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은 로키의 비경 ‘레이크 오하라’를 가다 6~10월에만 쿼터제로 입산허용

3개월 전 예약 필수…경쟁치열 입 벌어지는 산사람들의 ‘성지’ 캐나다 로키는 하이커들의 천국이다. 그래서 세계 각지에서 산사람들이 몰려든다. 무수히 많은 높고 낮은 트레일들이 거미줄같이 얽혀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이 어디냐고 물으면 전문 산악인들은 요호국립공원(Yoho National Park) 은밀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레이크 오하라(Lake O’Hara)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필자는 지난 8월8일부터 3박4일간 레이크 오하라에서 야영을 하면서 뭇 산악인들이 이곳을 가리켜 ‘로키의 보석(crown jewel)’ 혹은 ‘산사람들의 성지’라고 부르는 이유를 몸소 체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어디 나뿐이겠는가. 토론토에서 함께 간 일행도 지구상에서 이곳을 따를 경치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감탄을 연발했다. 로키를 가본 사람은 많다. 그러나 깊은 산 속에 수십 개의 산악호수와 정수리에는 언제나 눈으로 덮여있는 험준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특수한 지형인 레이크 오하라를 들어가 본 사람은 극히 적다. 왜 그런가? 들어가는 사람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6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하절기 동안만 극히 적은 숫자를 입산시킨다. 이같이 쿼터제를 실시하는 것은 훼손되기 쉬운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이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그렇기 때문에 캠핑장을 얻기란 7월과 8월의 경우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고 말해도 가히 틀린 말이 아닐 정도로 어렵다. 캐나다데이(7월1일), 시빅 할러데이(8월9일), 노동절(9일3일) 등 연휴 때는 더욱 그러하다. 캠핑장은 도착일 3개월 전부터 예약이 가능하다. 물론 전화예약이다. 30개의 사이트(site: 텐트를 한 개 칠 수 있는 공간)를 놓고 세계 각지에서 장거리전화를 하기 때문에 당일 아침 8시(Mountain Time) 정각에 다이얼을 돌려도 불가능에 가깝다. 필자 일행도 시빅 할러데이 연휴에 그곳에서 지내기 위해 5월4일 아침 8시에 여러 명이 동시에 전화를 계속 걸었으나 통화중이었다. 1시간 후 전화가 걸리기에 반가워했더니 이미 빈자리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4일 후에 다시 8시 정각부터 전화를 걸기 시작해 30분쯤에서 가까스로 예약을 하는 행운을 얻었다. 이렇게 해서 요호국립공원의 요호계곡(Yoho Valley) 트레일을 4박5일간 횡단한 후 레이크 오하라로 들어가게 됐다.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에메랄드빛 호수도 로키의 매력을 더해 준다. 알버타주 캘거리에서 2시간쯤 북서쪽으로 달리면 나오는 밴프에서 시작해 북서쪽으로 약 300km 거리에 있는 재스퍼까지를 가리키는 캐나다로키의 매력은 다름아닌 호수다. 세계 10대 절경이라고 하는 레이크루이스는 방문자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곳에서 약 10km 떨어진 곳에 모레인호수(Lake Moraine)가 있다. 호수 뒤에는 ‘텐픽스(Ten Peaks)’라고 불리는 깎아지른 듯한 봉우리들이 솟아 있다. 보우(Bow)강 계곡에 자리잡은 밴프가 캐나다로키 관광의 앞문이라면 재스퍼는 뒷문이다. 이를 연결하는 도로가 바로 아이스필드 파크웨이(Icefield Parkway)다. 장대한 대자연의 원래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캐나다로키는 야생동물의 천국이다. 