 또한 권영길 의원이 2005년 말 발의한 재외동포기본법은 재외동포를 한민족 혈통을 가진 사람으로 접근하는 등, 재외동포들의 권익 향상을 위한 전반적 제도장치를 구축하려는 취지였으나 15, 16대에 이어 이번에도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특히 재외동포사회의 발전과 지원을 전담하기 위한 ‘재외동포위원회’ 설치 법률안도 무산됐다. 이에 대해 700만 재외동포들의 권익증진 차원에서 동포정책 전담 상설기구 신설을 기대해왔던 미국‧캐나다 등 세계 한인동포사회는 커다란 실망감을 표시했다. 이밖에 ‘재외국민의 국사교육 강화 촉구결의안’, ‘해외이주법 일부 개정법률안’ 등 대부분의 재외동포 관련법들도 통과되지 못했다. 이번 17대 국회에서 통과된 거의 유일한 재외동포관련 법으로는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국적지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2005년 11월 공표)으로, 이는 이중국적 도입을 위한 기본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준표 법안’이라 불리는 이 법안은 ‘한국남자가 병역기피 목적으로 외국국적을 취득한 뒤 한국국적을 상실해 외국인이 된 때에는 35세까지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일부 핵심조항을 수정 통과시킴에 따라 정부가 제한적 이중국적을 추진하는 기초가 됐다. 이밖에 이번 회기동안 통과된 재외동포 관련법안으로는 전자여권 도입을 위한 ‘여권법 전부개정 법률안’, 한국학교들이 학교발전기금을 조성·운영할 수 있는 법적 틀을 마련한 ‘재외국민의 교육지원 등에 관한 일부법률 개정안’, 어려운 법령용어 순화 등 법률문장을 쉬운 용어로 바꾸기 위한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 등이 있다. (자료: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