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말 ‘발표’ 제대로 준비하기 어휘·문법·속도 등 유의할 것

도입부 길어지면 관심 끌기 어려워 …자신 있게 청중 바라보는 자세 중요 숫기가 없는 학생들이 유독 꺼리는 과제가 있다. 바로 학기말이 되면 어김 없이 찾아오는 ‘발표 평가’다. 교사들이 학기말에 사용하는 다양한 평가방법 중 시험, 독후감, 에세이 다음으로 자주 보이는 것은 바로 ‘발표’, 또는 ‘연설’이다. 고학년이 되면 특히 영어, 불어 등의 과목에서 학기말에 발표를 시키는 경우가 잦은데, 이 같은 과제는 단어와 문법 위주로 언어를 공부한 이민가정 학생들에겐 힘겨운 숙제가 될 수 있다. 또 아무리 연습해도 중요한 순간에 긴장하면 점수가 준비한 만큼 나오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유독 두려워하는 과제 중 하나다. 사람 앞에만 서면 눈앞이 캄캄해지고 머리가 백지장처럼 하얘지는 학생들을 위해 글쓰기 능력 못지 않게 중요한 발표 요령을 정리한다. ◆ 도입은 짧게 첫 1~2분에 이뤄지는 ‘도입(introduction)’은 발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논제를 알리고 동시에 듣는 이의 관심을 끄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목을 사로잡기 위해 이례적인 사례를 던지는 것도 좋지만 재치 있는 말을 하려다 도입이 길어지는 것도 피해야 한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의 내용이 길수록 듣는 이의 집중력이 흐려지고 발표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불분명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입이 끝나기 전에 발표가 들을만한 내용인가, 관심이 가는가에 대한 판단을 마친다. 따라서 어휘와 문법에도 신경을 써서 발표자 자신에 대한 신뢰를 쌓아야 한다. ◆ 메모는 많지 않게 발표할 때는 ‘읽을거리’가 적을수록 좋다. 발표자의 경우 발표용 큐카드에 적은 글이 많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읽는 시간이 많아진다. 이렇게 되면 목소리가 딱딱하고 높낮이 없는 지루한 톤이 될 가능성도 크며 청중들과 눈을 마주칠 시간도 적어져 이해도를 확인할 수 없어진다. 더불어 청중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 자체가 평가 사항에 포함된 경우도 많아 점수까지 깎이게 된다. 발표 때는 글의 양에 대한 강박관념을 잠시 잊어버리자. 특히 슬라이드 사용 시 글의 양보다는 질에 신경을 쓰자. 꼭 필요한 내용이 아니면 과감하게 잘라버리자. 슬라이드쇼에 적힌 글이 많을수록 발표자보다 슬라이드쇼에 신경을 쓰게 되어 주객전도의 상황이 벌이줄 수 있다. 슬라이드쇼의 그림과 요약은 발표하는 내용에 대한 보충설명일뿐 그것을 대체해선 안된다. 슬라이드만 읽은 사람의 주제에 대한 이해도가 발표를 들으며 동시에 슬라이드를 참고한 사람의 이해도에 훨씬 못 미쳐야 정상이다. ◆ 속도는 느리게 숫기 없는 학생들이 발표할 때 ‘볼륨’ 다음으로 많이 받는 지적은 바로 ‘속도’다. 너무 조용해서 말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큰일이지만 너무 긴장해서 외운 것을 속사포처럼 내뱉는 것도 문제다. 발표 시 정해진 시간에 맞추는 것도 점수에 해당되기 때문에 긴장을 많이 타는 타입이라면 발표하며 의식적으로 말하는 속도를 늦추는 연습이 필요하다. 특히 내용을 외워오는 발표자들에게 중요하다. 또한 발표 내용을 달달 외워올 경우 중간에 한 문장을 잊어버리면 흐름이 끊겨버린다. 그 문장이 기억나지 않으면 그 다음 내용과도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결국 교사에게 ‘처음부터 다시 해도 되냐’는 질문을 하게 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선 에세이처럼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적기보다는 내용을 이해하고 주제별로 윤곽을 정리해 연습하는 것이 좋다. ◆ 종류별 숙지 사항 발표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이에 따른 준비 방법과 염려할 사항도 다르다. *1대 다수 발표: 혼자서 20여 명의 학생 앞에 서게 되는 발표라면 무엇보다 주제와 내용을 정확히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일일일 교사’가 되어 교실 앞에 서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발표하다가 더듬거리거나 노트를 찾아보는 일이 없도록 ‘외우기’보단 ‘이해하는 것’이 좋다. 마무리로 질의응답 시간이 마련되는 경우가 많으니 친구들이나 교사가 할 만한 질문을 미리 생각해두는 것이 좋다. *찬반논쟁: 반면, 하나의 주제를 두고 찬반을 나누는 논쟁(debate)이라면 리서치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굳히고 이를 뒷받침할 타당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반론(rebuttal) 순서를 염두에 두고 자신의 의견에서 상대방이 파고들 만한 ‘취약점’을 2개 이상 찾아내 이를 지적당했을 때 반박할 수 있는 증거도 미리 확보해야 한다. 논쟁을 하기 전후로 반 전체를 대상으로 한 투표를 진행해 얼마만큼의 의견 변화가 있었는지 점검하기도 하니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설명해 남을 설득시키는 능력이 중요하다. *소규모 토론: 같은 논쟁이라도 소규모로 대화하는 것처럼 진행하는 종류라면 얘기가 다르다. 소규모 토론을 할 때는 마찬가지로 확고한 의견과 증거를 마련하되 상대방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자신의 주장을 펼치되 상대방이 상반되는 의견을 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얼마나 부드럽게 대화를 진행하는지 역시 관점 포인트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발표 중 대화에 끼어들 틈을 못 찾고 머뭇거리는 친구에게 ‘너의 생각은 어때’라고 물어보는 것이 플러스가 될 수 있다. 슬라이드쇼 정리 1. 슬라이드 위에 올리는 글은 되도록 짧게, 주제를 순서대로 요약하는 정도가 좋다. 2. 배경은 화려하지 않고 차분한 디자인이 내용에 집중하기 적합하다. 3. 멀리서도 글과 사진이 보이는 깔끔한 폰트를 사용하고 배경과 글의 색 등도 확인한다. 4. 대부분의 경우 슬라이드에서 사용하는 글은 완벽한 문장이 아닌 포인트폼(point form)이어도 괜찮다. 5. 슬라이드 위의 글을 읽지 말자. 슬라이드를 보느라 관객에게 등을 돌리게 되기 때문이다. 꼭 노트가 필요하다면 따로 큐카드 등을 준비한다. 캐나다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