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한국일보 문화센터 주최로 지난 4일(토) 열렸던 미국 명문사립대 진학세미나의 주요내용을 수회에 걸쳐 요약 연재합니다. 이번 세미나의 연사로 초청된 앤젤라 엄씨는 하버드·MIT에서 수석 입학사정관을 지냈으며 현재 보스턴에서 아이비리그 진학전문 컨설팅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교육전문가입니다.
하버드대와 MIT에서 입학사정 업무를 담당하며 안타까웠던 점은 뛰어난 한인학생들이 많음에도 명문사립대 진학에 대한 준비부족 탓에 합격률이 매우 낮다는 것이었다. 이는 기본적으로 정보부족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자녀를 명문사립대에 보내고 싶어하는 부모들의 주된 정보원은 십중팔구 명문대생 자녀를 가진 주변 이웃들이다. 그러나 이같은 개인적 성공사례를 전부인양 받아들이는 것은 금물이다. 게다가 진학관련 정보는 수시로 변하게 마련이라 업데이트가 필수적이다.
명문사립대의 경쟁률은 최소한 오는 2010년까지는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올해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당분간 매년 사상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하게 될 것이다. 정원은 제한돼 있는 반면 지원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립-공립대의 차이
학부모들이 가장 잘 모르는 부분이 사립과 공립(주립)대의 차이다. 공립대학은 성적만 좋으면 입학이 보장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교성적과 SAT I·II 점수만 높으면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명문사립들은 성적이 결코 전부가 아니다. 좋은 성적과 시험점수는 기본이고 ◆교사의 추천서 ◆과외활동 ◆인터뷰 ◆전체적인 「인성」 점수에 의해 당락이 결정된다.
대표적 인기명문대인 하버드의 경우 올해 1만9,750명의 지원자중 2,029명(10.3%)만이 합격했다. 올해 지원자중 3,100명은 고교수석졸업자들이었다. 또한 SAT I·II 1,400점 이상자도 56%나 됐다. SAT 고득점자 가운데 상당수가 동양계였지만 합격자는 19%에 불과했다. 올해의 특이한 점이라면 사상 처음으로 여자신입생(1,016명)이 남자(1,013명)를 앞질렀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명문사립대들은 등록금이 매우 비싸다. 그러나 합격하고도 돈 때문에 진학을 포기한다는 것은 100%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학교는 돈에 구애받는 곳이 아니다. 따라서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뽑은 인재들을 어떻게 해서라도 불러들이려 한다. 올해 하버드 합격자의 70%가 장학금이나 학자금 융자 등 재정도움을 받았다.
명문중의 명문으로 꼽히는 아이비리그 대학들도 학교의 앞날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우수한 인재들을 얼마나 많이 불러들이느냐에 학교의 장래와 평판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들 대학은 합격자들의 최종선택률(yield)을 중요시한다. 복수지원의 특성상 여러 대학에 합격한 뒤 최종적으로 어느 학교를 선택하느냐가 그 학교의 명성과 위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하버드는 80%대로 타대학의 추종을 불허한다. 2위 프린스턴만 해도 60%대로 상당히 떨어진다.
*하버드·MIT
하버드의 경우 지난 9월 발표된 새 정책에 따라 가정소득이 미화 4만달러 미만인 학생들에게는 100% 장학금을 지급한다. 이는 외국인 유학생도 마찬가지다. 국제학생들에 대한 정책은 학교마다 차이가 있다. 어떤 학교는 캐나다학생(시민권자)을 외국인으로 간주하기도 하지만 미국인과 동등하게 취급하는 곳도 있다. 또한 학교에 따라 가정형편이 입학사정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정책(need blind)을 채택하고 있기도 하다.
MIT는 명성만큼은 하버드에 못지 않지만 규모는 훨씬 작다. 올해 1만464명이 지원해 1,664명(16%)이 합격했다. 아무래도 공대인 만큼 「공부」가 입학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올해 합격자의 40% 이상이 고교 수석졸업생이었다. 또한 50%가 고고교시절 운동선수로 활약했으며 20%는 주장을 지냈다. 동양계 합격자는 16%, 여학생은 46%였다. 최근 10년간 여학생의 비율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여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들어가기 쉬운 명문대라고 할 수 있다. 역시 합격자의 70%가 학교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았다. 가정형편과 입학사정 무관.