여기서는 회색곰·흑곰·산양·무스 등 야생동물이 주인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캐나다를 관통하는 대륙횡단 고속도로인 하이웨이 1번과 아이스필드를 차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길가에서 무리지어 풀을 뜯는 동물들을 목격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캐나다로키의 절경은 도로에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남한면적의 절반에 맞먹는 광활한 캐나다로키의 진수를 실감하는 방법은 걸어서 내륙으로 들어가 그 속에서 실제로 야영(camping)을 하는 것이다. 그 속에 들어가면 도로에서는 접할 수 없는 엄청난 절경을 만날 수 있다. 걷는 것은 돈이 들지 않을 뿐더러 좋은 운동이 되니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필자가 들어가는 날은 전날부터 간혈적으로 내리기 시작한 비로 구름이 오락가락 했다. 예약된 오후 3시30분 버스에 몸을 실었다. 비경 중의 비경을 탐사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비포장도로 14km를 달려 캠핑장에 도착하니 왼편에 하늘 높이 우뚝 솟은 바위산이 나를 압도했다. 캠핑장 시설이 너무나 훌륭했다. 여러 차례 로키에서 텐트 치고 캠핑을 해보았지만 시설이 이렇게 훌륭한 곳을 보지 못한지라 감격하기까지 했다. 텐트 치는 사이트가 잘 정돈되어 있는 점이 우선 맘에 들었다. 간밤에 비가 많이 왔으나 자갈 위에 흙을 덮어 빗물이 고이지 않고 이내 밑으로 스며들었다. 캠프장에 공동시설이 마련되어 있는 점이 여타 오지(backcountry) 캠핑장과는 달랐다. 공동시설은 장작스토브가 설치된 키친셸터(kitchen shelter) 2곳, 장작불을 피울 수 있는 곳(fire pit) 1곳, 장작과 도끼가 들어있는 창고, 여러 개의 피크닉테이블,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우물물 등이다. 이외에 밤에 곰이 음식냄새를 맡고 텐트로 찾아오는 것을 막기 위해 캠프장에 설치된 음식보관함이 훌륭했다. 저녁식사 후에도 계속 비가 내려 텐트 안에 들어가고픈 마음이 나지 않아 키친셸터 안 난로 옆에 앉아 졸다가 자정이 훨씬 넘어 잠자리에 들었다. 다행이 텐트와 침낭이 완전 겨울용이라 추위를 모르고 아침까지 잘 수 있었다. ▲ ‘애봇 패스 헛’으로 가는 길목에서 내려다 본 ‘오이사 호수’. 풀 한 포기 없는 바위산들이 둘러싸고 있다. *알파인 트레일 완주 야영 두 번째 날이 밝았다. 아침 7시에 기상,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산행을 떠났다. 오하라는 트레일이 거미줄같이 연결되어 있다. 로키 안에서 트레일 망이 가장 잘 마련되어있는 곳이 바로 오하라다. 오하라 호수 반경 5km 내에 위치한 코스가 약 80km에 달한다. 이들 코스는 로렌스 그라시(Lawrence Grassi)와 같은 명사들이 90여 년에 걸쳐 일구어 놓은 것이다. 특이한 야생동식물이 많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웅장하고 아름다운 산들에 둘러싸인 레이크 오하라 지역의 변화무쌍한 트레일은 길이가 짧게는 2km에서 길게는 12km까지 다양하기 때문에 자신의 체력에 맞게 택할 수 있다. 3일 동안 트레일 모두를 섭렵할 수는 없는 터라 산악인들이 택하는 난이도 높은 알파인 루트(alpine route)만을 완주했다. 오하라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준령들의 허리를 끼고 도는 알파인 코스는 시계방향으로 위왝시 갭(Wiwaxy Gap·1.5km)→휴버 레지스(Huber Ledges·1.7km) →유크네스 레지스(Yukness Ledges·2.2km)→올 소울스 프로스펙트(All Souls Prospect·2km)→오다레이 하일라인(Odaray Highline)과 오다레이 그랜드뷰 프로스펙트(Odaray Grandview Prospect·2.5km) 등 5개다. 알파인 코스는 수목이 거의 없는 바위산에 겨우 나있는 오솔길이기 때문에 드문드문 바위에 새겨져 있는 표시판(푸른색 바탕에 노란색 11자)을 살피면서 조심조심 발을 옮겨야 한다. 자칫 실족했다가는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지기 십상이다. 고도에 따라 형태를 달리하는 청록색 호수와 주변경치들이 발목과 시선을 사로잡았다. 