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름방학 시즌이 시작됐다. 방학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자녀를 둔 모든 가정의 관심사다. 방학은 직장인의 바캉스와 다르다. 신나게 노는 방학 보다는 배움의 연장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무엇을 배우게 할 것인가. 매일 책으로만 대하던 좁은 세상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세상을 접하게 하고 자원봉사정신을 몸에 배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평소 부족했던 과목의 보충교육을 시키고 스 포츠나 예능 등 특기교육을 시키는 것도 좋다.
초·중·고교생의 경우는 독서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독서는 논리적인 사고와 토론 능력을 향상시킬뿐만 아니라 인생과 세계를 넓게 보게 만든다. 인터넷시대라고 예외는 아니다. 독서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여름방학은 또 한글을 가르치기에 아주 좋은 때다. 자녀들이 한글 배우기를 싫어하거나 관심을 갖지 않는 데는 부모의 책임도 적지 않다. 부모들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데 어린 자녀들이 어려운 한글을 애써 배우려 들지 않는다. 모국어를 잘 가르치면 주류사회에 자리 잡는데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간과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요즘은 소수민족을 겨냥한 마케팅이 여러 부문에서 보편화된 상황이므로 모국어를 알면 직장이나 사회생활을 할 때에 그만큼 기회가 많아진다.
대학생의 경우는 혼자서 새 경험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에 나가 부모 나라의 실정을 직접 보고 피부로 느끼게 하는 것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심어주는데 큰 도움이 된다. 한국의 대학에서 개설하는 여름 프로그램에 보내는 것도 세대간의 문화적 갈등을 줄이는 한 방법이다.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있고 가르칠 수 없는 것이 있다. 여름방학은 게임이나 늦잠으로 세월을 허송하는 기간이 아니라 학교에서 가르칠 수 없는 것을 익히게 하는 또 하나의 교육기간이다.귀한 시간을 자녀들이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부모들의 짜임새 있는 배려가 필요하다. 그러나 부모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기에 앞서 자녀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이 적성에 맞는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녀가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강요하는 것은 시간과 정력의 낭비일 뿐이다.
방학은 부모와 자녀가 모처럼 가깝게 지낼 수 있는 시간이다. 자녀가 어리거나 청소년이거나 마찬가지다. 그간 부모는 부모대로, 자녀는 자녀대로 서로 바쁜 일상 속에서 건성으로 대해왔던 가족들이 대화와 접촉을 통해 서로를 재발견하고 이해를 깊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자녀에게 공부만을 강요하기 보다는
인격적으로 균형있게 성장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여름방학은 부모의 개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