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전시 판매 부분 금지 및 세금 인상 등의 강력한 금연 정책으로 담배 의존도가 높은 한인 편의점의 목을 죄어 온 온주 정부가 ‘편의점 주류판매 허용 고려’라는 참으로 반가운 소식을 내놓아 한인은 물론 많은 소매업 관계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고 있다.
온주 재무부 그레그 소바라 장관은 11일 “전문패널로 하여금 온주 전역의 주류 판매 및 배급 현황 등 모든 양상이 소비자들의 편의성과 부합되는지 여부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소바라 장관은 이날 이같은 지시를 내리게 된 이유에 대해 “현행 주류판매법은 1920년대 금주법 폐지이후 만들어진 채 80여년동안 유지됐다. 수정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재무장관은 “온주주류감독위원회(LCBO) 산하 매점은 매각하지 않는다”라고 못 박아 당분간 민영화 계획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을 확실히 했다.
소바라 장관에 따르면 전문패널은 ▲주류제조사들의 소매 전매권 ‘Brewers’ Retail monopoly’ 폐지▲ 코너 스토어내 맥주, 와인 판매 허용 ▲ 교외지역 주류판매 프랜차이즈점 확대 설립 ▲ 포도주양조장 운영 숍 확대 등의 가능성에 대해 논의, 최종 건의안을 제출한다.
소바라 장관은 “전문패널이 어떤 건의안을 내놓을지 예상하기엔 이르다”며 편의점 주류판매 허용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주류 업계는“전 보수당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60억 달러 상당의 재정적자에 고심하고 있는 자유당 정부는 재원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선택할 것”이라며“주류 판매처를 대폭 늘리는 안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현재 주류제조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맥주판매점 ‘비어 스토어’는 주 전역에 4백36개가 있으며 정부 소유 LCBO 판매점(주로 양주 전문)은 5백98개, 교외지역 판매 대행점은 1백96개, 포도주양조장 운영 숍은 3백95개가 있다. 따라서 전문패널이 이같은 독점 판매권 및 판매소의 숫자로는 소비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게 되면 편의점 주류판매가 허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문패널에는 전 LCBO 위원 존 라시, 온주경찰 위원 그웬 보니페이스, 레이크헤드대학 앤 더민, 전 RBC 재정그룹 부회장 수잔 라바지 등이 포함되어 있다.
소바라 장관은 금주법 이후 온주 주류관련법이 주요부분에서 수정된 것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실상 세월이 흐르면서 음주 허용 연령, 스포츠 행사장 주류 판매 허용, 술집영업시간 연장, 일요일 판매 허가 등 변화는 있었다.
또한 편의점 주류판매 허용 고려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85년 ‘맥주 편의점 판매’를 총선공약으로 내걸고 집권에 성공한 데이비드 피터슨 자유당 정부가 이행을 위해 노력했지만 5년이 넘는 집권기간 동안 시행하지는 못했다. 게다가 92년 등장한 밥 레이 신민당 정부는 일요일 대형 수퍼마켓 영업을 허용하는 대가로 역시 같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맥주제조사 및 LCBO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실패했다.
현 자유당 정부에 앞서 2차례나 집권했던 마이크 해리스 보수당 정권도 LCBO 민영화를 밀어 붙었으나 노조 벽을 넘지 못해 실현하지 못했다.
이날 재무장관의 발언에 대해 관련업계는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며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온주와인업계는“온주산 와인을 적극 홍보하고 키우기 위해서는 판매 창구가 늘어나야 한다”고 허용 검토 발언을 환영했다.
음주운전반대어머니모임(MADD) 앤드루 모리는 “전문패널 중에 공중보건관계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은 너무나 실망스러운 사실”이라고 전했고 LCBO 앤디 브랜드트 회장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법도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소비자를 위한 개선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LCBO 노조 존 쿤즈 회장은 “결과적으로 정부가 LCBO를 민영화하려는 꿍심이 있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한편 야당측은 “자유당이 주류법 전면 개편을 들고 나온 배경은 LCBO를 팔아 현재 적자 재정을 메우기 위한 것이다”고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LCBO 민영화를 주장해온 보수당의 짐 프레허티 의원은 “(재정적자에 따라) 소바라 장관은 돈이 간절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판매처를 늘려 세금을 한푼이라도 더 걷게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신민당의 마릴린 철리 의원은 “이는 교묘한 민영화 시도다”고 말했다.
LCBO는 연 매출 30억달러를 기록, 10억달러 상당을 주정부 금고에 부어 넣고 있으나 정부측은 “LCBO가 더 많은 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