카메라셔터를 쉴새없이 누르다보니 언제나 일행의 대열에서 뒤쳐지기 일쑤였다. 이곳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는 영국의 퇴역장교 로버트 오하라의 이름을 딴 오하라 호수는 로키 안 다른 어느 곳에도 따를 수 없는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코스지만 그 중에서도 위왝시 갭과 휴버 레지스(Huber Ledges·1.7km)를 잇는 코스와 마지막 날에 찾아간 오레이 그랜드뷰 프로스펙트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무너져 내릴 것 같은 3,368m의 휴버산(Mount Huber) 밑을 지나는 휴버 레지스를 지나면서 오하라 호수를 잇는 또 다른 호수가 4개가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오하라 지역 일대에는 크고 작은 호수가 무려 24개에 달한다). 오다레이 그랜드뷰 프로스펙트 루트는 오하라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고봉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이상적인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적이 드물다. 야생동물의 주요 통로(McArthur Valley-Cataract Brook)이기 때문에 동물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오다레이 하일라인을 통행하는 사람의 수를 자발적으로 줄여주기를 국립공원 측이 희망하기 때문이다. 이 통로를 통해 회색곰(grizzly bear)의 이동이 잦아지는 8월15일부터 약 한달 동안에는 오다레이 하일라인를 통과하는 사람의 수를 2그룹 이하로 제한한다. 이 기간 동안에 이곳을 통과하려면 특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통로는 로키의 서쪽 경사지에 서식하는 동물들과 동쪽 경사지에 서식하는 동물들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정상에서 만난 마못(marmot)과 호숫가 자갈비탈길에서 느닷없이 마주친 큰뿔산양(bighorn sheep) 역시 필자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고개의 내리막길에서 열매의 씨(berry)가 섞인 곰 분비물을 발견했던 터라 혹여 곰을 만나지 않을까 가슴이 두근거렸으나 그와 같은 불상사는 다행히 없었다. 7박 중 마지막 사흘 밤은 비가 오락가락하는 통에 적지 않은 고생을 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비를 만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천에 대비, 출발 전에 나름대로 준비를 했으나 텐트가 고산지대의 우천에는 적합하지 않음을 발견했다. 닷새째인 8월10일(목) 캠프장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비를 흠뻑 맞으며 텐트를 치는 중에 저체온증이 찾아와 고생을 했다. 그 날 낮, 길을 잘못 들어 고생을 한 데다가, 산 속에서 우박을 맞으며 점심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함으로써 에너지가 거의 없어졌으니 그럴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산악인의 숙소 ‘헛’ 야영 셋째 날인 금요일. 산악인들만이 모이는 산마루의 쉼터 ‘애봇 패스 헛(Abbot Pass Hut)’을 찾아가는 날이다. 아침 9시 일행 6명은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에 산행을 시작했다. 해발 2,035m에 자리잡은 오하라 호수의 물가를 따라가다 레이크 오이사 트레일(Lake Oesa Trail)을 만나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 길은 오하라 호수의 근원지인 오이사 호수로 가는 산길이다. 조그만 폭포(Seven Veils Falls)를 지날 무렵 밴쿠버에서 왔다고 하는 젊은이 일행을 만났다. 애봇 패스 헛에서 이틀간 묵으면서 주변의 3천m가 넘는 산들을 등정하고 내려오는 길이라고 했다. 이들은 눈이 많이 내릴 것 같아 일찍 하산했다면서 길이 눈에 덮여 찾을 수가 없을 테니 자신들이 미끄러지며 내려온 자갈길을 따라 올라가라고 일러주었다. 