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와 대학, 수업, 과제, 시험 하늘과 땅차이 준비부족 신입생들 '눈물 쏙', 엄청난 전문서적·논문 독파 필수 , '속사포강의' 요점메모도 허덕허덕 , 왕년 우등생도 "낙제 면하면 다행"

트렌트대 신입생 이언 아서는 지도교수가 첫 과제로 독후감(book review)을 내주는 순간 강의실에 침묵이 흐르던 광경을 떠올린다. 『독후감 숙제를 받고 당황스러웠어요. 고등학교에서는 그런 걸 배운 적이 없었거든요. 6학년 때던가 그림을 곁들인 독후감을 내라는 숙제가 있었지만 대학교에서 그걸 숙제로 받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같은 1학년생 폴 킬런에게도 역사과목에서 받은 첫 과제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난해한 주제들로 가득찬 두툼한 책들을 모두 읽어와야 한다는 거예요. 고등학교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더군요.』 『솔직히 고등학교 때는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보이기 위해서라면 모를까, 저널이나 학술서적을 읽을 일이 없죠.』 아서의 푸념이다. 이들은 현재 고교에서 대학으로의 「전이과정」을 주제로 한 교육계-학생 패널토의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12학년과 13학년의 동시졸업(double-cohort)으로 인해 예년에 비해 특히나 많은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신입생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공부방법」과 관련된 것이다. 대학입학 전에 책이나 학술지 등을 인용하거나 대학스타일의 논문을 써본 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논문작성은 고사하고 교수의 강의를 들으며 어떤 부분이 메모해야 할 핵심인지를 파악하는 것조차 대다수 신입생들에게는 벅찬 일이다. 고교와 대학 사이의 「거리」는 예나 지금이나 상당하다. 모든 고교생들이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지 않는 이상 양쪽 시스템의 차이는 불가피하다. 학문적으로 앞서간다고 자부하는 대학들일수록 고교와의 교수법 차이가 크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적응이 힘들수록 도전의식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렌트대는 이같은 분석에 동의하지 않는 학교중 하나다. 이들은 차이를 좁히기 위해 신입생과 고교교사·행정담당자들과 정기적인 만남을 가져오고 있다. 지난 여름 첫 만남 때만 해도 이들의 우려는 동시졸업에 따른 이례적 상황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됐다. 4년짜리와 5년짜리 고교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을 같은 방법으로 지도할 경우 여러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곧, 「차이」에 따른 문제가 동시졸업생들에게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데 견해를 함께 했다. 고교와 대학 사이에는 그야말로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상당한 차이가 엄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요즘 들어 이들 차이의 조정과 관련해 부상하고 있는 문제들은 시간과 관련이 없는 것들이 많다』고 카와사 파인 리지 교육청의 피오나 화이트씨는 말한다. 토의를 주관하고 있는 트렌트대의 커뮤니티 파트너십 책임자 말렌 화이트씨는『교육자들은 초등학교에서 고교로 넘어가는 과정을 보다 용이하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며 『이젠 고교에서 대학으로의 전이를 돕는 방법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그는 『이 문제의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데 있어 고교교사들과 대학교수들간의 대화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수들이 신입생들의 현주소를 알아야 이들의 적응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수차례의 토의를 통해 내려진 결론은 학생들로 하여금 보다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비판적 사고와 분석력을 키우는 것도 신입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으로 지적됐다. 『고교에서는 대부분의 공부를 학교에서 합니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에 스스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죠.』 1학년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데이빗 글래스코 교수의 말이다. 학생패널들도 동의를 표시한다. 킬런군은 『고교 때는 아침 7시에 일어나 8시까지 등교하면 됐다. 종일수업을 마친친뒤 방과후활동에 참여하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는 일상이 반복됐다』며 『하지만 대학에 들어온후에는 생활이 전혀 짜임새가 없어 내가 학교를 다닌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교육전문가 아서 치커링은 대학생들의 「발달정도」를 7개분야로 구분한다. 경쟁성취도, 감정관리, 자율성, 정체성확립, 대인관계의 자유로움, 목표의 명확화, 통합성 개발 등이 그것이다. 치커링박사는 일반적인 대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는 첫 학기라고 강조한다. 『7개분야의 모든 발달문제에일시에 직면하는 데다 대학에서 어떻게 배우는 지를 배워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라는것. 메리 킴 올리버 트렌트대 교무과장은 『학문적 전이과정이 순조로울 경우 다른 개인적 발달과정 문제들도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학생들이 제일 먼저 직면하는 것은 인간적 경쟁력에 대한 총체적 시험입니다. 대학에 들어오면 모든 규칙이 바뀌는 셈이죠.』 학생패널중 한명인 신입생 멜라니 브런쉬양은 『고등학교 때는 별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성적이 좋았다. 점수가 좋아질수록 게을러지곤 했다』며 『하지만 대학에 와서는 몇몇 과목의 경우 낙제만 안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공부의 수준이 달라졌다』고 털어놓는다. 피터보로의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데브 프리모 교사는 『우리 학교의 경우 대학에 들어간뒤 보다 쉽게 적응하도록 돕기 위해 졸업반 학생들의 5문단식(5-pargraph) 에세이를 금지시켰다』고 설명한다. 5문단 에세이는 처음에 에세이를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효과적 교육법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지나치게 정형화된 에세이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프리모교사는 『졸업반 때는 비판적 사고와 시간관리법 등을 익힘으로써 대학생활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야 한다』며 스스로 공부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요령을 익히는 것이야말로 성공의 열쇠라고 강조한다. (내셔널 포스트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