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의 관심사중 하나인 한국병역법 개정이 마냥 제자리걸음이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병역법은 말이 개정이지 개정 내용도 범위도 미흡하기 그지없다. 개정 내용 중 가장 논란
이 되는 것은 징집 대상이 되는 체류기간의 단축이다. 병역법은 국적을 이탈하지 않은 1.5세나
2세의 징집 연령층이 한국에서 장기 거주할 경우, 이를 영주귀국으로 본다는 입장이다. 영주귀
국했으면 병역의무를 필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문제는 ‘장기 거주’의 기준이다. 그 기준이 종전에는 1년이었다가 이번에 6개월로 단축되었
다. 종전 법에 따르면 한국에서 몇개월 체재 후 출국했다가 6개월 안에 재입국하면 해외에 있
던 기간까지 합쳐 체류기간으로 합산이 된다. 개정법은 이런 불합리성을 고쳐 실제 체류기간만
계산하는 대신 기간을 6개월로 줄였다. 사업상 한국 출장이 잦아 잠깐씩 머무는 케이스에는 도
움이 되는 조항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계속 머물 경우 6개월을 ‘장기 거주’로 본다는 것은 말
이 안 된다.
법은 상식과 현실에 맞아야 한다. 캐나다에서 영어로 교육받으며 자란 2세들이 군대 입대까지
감수하며 한국에 체류할 리는 없다. 부모의 나라에서 일도 해보고, 문화도 익혀보겠다는 뿌리
체험 욕구가 원천봉쇄 당할 뿐이다. 게다가 6개월 체류의 대가로 2년여의 군복무 의무가 부과
된다는 것은 누가 봐도 부당하다. 해외 한인들도 만족하고, 한국정부의 법 정신에도 부합되는
타협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군 입대를 고집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원어민교사등 해외 인력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봉사활동을 일정 기간 의무로 부과할 수도 있다.
원정출산이나 지상사사 직원 등 비이민자들의 악용 소지 때문에 법개정이 어렵다는 점은 이해한
다. 그러나 소수의 악용을 염려해 불합리한 법을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정 편의주의일 뿐
이다. 한국정부는 해외인력을 귀중한 자산이라고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해외의 2세들이 활동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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