약 2시간 후인 11시경 해발 2,270m에 자리잡은 마지막 호수 오이사에 도달했다. 캠프장에서 이곳까지는 비교적 순탄한 길이었기 때문에 그런 대로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었다. 우리 일행은 오이사 호숫가에서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나를 포함한 2명은 ‘애봇 패스 헛’으로, 나머지 4명은 유크네스 레지스 알파인 루트로 향했다. 나는 ‘애봇 패스 헛’에 가기 위해 전날 오후 늦은 시간까지 유크네스 레지스와 올 소울스 프로스펙트 등 2개 루트를 미리 탐사했다. 막상 지도에도 표시돼 있지 않은 급경사의 길을 따라 나서려니 마음의 갈등이 생겼다. 눈이 덮여 길도 보이지 않는데 과연 당일로 갔다올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늦어도 오후 6시까지 캠프장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과연 가능할까? 자신감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행자가 먼저 출발했기 때문에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배낭에서 건빵과 건포도를 껴내 먹으면서 자갈길을 따라나섰다. 여기서부터 헛까지의 고도가 652m. 점점 멀어지는 오이사 호수를 뒤로 하고 한참동안 벼랑길을 걸으니 바위 무더기가 넓게 퍼진 구릉이 나왔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본격적인 자갈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선두가 간 길을 따라 자갈길을 오르고 또 올랐다. 오른손에는 카메라, 왼손에는 스틱을 들고 가파른 자갈길을 걷기란 여간 어렵지 않았다. 한 발자국 올라가면 두 발자국 밀려 내려오기도 했다. 구름이 시야를 가리더니 어느새 본격적으로 눈이 오기 시작했다. 아직도 산장은 보이지 않았다. 길은 더욱더 가팔라지고 선두와 거리는 점점 더 멀어졌다. 카메라를 배낭에 집어넣고 싶었으나 좋은 장면을 놓칠까봐 그럴 수도 없었다. 눈보라가 더욱 세차지면서 천둥소리가 들렸다. 겁에 질린 나는 눈 바닥에 바짝 엎드리면서 왼손의 스틱을 멀리 내동댕이친다. 카메라도 쇠붙이라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던져 버릴 수가 없었다. 귀중한 재산목록이니까. 그 뒤 천둥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기에 일어나 납덩이처럼 무거운 걸음을 다시 옮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산장이 보인다”는 외마디 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온 몸에 힘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조금 뒤 나 자신도 산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20분쯤 후 산장이 있는 산마루에 가까워지면서 엉금엉금 기어서 올라갔다. 그때가 오후 2시10분. 바람이 너무 세차서 능선 너머로 날아갈 것 같았다. 산마루에서 바라다 본 반대편은 엄동설한의 설국(雪國) 바로 그것이었다. 산악지도에서만 보던 ‘죽음의 덫’이 바로 눈앞에 펼쳐졌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한가롭게 구경하도록 내 몸이 하락하지 않았다. 우선 사람이 살아야겠기에 사방을 자세히 살필 사이도 없이 헛 안으로 뛰다시피 들어가니 아무도 없었다. 우선 급한 대로 난로에 장작을 지펴 불을 피운 뒤 부엌에 들어가 보니 프로판가스를 사용하는 취사도구가 완비되어 있었다. 찬장 속에는 여러 종류의 간이음식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물론 커피도 있었다. 나는 하산하는데 필요한 열량이 시급하기에 배낭 속에 비상식품으로 넣어둔 분유(dry milk)와 초콜릿 가루를 꺼내 몽땅 큰 냄비에 부어 핫초콜릿을 만들어 둘이서 나누어 먹고 각자 물통에 하나 가득 담아 배낭에 넣었다. 이 높은 산꼭대기에 샘물이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어 남이 길어다 놓은 물을 사용했다. 