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빈대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죠. 병역법 악용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현지 동포들도 좋게 생각 안합니다. 하지만 소수의 범죄자를 잡기 위해 모든 동포를 범죄자 취급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미주한인회 총연합회 김재수(46) 고문변호사가 현재의 모국 병무행정이 병역법을 악용하는 사람들을 가려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내년 1월 적용되는 병역법 개정안과 관련해 병무청은 최근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한인회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김변호사는 미주총연의 대표 자격으로 참석해 동포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당시 김변호사는 병역 예비 대상자가 포함된 가족이 이민을 가기 위해서는 형제 자매까지 반드시 이민을 가도록 하는 현재의 규정에 대해 지적했다. 현행 국적법에서 17세때 국적이탈 신고를 하도록 돼있는 내용도 문제가 된다. 여성은 22세까지 국적이탈신고를 하면 되지만 남자는 병역행정의 편의 때문에 성년이 되기도 전에 국적을 결정해야 한다. 결국 미성년인 본인대신 부모의 의사에 따라 국적을 결정할 수밖에 없고 이는 본인이 국적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는 외국의 국적법과도 부딪히게 된다는 것. 이 문제에 대해 병무청측은 법무부 소관 사항이라 협의를 해보겠다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김변호사는 무엇보다 한국정부가 국제화시대에 한국의 인적자원을 중요하게 여기고 지원해야 하는데 현재는 관리의 차원으로밖에 보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국내에서 대체복무제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간담회에서 제가 병무청 관계자에게 국제 혼혈아들은 왜 군대를 안가냐고 물었더니 군에서 왕따를 당할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동포 2, 3세들은 우리말도 서툴고 한국 문화도 모르는데 군대가서 왕따 안당하겠습니까?』
미주총연이 주장하는 대체복무제는 군복무 기간동안 군대 영어강사나 살고 있는 현지에서 공관 자원봉사 활동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 최근 동포신문에서 병무청이 처음엔 동포들에 대한 대체복무제 검토를 얘기하다가 다시 안하겠다는 것으로 입장을 바꾸었다는 보도가 나가자 현지에선 반발이 거세다. 병무청이 국내 여론의 눈치를 보다가 물러섰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