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분양권(전매) 대규모 매집
2025년 신규 주택 판매 45년 만에 최악
투자 전문가들 “바닥론 근거한 장기 베팅”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던 토론토 콘도 시장이 역대급 한파를 맞은 가운데, 최근 사모펀드와 투자 그룹들이 매물을 대량으로 쓸어 담는 기현상이 포착되고 있다.
2025년 한 해 동안 광역 토론토(GTA) 신규 주택 판매량이 45년 만에 최저치인 5,300건에 그칠 정도로 시장이 얼어붙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력을 갖춘 투자자들은 지금을 ‘바닥’으로 보고 공격적인 매수에 나서고 있다.
분양권 전매 시장의 눈물, 펀드에는 기회
최근 토론토 콘도 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전매(Assignment Sales)’ 매물이다. 시장 조사기관 Urbanation에 따르면 2022년 정점 당시 토론토 사전분양 콘도 가격은 기존 준신축 콘도보다 최대 40%까지 비쌌다. 이후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며 가격 조정이 이어졌고, 매수자를 찾지 못한 계약자들은 수십만 달러 손실을 감수하거나 계약 포기를 선택하고 있다. 2~3년 전 고점에서 분양을 받았던 수분양자들이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등으로 잔금을 치르지 못하게 되자, 수억 원의 계약금을 포기하면서까지 매물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디스틸러리 디스트릭트 인근의 한 3베드룸 유닛은 분양가보다 30만 달러 낮은 가격에 매물로 나오기도 했다. 개인 구매자들이 외면하는 이 ‘손절’ 매물들을 사모펀드나 자산가 그룹들이 ‘벌크(Bulk)’로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와 패밀리 오피스, 소규모 투자 그룹들이 계약을 묶음으로 인수해 임대 후 보유 전략을 취하고 있다.
“2030년을 향한 5년의 장기 베팅”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투자 그룹들은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 뒤의 시장 회복을 노리는 ‘롱 베팅(Long Bet)’ 전략을 취하고 있다. 현재 낮은 가격에 매집한 유닛을 임대로 돌려 수익을 창출하다가, 시장이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2030년이나 2031년경에 매각하여 차익을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부유층의 자금을 관리하는 패밀리 오피스나 5~10명이 모여 만든 ‘미니 펀드’들이 20~50개 단위로 유닛을 매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통계로 본 시장 하락세와 가격 격차
시장의 하락세는 수치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알터스 그룹(Altus Group) 자료에 따르면 GTA 신축 콘도의 평균 가격은 2022년 2월 118만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2025년 12월 기준 102만 달러까지 떨어졌다. 기존 재판매(Resale) 콘도 시장 역시 같은 기간 평균 80만 달러에서 63만 달러 선으로 내려앉았다. 이처럼 가격이 급락하고 실업률과 대미 무역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반 실수요자들의 심리는 위축됐지만, 투자 그룹들은 이를 저점 매수의 강력한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자본의 판단, “회복은 느리지만 방향은 위”
투자자들이 보는 시계는 다르다. 현지 부동산 업계는 이들 자본이 최소 3~5년 이상을 내다보고 움직인다고 분석한다. 단기 반등보다는 임대 수익을 확보하며 시장 정상화를 기다리는 전략이다.
특히 가족 자산을 운용하는 패밀리 오피스와, 여러 투자자가 자금을 모은 소규모 투자 그룹까지 가세하면서 매입 주체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들은 계약금 일부를 포기하려는 매도자와 협상해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 가격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 흐름이 시장 전반의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긋는다. 금융 여건, 고용 불확실성, 미·캐나다 통상 변수 등 구조적 리스크는 여전히 상존해 있기 때문이다.
바닥 신호로 읽히는 자본의 움직임
이 같은 매집 현상은 시장이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선언이라기보다는, 가격 하락 위험보다 장기 회복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하는 자본의 신호에 가깝다. 실수요와 개인 투자자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냉각돼 있지만, 장기 자본은 이미 다른 계산서를 들여다보고 있다.
토론토 콘도 시장이 언제 반등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다만 거래가 실종된 시장에서 자본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현 국면이 사이클의 후반부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회복의 시점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성격이 ‘기대’에서 ‘선별’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토론토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