나중에 알 사실이지만 아슬아슬한 비탈길을 한 20분쯤 내려가면 골짜기를 흘러 내려가는 맑은 물이 있다. 핫초콜릿을 마시면서 몸의 열기를 돋우고 있는 참에 캘거리에서 왔다고 하는 한 청년이 들어왔다. 그 친구로부터 산장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고 난 후 방명록에 소감을 적고 있는데 다른 그룹이 당도했다. 이들 모두는 예약 셔틀버스를 타고 오하라 레이크를 통해 온 산악인들이다. 이들은 들어오자마자 나무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 각자의 잠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바닥에 깔려있는 담요 위에 침낭을 올려놓았다. 산장은 24명이 정원이다. 2층은 침실이고 1층은 취사실과 거실이다. 땔감과 프로판가스는 헬리콥터를 이용해 정기적으로 실어온다. 이 헛은 빅토리아산(Mount Victoria·3,464m)과 레프로이산(Mount Refroy·3,423m)을 등정하는 하이커들의 베이스캠프다. 산장에서는 루이스 쪽에서 볼 수 있는 빙하가 왼편 아래로 보이고, ‘죽음의 덫’ 저편에는 레이크 루이스에서 오르는 산길(Plain of Six Glaciers)의 끝자락이 보인다고 하는데 눈발에 시야가 가려 보이지 않았다. ‘애봇 패스 헛’이 있는 곳은 BC주와 알버타주의 경계선이자 대륙분기점(Continental Divide)이 지나가는 곳이기도 하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비가 BC주 쪽으로 떨어지면 태평양으로, 알버타 쪽으로 떨어지면 흘러 흘러 대서양으로 들어간다. 떠날 준비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오면서 건물 앞에 헛의 역사가 적힌 동판이 세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1899년 로키에 온 스위스 산악가이드들을 기리기 위해 1922년 설립된 이 셸터는 스위스 알프스에 있는 헛의 모양을 본 딴 것이다. 돌을 제외한 모든 건축자재는 말을 이용해 로워 빅토리아 빙하(Lower Victoria Glacier)까지 운반한 다음 정상까지 급경사의 마지막 구간은 가이드들이 직접 날랐다. 하룻밤을 자면서 산장에서의 생활을 경험하고 싶기는 했으나 미리 예약도 되어있지 않은데다 자고 갈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터라 오후 4시에 하산 길을 재촉했다. 내려오는 길은 시간이 단축되어 오후 6시경에 캠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일행은 우리 둘이 먹을 저녁식사를 만들어 놓고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었다. ▲ 가는 길 캘거리 방향에서 오는 사람은 레이크 루이스 타운을 지나 대륙횡단 하이웨이(Trans-Canada Highway·1번 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가다 BC주와 알버타주의 분기점인 키킹호스 패스(Kicking Horse Pass)를 지나면 레이크 오하라로 들어가는 진입로의 출발점인 주차장의 안내판이 나온다. 주차장은 철길을 지나면 금방 나온다. 주차장 진입로까지 레이크 루이스 타운에서 약 11km, 키킹호스 패스에서 약 3km다. 밴쿠버 방향의 경우, 요호국립공원의 유일한 산간마을인 필드 빌리지(Field Village)를 지나 면 키킹호스 고갯마루 못 미쳐 오른편에 주차장 안내판이 있다. 필드마을에서 주차장까지의 거리는 약 15km. ▲ 셔틀버스 예약절차 레이크 오하라까지 도로가 있다. 그러나 예약된 사람만 탑승이 허용되는 셔틀버스를 제외한 일반차량의 통행은 금지돼있다. 12km에 달하는 진입로와 나란히 있는 하이킹 길을 따라 걸어서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자전거는 허용되지 않는다. 돌아 나올 때는 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나오는 편도요금은 9.90달러. 셔틀버스 예약은 도착일 3개월 전부터 전화로 가능하다. 예약이 되었을 경우 30분 전에 주차장에 도착하면 공원관리가 예약자 명단을 확인하고 탑승시킨다. 차를 타면 트레일 지도와 안내서를 나누어 준 뒤 출발한다. 당일 산행에 들어가는 사람은 서둘러 첫차를 타는 것이 좋다. 