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없는 집 ‘벙걸로’ 르네상스 살기 편하고 투자효과 짱 "비싸도 산다" 높은 천장, 트인 실내, 1층 주침실 기본 건평 넓은 '로프트 혼합형' 구조도 인기

수년전까지만 해도 적어도 광역토론토(GTA) 일원에서는 단층단독주택(bungalow)을 짓는 건축업체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교외단지에 독특한 취향을 가진 소비자들을 위해 하나둘 정도 단층주택을 짓는 업자들은 간혹 있었다. 아주 외곽으로 나가면 맞춤형주택 전문업체 가운데 벙걸로를 신축하는 곳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GTA에서 거래되는 벙걸로의 99%는 기존주택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하지만 인구구성의 변화는 이같은 추세를 뒤바꿔놓았다. GTA 전역에 걸쳐 베이비붐세대의 고령화가 진행되며 새로운 형태의 벙걸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이들이 원하는 단층주택은 30년대에 보던 아담한 방 2개짜리나 50년대 목장식 벙걸로가 아니다. 디자인의 혁신으로 인해 오늘날 단층주택은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을 갖게 됐다. 요즘의 벙걸로는 반드시 단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로사니주택(Losani Homes)의 프레드 로사니 사장은 『누군가 벙걸로를 찾는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모든 것이 1층에 있는 집을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고 지적한다. 『소비자들의 「벙걸로」라는 말은 「독특한 라이프스타일을 찾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자신들만의 기준이 있다는 거죠. 보통 이는 모든 편의시설과 주침실이 같은 층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하곤 합니다.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죠.』 가장 최근인 8년전까지 로사니사장은 신축주택 가운데 3% 미만만을 벙걸로로 지었다. 그나마 인기는 시원치 않았다. 하지만 현재 그는 다양한 형태의 벙걸로형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그림스비의 코틀랜드 에스테이츠(Courtland Estates)나 앵캐스터의 리저브즈(The Reserves) 등 대부분의 신축단지에서 벙걸로형을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다. 로사니사장에 따르면 이들 벙걸로형은 요즘 가장 인기높은 디자인중 하나다. 하지만 다른 많은 개발업자들과 마찬가지로 로사니씨는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벙걸로를 제공하고 있다. 단독(detached bungalow), 반단독(semi-detached bungalow), 타운하우스(bungalow townhouse), 로프트 혼합형(bungalow with upper loft), 지하실에서 뒤뜰로 걸어나갈 수 있는 「높은 토대 벙걸로(raised bungalow)」 등에서 심지어는 1층에 주침실이 있는 2층짜리 주택도 포함된다. 『이미 베이비붐세대 첫주자(45년 직후 출생자)들의 은퇴가 시작됐습니다. 이들은 벙걸로를 자신들의 필요에 꼭 들어맞는 장기적 투자수단으로 여기고 있죠.』 캐시디건축 웨인 캐시디 대표의 말이다. 그는 히스우드 홈스, 트리뷰트 커뮤니티스, 마너크건축이 토론토 일원에 짓는 주택들 가운데 상당수를 디자인한 건축가다. 『베이비붐세대들은 단층주택을 자신들의 필요를 모두 충족시켜주는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벙걸로를 원해요. 앞쪽이 높은 형태의 벙걸로 디자인은 10~20년전보다 훨씬 복잡한 일이죠.』 벙걸로의 인기부활에는 디자인이 큰 역할을 했다. 외관은 주변의 2층짜리 주택들과 어울리게 디자인이 개선됐다. 상당수 벙걸로들은 급경사(high-pitched) 지붕과 높은 천장을 갖고 있다. 겉으로 언뜻 봐서는 주변의 2층주택들과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다. 인테리어 역시 과거의 벙걸로들과는 닮은 점을 찾기 힘들 정도로 달라졌다. 높은 천장과 넓은 공간은 기본이고 개방형 컨셉트의 실내플랜 또한 디자인을 향상시켰다. 로사니씨는 『정형화된(formal) 생활공간을 피하는 추세 덕분에 방의 개수를 줄일 수 있게 됐다. 거실과 다이닝룸을 원하지 않는 소비자들의 경우 공간을 잘게 쪼개지 않아도 돼 시원시원한 디자인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한다. 많은 건축업체에게 있어 넓은 공간은 넓은 부지(lot)를 의미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벙걸로의 평방피트당 가격은 일반적인 2층주택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로사니씨는 『벙걸로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은 가격에 그다지 구애받지 않는다』고 귀띔한다. 이들 소비자는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위해 필요한 대가를 치를 준비가 돼있는 사람들이라는 것. 요즘에는 젊은층 바이어들도 베이붐세대들의 본격 은퇴로 벙걸로스타일의 수요가 늘어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오르리라는 판단 아래 비싼 가격을 감수하면서 벙걸로형을 구입하고 있다고. 기존의 벙걸로보다 더 넓은 건평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안도 있다. 로프트 혼합형이 바로 그것이다. 트리뷰트 커뮤니티스의 마크 코헨 마케팅담당 부사장은 『벙걸로 바이어 가운데 로프트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한다. 트리뷰트는 현재 「윈필즈농장의 이웃들」 프로젝트에서 벙걸로 디자인을 제공하고 있다. 『주침실은 1층에 두고 경우에 따라 화장실이 딸린 손님방이나 작업실은 1.5층에 만드는 형태죠.』 트리뷰트는 대다수 벙걸로 디자인에서 로프트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로프트는 기본형에 비해 300~500평방피트가량 내부면적이 늘어나게 된다. 또 다른 인기옵션은 2층구조에 주침실을 1층에 두는 스타일이다. 이는 2번째 혹은 3번째 집을 장만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소비자는 자녀들이 웬만큼 자라서 2층의 아이들 방을 오가느라 계단을 자주 오르내려야 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거주기간도 상대적으로 길죠.』 위클리프 홈스 게리 벤스키 사장의 설명이다. 오로라 위클리프 가든스(Wycliffe Gardens)에서는 주침실이 1층에 있는 2층짜리 타운하우스 벙걸로를 구입할 수 있다. 클라인버그에 짓는 위클리프 컨추리 에스테이츠에서는 전통적 벙걸로와 벙걸로-로프트형을 분양중이다. 위클리프 가든스의 디자인은 대부분 주침실이 1층에 있는 형태로 바뀐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벤스키사장에 따르면 80년대에는 1층 주침실 디자인을 한번 시도했다가 큰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고. 하지만 오늘날 시장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엘스·월터 널링 부부는 오로라 소재 위클리프 가든스에 1층에 주침실이 있는 집을 구입, 1년 가까이 살아오고 있다. 이들 부부는 홀랜드 랜딩에 있던 3천평방피트짜리 2층주택을 처분한 뒤 살기 편하고 모든 일을 같은 층에서 처리할 수 있는 집을 찾기로 했다. 아직은 대학생인 아들과 함께 살고 있지만 새 집은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에 꼭 알맞은 디자인을 제공하고 있다. 손님들은 2층의 독립된 공간에 묵을 수 있다. 『우린 주로 1층에 산답니다. 1층에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으니 계단과 씨름할 필요가 전혀 없죠.』 안주인 엘스 널링씨의 자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