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정원’ 변신 늘어난다 "농약 없이는 관리 힘들어"

신축주택 ‘좁은 앞뜰’도 영향 해밀턴에 거주하는 빌 커런씨의 앞뜰에는 잔디가 없다. 건축가인 커런씨는 다 허물어져 가는 작은 주택을 매입해 완전히 뜯어고치면서 잔디도 다 뽑아버렸다. 대신 백리향(thyme), 패랭이(dianthus), 라벤더(lavender) 등을 심은 정원으로 바꿨다. “그렇지 않아도 작은 마당의 잔디를 매주 깎을 생각도 없고, 잔디밭에 어울리지 않는 잡초를 매번 뽑고있을 여유도 없다”는 커런씨는 “어차피 살충제를 사용 못하게 되면 ‘깨끗한 잔디’를 유지하기가 그만큼 더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잔디를 없앤 이유를 설명했다. 토론토에서는 오는 9월1일부터 ‘미관상(cosmetic)’의 이유로 살충제를 뿌리는 것이 전면금지되며, 위반 시에는 최고 5천 달러까지의 벌금을 낼 수 있다. 해밀턴도 유사한 조례의 도입을 검토 중이다. 잔디교체(law replacement), 환경친화적 정원가꾸기 등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인 ‘녹색정원사(Green Gardeners Community Collaborative)’의 헬렌 밀스씨는 “살충제 금지 문제가 많은 주택소유주들로 하여금 잔디를 교체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색케 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로 토론토 다운타운의 애넥스(Annex) 지역, 캐비지타운 등지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서비스와 조언을 제공하는 밀스씨는 “고객들 중 많은 사람은 허리를 구부리기를 힘들어하는 나이 든 사람들”이라고 인정했지만, 그는 최근 들어 처음으로 외곽지역으로도 출장을 나가기 시작했다. 잔디를 정원이나 다른 형태로 바꾸는 것과 관련, 오샤와에 있는 ‘듀람홈스(Durham Homes)’의 빅토어 피유미씨는 “꼭 환경적인 이유 때문도 아니다. 오늘날 신축되는 많은 새 집들의 경우 앞마당이 워낙 좁아 잔디를 심을 자리조차 마땅치 않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피유미씨에 따르면 아직은 잔디를 심는 것이 경제적으로 훨씬 더 저렴하다. 잔디는 야드당 약 6달러로 표준 크기의 앞뜰에 잔디를 까는 데 약 400달러면 된다. 이를 나무와 정원 등으로 바꾸려면 보통 3,500달러의 비용을 잡아야 한다는 것. 잔디의 경우 수시로 물을 주고, 잡초도 뽑아줘야 하지만 저렴할 뿐 아니라 ‘안전한’ 선택이라는 지적도 있다. 온타리오주택건축업자협회(Ontario Home Builders Association)의 전 회장인 피유미씨는 “또 한가지 문제는 모든 사람이 다 정원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잔디 가꾸기는 비교적 쉽지만, 정원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지적했다. 토론토 남동부에 있는 정원가꾸기 전문업체인 ‘페털푸셔스(Petal Pushers)’의 폴 기어리씨는 “잔디를 정원으로 교체하는 일을 가끔씩 하고 있으나 살충제 금지와는 큰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이유로든 잔디를 정원으로 교체할 경우 그 디자인이 동네의 분위기에 맞도록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비치스 지역의 경우 보다 캐주얼하지만, 애넥스에서는 다년생 식물과 회양목(boxwood)으로 우거진 울타리 등으로 형식을 차려야 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올 여름은 예년보다 덥고, 비는 덜 올 것이라는 환경성의 예고는 잔디에게는 최악이다. 잔디는 물을 많이 필요로 하며, 오랫동안 적정량의 물을 주지 않으면 갈색으로 변해버린다. 일부 전문가들은 잔디관리를 “원예(horticulture)의 가장 낮은 단계”라고 지적한다. 뜰을 보다 아름답게 가꿀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하다는 말인데 배리에 있는 부동산개발업체인 ‘그레고어 홈스(Gregor Homes)’의 제임스 베이즐리씨는 “고객의 70~75%가 일반 잔디보다 한두 단계 높은 정원패키지로 업그레이드를 원한다”고 밝혔다. 베이즐리씨는 “요즘 목격되는 유유행 중 하나가 넓은 포치(porch) 등을 통해 앞뜰이 보이는 곳에 나와 앉아 있기를 원하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보다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려는 시도가 돋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업체들이 이같은 유행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마너크(Monarch)사의 브라이언 존슨씨는 “잔디를 정원으로 교체해달라는 주문을 받은 적이 없다”며 “그러나 우리 업계 역시 시장의 추세를 따라야 하며, 보다 많은 고객이 원한다면 그같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자료: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