들어가는 차량은 예약된 시각을 지켜야 하지만 나올 때는 편리한 시각을 이용하면 된다. 셔틀버스 시간표는 ◆들어가는 시각 오전 8시30분, 10시30분, 오후 3시30분, 5시30분 ◆나는 시각 오전 9시30분, 11시30분, 오후 2시30분, 4시30분, 6시30분 등이다. 이외에 예약된 당일치기 방문자들도 탐승이 가능하다. 당일치기의 경우 하루 42명으로 제한한다. 예약비 12달러와 왕복운임 15달러를 예약 시 신용카드로 납부해야 한다. 출발시각은 오전 8시30분과 10시30분이고 나오는 시각은 오후 3시30분과 오후 6시30분이다. 미처 예약을 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선착순으로 분배되는 여섯 좌석을 예비해 두고 있다. 들어가기를 원하는 날 하루 전에 필드에 있는 방문자센터(Field Visitor Centre)에 나타나야 한다. 방문자센터는 오전 9시에 문을 열지만 직원이 오전 8시에 문이 닫힌 정문 앞에 나와 이름을 적기 때문에 희망자는 오전 8시 훨씬 전에 도착,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출발하는 날 이른 아침에 레이크 오하라 진입로에 가면 취소자가 있을 경우 빈자리를 얻을 수 있다. ▲ 캠핑장 예약절차 요호국립공원에 속한 오하라는 때묻지 않은 청정지역으로 보호하기 위해 들어가는 사람을 제한하는 로키 내의 유일한 지역이다. 그나마 6월 중순부터 10월 첫 주까지만 입산이 가능하다. 지나가는 일반관광객에게는 ‘그림에 떡’일 뿐이다. 로키 안에는 밴프국립공원의 레이크 루이스와 레이크 모레인, 요호국립공원의 레이크 에메럴드 등 절경들은 진입로가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나 구경할 수 있지만 레이크 오하라 만은 그렇지가 않다. 철저한 쿼터제를 적용하여 예약된 극히 제한된 숫자만 허용한다. 레이크 오하라 지역 셔틀버스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30개의 사이트로 구성되어 있는 캠프장, 캐나다산악연맹(Alpine Club of Canada)이 관리하는 2개의 헛(hut), 오하라호수 변에 위치한 로지(lodge)의 예약자들이다. 셔틀버스는 원칙적으로 이들을 수송하기 위한 것이다. 때문에 이들 장소에 예약할 때 셔틀버스도 함께 예약된다. 캠프장은 최고 3개월 전부터 예약이 가능하다. 예약은 전화(250-343-6433)로만 허용된다. 8월1일 도착일이면 5월1일부터 예약을 받는다. 예약시간은 현지시각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전화 걸 때 신용카드를 준비해야 한다. 예약할 때 셔틀버스 요금(성인 14.85달러), 캠프장 사용료(하루 9.90달러), 예약비(11.85달러)를 납부해야 한다. 취소 시 예약비는 환불되지 않는다. 한 그룹이 묶을 수 있는 기간은 최대 3일 밤이며 한 그룹의 인원수는 6명을 넘지 못한다. 7명이면 두 그룹으로 나눠 예약해야 한다. 미리 예약한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배려도 마련되어 있다. 국립공원 측은 6명의 당일치기 자리와 3개 내지 5개의 캠프사이트에 한해 24시간 예약제도도 병행하고 있다. 물론 전화로만 예약이 가능하다. 방문하고자 하는 바로 전날에 전화하면 된다. ▲ 통나무집 ‘로지’ 호수변에 세워진 레이크 오하라 로지(Lake O’Hara Lodge)는 통나무집이다. 1928년에 지은 로지와 식당은 계속적으로 시설개수를 해 내부는 현대식이다. 가격에는 음식, 세금, 셔틀버스 운임 등이 포함된다. 숙박은 최소한 2일. 캠프장과는 달리 일주일 이상도 숙박이 가능하다. 숙박비가 비쌈에도 불구하고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 여름철 숙박정원은 50명. 1인당 숙박비는 방의 구조에 따라 가격에 차등이 있다. 디럭스(deluxe) 캐빈은 하룻밤에 500달러나 하는데도 수개월, 심하게는 1년 이상을 기다려야 차례가 온다. 예약전화: (250)343-6418 매년 이곳을 다시 방문하는 사람이 70%나 되고 그 사람들한테 우선권을 준다고 한다. 산행 중 만난 플로리다에서 온 어느 노부부는 2주일간 머문다면서 “이렇게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은 처음이라며 감탄을 연발했다. (자료: 한국일보, 글:김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