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사회를 누비는 한인(4) TSX의 IT매니저 이해창씨
기획시리즈
주류사회를 누비는 한인(4)
TSX의 IT매니저 이해창씨
입사후 고속승진…9년만에 부서장
“우연히 선택한 교양과목이 인생진로 결정”
한인대학생들이 전공분야로 가장 많이 선택하는 과목중의 하나가 경제·경영학이지만 졸업 후 금융전문가로 진출하는 한인들의 숫자는 여전히 미약한 실정이다. 이 가운데 토론토증권거래소(Toronto Stock Exchange·TSX)의 이해창(존·31·사진)씨는 입사한지 9년 만에 고속 승진을 기록하며 IT(Information&Trading Technology)부 부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잘 다려진 양복보다는 스포티한 티셔츠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그는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외모 때문에 입사후 적지않은 노력을 해야 했다. 『증권시장에서는 어디까지나 고객과의 신뢰가 생명입니다. 고객들에게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신입사원으로 비춰진다면 손해지요.』
72년 서울 태생으로 3살 때 가족과 함께 토론토로 이주한 이씨는 이철호·행자 부부의 2남중 장남. 토론토대에서 경제학과와 노무관리학과를 복수 전공한 그의 어릴 적 장래희망은 부모님의 권유를 따른 의사였다. 그러던 중 대학에서 교양과목으로 경제학을 수강하면서 금융계가 자신의 분야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 1학년 때까지 의대진학과 관련한 과목들만을 이수한 관계로 경제·경영학이 어떤 학문인지도 몰랐습니다. 우연히 수강한 교양과목이 제 인생의 진로를 바꿔버린 셈이죠.』
94년 입사와 함께 첫 2년간은 증권거래인(floor trader)으로, 이후 3년간은 회계관리부에서 활동한 이씨는 지난 99년에는 TSX의 증권거래와 관련한 기술시스템을 총 관리하는 정보통상기술부 부장으로 전격 임명됐다.
전문프로그래머들로 구성된 19명의 직원들을 거느리지만 정작 자신은 IT분야가 생소했기에 이 분야의 전문지식을 터득하기 위해 관련과목을 수강하는 등 숨은 노력을 기울였다.
4번에 걸친 인터뷰를 거치며 입사시험을 치른 것도 어려웠지만 입사후 두각을 나타내기가 더 어려웠다는 이씨의 월~금 평균 근무시간은 64~70시간. 여기에 각종 시스템 테스트를 위해 주말근무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증권거래자동시스템(Trading System environment Gateway to Exchange)이라는 프로젝트를 2년6개월에 걸쳐 개발, 거래소와 투자자들의 매매체결시 컴퓨터에 의해 자동적으로 매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단순화시켰다.
지난 10여년간의 근무생활 가운데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밤잠을 설치면서 기술관련 프로그램들을 익혔던 점을 꼽은 그는 동료는 물론 고객들과 신뢰를 형성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부분이었다고 지적했다. 『제가 부장이지만 나이순으로는 막내에 속하는 관계로 서로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두루두루 잘 지내기란 말처럼 쉽지가 않았죠. 하지만 지금은 동료는 물론 고객들과 두터운 신뢰감을 형성했다고 자신합니다.』
인터뷰 내내 한마디 한마디에 정성을 다하는 그의 신중함 또한 신뢰를 한 몸에 받을 수 있었던 주 요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