*’아이비플러스’ 그룹
일반적으로 아이비리그 8개대학에 스탠퍼드·MIT를 합쳐서 「아이비플러스」 그룹이라고 부른다. 이들 대학들은 경쟁관계지만 입학사정정책 등에 있어서는 보조를 함께 한다. 합격률로 따져본 올해 순위는 예일(9.9%)·하버드(10.3%)·프린스턴(11.9%)·스탠퍼드(12.6%)·컬럼비아(12.8%)·브라운(15.8%)·MIT(16%)·다트머스(18.3%)·펜실베이니아(유펜·21%)·코넬(28.7%) 순이었다.
이중 한인들에게 가장 인기 높은 3개대학은 하버드·예일·스탠퍼드다. 반면 프린스턴은 상대적으로 한인학생들이 덜 선호하는 대학이다. 아이비리그에서도 코넬의 합격률이 유난히 높은 것은 대학의 규모(정원)가 그만큼 크기 때문일 뿐 수준과는 상관이 없다. 아이비플러스에서도 상위 5위까지는 매년 랭킹(합격률)이 바뀌다시피 하므로 순위에 집착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경쟁심화 요인
◆고교생이 늘어나고 ◆인터넷과 컴퓨터의 발달로 복수지원이 쉬워진데다(예전에는 지원서를 일일이 손으로 작성해야 했다) ◆학부모들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며 명문대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졌고 ◆학원·상담기관·책·사이트 등 입시관련산업이 번성하고 있는 것 등이 명문대 입학경쟁률을 높이고 있다.
*입학사정 방법
지원자들은 크게 ◆우선탈락자(10~15%) ◆우선합격자(5~10%) ◆공동심사대상(70%)으로 나뉜다. 우선탈락자는 고교평점에 C이하가 있는 학생들로 서류전형에서 걸러진다. 우선합격자는 학업성적이 우수하면서도 예술·체육 등에서 뛰어난 실적을 올린 지원자들이다. 2년전 하버드에 입학한 장한나(첼리스트)가 대표적인 예.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해당되는 부류는 공동심사대상이다. 보통 2~3명의 사정관들이 팀을 이뤄 모든 자료를 검토한 뒤 투표를 통해 합격여부를 결정한다.
*한인(동양계)지원자의 특징
대부분 고교성적과 시험성적이 우수하다. 그러나 개성이 부족하고 과외활동이 천편일률적이며 인터뷰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교사추천서에서도 가산점을 받기 어렵다. 과외활동의 경우 한인학생들은 「악기(남자는 바이올린, 여자는 피아노)+한글학교」식으로 특징을 찾기 어렵다. 입학사정관들이 중요시 여기는 리더십과 창의성이 부족하다. 최근 입학사정에서는 창의성의 비중이 계속 커지고 있다. 이밖에 능동적인 태도와 가치관, 의사소통능력 등도 보완돼야 할 부분이다.
한인학생들의 단점은 부모들의 사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동양계 부모들은 한차례의 시험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입시제도탓인지 SAT에 목을 매다시피 한다. 그러나 미국식 교육패러다임은 이와 전혀 다르다. 성적은 수많은 요소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학교성적, SAT 점수, 에세이, 특별활동, 수상경력 등이 모두 다 중요하다.
한인지원자들과 인터뷰해보면 방학을 SAT 학원에서 보냈다는 대답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해서는 명문사립대 진학에 도움이 안된다. 방학을 기억에 남게 보내야 한다.
*학업성취도
크게 GPA·등수·선택코스·학교수준 등을 따진다. 이중 선택코스는 최고난이도(advanced) 과목을 택해야 높은 점수를 받는다. 쉬운 과목만을 골라 아무리 점수를 높게 받아도 인정받지 못한다. AP나 I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