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내 집은 있어야”… 캐나다인 67% 고물가에도 '내 집 마련' 꿈꾼다

RBC 봄 주택 소유 설문 조사… 응답자 67% 구매 의사 밝혀, 전년 대비 5%p 상승
생애 첫 구매 예정자 71% “이미 평균 11만 달러 저축”… 80%가 ‘인생 최대의 금융 이정표’로 인식
부모님과 동거 연장·출산 연기 등 희생 감수… 주택 소유주 59%는 ‘비용 상승’에 밤잠 설쳐

치솟는 주거비와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인들의 ‘내 집 마련’을 향한 열망은 오히려 더 뜨거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RBC(캐나다 왕립은행)가 발표한 ‘봄 주택 소유 설문 조사’에 따르면, 캐나다인의 3분의 2에 달하는 67%가 여전히 주택 소유를 꿈꾸고 있으며, 이는 지난해 62%보다 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내 집은 곧 경제적 독립”… 첫 구매자들 11만 달러 ‘실탄’ 장전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80%는 주택 구매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금융 이정표 중 하나로 꼽았으며, 73%는 이를 ‘경제적 독립’의 상징으로 여겼다. 특히 향후 2년 내에 집이나 콘도를 구매할 계획이라고 답한 비율도 32%에 달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생애 첫 주택 구매를 준비하는 이들의 치밀함이다.
2년 내 구매 계획이 있는 첫 구매 예정자의 71%는 이미 저축을 시작했으며, 이들이 모은 평균 저축액은 11만 339달러로 집계됐다. RBC의 브래드 에브젠 선임 모기지 전문가는 “시장 타이밍을 완벽히 맞출 수는 없지만, 현금 흐름과 부채 관리 전략을 철저히 세우는 ‘교육된 결정’을 내리려는 신중한 낙관론이 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출산 늦추고 부업까지… ‘내 집’ 위해 포기하는 것들

꿈은 간절하지만 그에 따른 희생도 적지 않다. 첫 주택 구매 예정자의 64%는 집값을 감당하기 위해 부업(Side Hustle)이나 제2의 직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46%는 자금을 모으기 위해 부모님과의 동거 기간을 늘릴 계획이며, 42%는 주택 마련을 위해 자녀 계획을 뒤로 미루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 집을 소유한 이들에게도 시름은 깊다. 응답자의 59%가 치솟는 주택 유지 비용에 대해 우려를 표했으며, 특히 향후 2년 내 모기지 갱신을 앞둔 소유주 중 58%는 갱신 시 잘못된 결정을 내릴까 봐 불안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 집’이라는 안식처, 생존을 위한 투쟁이 되다

이번 설문 결과는 캐나다인들에게 주택이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계급의 사다리’이자 ‘최후의 경제적 보루’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출산을 포기하고 부모님과 함께살며 모은 11만 달러라는 거금은, 오늘날 캐나다 청년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치러야 하는 보편적 대가다.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공급 정책과 금리 안정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주택 소유의 꿈’은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아닌 평생 짊어져야 할 ‘부채의 멍에’가 될 수도 있다.

토론토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