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이토비코 블루칼라村 토론토 주택시장 ‘총아’로 이슬링턴-키플링 사이 레이크쇼어

‘뉴 토론토(New Toronto)’라고 불리는 남부 이토비코(Etobicoke)의 블루칼라 동네가 새로운 부동산 핫마켓으로 떠오르고 있다. TV프로듀서인 티나 재다뇨씨는 원래 번화한 론체스밸스 애비뉴의 아파트에 살다가 남자친구 레이 오르사바씨와 함께 집을 구입해 다운타운에서 서쪽으로 한참 떨어진 이 동네까지 옮겨오는 데 처음에는 망설이기도 했다. 이 지역은 공장지대였다가 쇠퇴했던 흔적이 동네 거리의 상가에 여전히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는데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매료돼 버렸다. 재다뇨씨는 “전에 살던 집에서는 보통 앰뷸런스나 전차, 기차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곳은 마치 딴 세계에 와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여전히 그녀는 큰길로 걸어나가기만 하면 바로 만날 수 있던 이전 동네의 과일가게와 델리점을 아쉬워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이 동네 고참들이 대부분 그렇듯 가까운 ‘노프릴스(No Frills)’까지 일주일에 한 번 운전해 가서 장을 봐오는 것으로 습관을 바꿨다. 거래증가율 최고 재다뇨씨는 남부 이토비코를 변화시키고 있는 새로운 인구집단의 한 부분이다. 실제 토론토부동산협회(TREB)에 따르면 이 지역은 지난 4월 토론토에서 가장 매매가 활발했던 동네였다. 그 달에 이 지역은 어떤 TREB 구역보다 가장 높은 연간 23%의 주택매매 증가율을기록했다. 77년부터 이 동네에서 살며 이 지역 부동산중개업계의 터주대감 노릇을 하고 있는 폴 지로디씨는 레이크쇼어 불러바드 웨스트를 따라 이뤄지고 있는 신축콘도개발이 일부 요인이 되고 있기도 하지만, 전에 지역 중공업체 노동자들이 살던 잡다한 주택들의 판매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로디씨는 “오픈하우스를 개최하면 중개인들이 시내 전역에서 고객들을 데려와 이 지역이 얼마만큼 붐을 이루고 있고 그에 사람들이 반응하며 더더욱 이런 붐에 부채질을 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며 “이 지역이 크게 주목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가 지적한 또다른 이유는 새로 생긴 공원에다 조깅과 자전거 타기에 좋은 트레일, 점점 더 늘어나는 호변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수요(이 동네에는 6개의 요트클럽이 있다), QEW에서의 진출로 개선 및 5천명의 학생들로 이 동네를 활성화시킨 험버 칼리지의 레이크쇼어 캠퍼스 등을 들 수 있다. 이 대학의 음악전공 학생들은 엄청나게 확대된 지역축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11·12일 양일간 개최된 ‘The Brass in the Grass’ 재즈페스티벌은 관광객들은 물론 잠재적인 주택구입자들을 다운타운으로부터 끌어들이는 좋은 기회가 됐다. 주택고급화 가속 이렇듯 주목을 받는 덕택에 이슬링턴 애비뉴와 키플링 애비뉴 사이에 있는 ‘뉴 토론토’, 즉 남부 이토비코의 중심 부분에서는 이미 진행중인 주택고급화(gentrification)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공장지대였던 과거 이 지역의 거주민들이 이주해나간 이후, 고학력에 주로 TV나 영화 혹은 신문·잡지 같은 인쇄매체 등에 종사하는 30대 커플들이 다운타운과 파크데일 그리고 하이파크의 아파트로부터 이주해 들어오고 있다. 재다뇨씨와 마찬가지로 그녀의 남자친구인 로이 오르사바씨도 시티TV를 위해 일하는 카메라맨으로 이 지역에 동료들이 10여명 넘게 살고 있다. 오르사바씨는 “내 가장 친한 친구가 이 길 바로 위쪽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커플은 이 친구집에서 구입제의(offer)가 수락되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4군데서 구입제의가 들어온 이 에메럴드드 크레슨트의 3베드룸 벙걸로는 35만2천달러에 이들 커플에게 팔렸다. 이미 두 차례나 이 지역의 집을 노렸다가 쓴맛을 본 재다뇨씨는 이 동네에서 벌어지는 입찰경쟁에 완전히 기가 죽었다고 말했다. 한편 레이크쇼어 불러바드를 따라가다보면 이 동네의 혼합된 풍경이 드러난다. 건축적으로 보면 비치스타일의 카티지들이 있는가 하면 돌사자로 장식된 모던한 벙걸로가 있고, 화분과 장식 나무조각으로 꾸며진 스위스 스타일의 샬레(chalet)와 스터코(stucco)로 외관을 마감한 거창한 신축주택, 실용적인 임대용 트리플렉스(triplex), 그리고 수백여 개별적인 스타일의 작은 세미디태치드와 디태치드 하우스들이 비교적 큰 마당들에 자리잡고 있다. 노변 상가에는 폴란드 이민자가 주를 이뤘던 공장노동자들을 상대로 했던 델리점과 오래된 식당들이 한 켠에 자리잡고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는 다운타운에서나 봄직한 이국적인 타이 식당과 요가스튜디오, 작은 에스프레소바 등이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젊은 전문직 급증 ‘롱브랜치(Long Branch)’의 북단에는 여전히 ‘캐스트롤(Castrol)’과 ‘아빈 메리터(Arvin Meritor)’ 공장이 가동중이지만 ‘뉴 토론토(New Toronto)’ 지역에는 1층에는 가게가 있고 위층은 아파트인 2층 건물들이 주를 이룬다. 키플링 애비뉴 근처 레이크쇼어 불러바드의 북쪽편을 따라서는 ‘대니얼스(Daniels)’사가 지은 타운하우스 단지가 세 블록을 차지하고 있다. 이 164가구의 서브디비전은 원래 ‘굿이어 타이어(Goodyear Tire)’와 ‘러버플랜트(Rubber Plant)’가 있던 자리에 세워진 것이다. 레이크쇼어의 콘도를 비롯해 이 지역에서 8년 가까이 살아온 오르사바씨는 레이크쇼어 불러바드의 경관이 좀체 나아지지 않는 게 불만이지만 문제는 사람들이 근처 작은 가게에서 쇼핑하기보다는 ‘셔웨이 가든스(Sherway Gardens)’ 몰이나 퀸스웨이를 따라 서 있는 대형할인점들로 향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도 오르사바씨는 10피트가 넘는 히말라야 삼나무들로 둘러싸인 큰 뒷마당을 좋아하고 집 크기가 작은 것에도 별로 구애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동네 집들은 대개 1천평방피트 안팎이다. 대부분의 이웃들과 달리 그는 벙걸로에 2층을 덧붙일 계획도 없다. 새로 이사온 이들 가운데 2층을 증축하는 것은 가장 선호되는 레노베이션이기도 하다. ‘모듈러 홈 애디션스(Modular Home Additions)’라는 회사는 이 지역에서 조립식으로 된 2층을 며칠만에 집 위에 올려주는 방식의 증축을 전문으로 해서 재미를 보고 있다. 오르사바씨는 “이 동네에 오래 머무르고 싶지만 좀더 큰 집이 필요한 사람들이 주로 2층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중개인 지로디씨는 “이 지역은 마치 한 마을같다. 모든 사람이 서로 알고 이곳이 주는 작은 마을 같은 느낌과 긴밀한 친구관계 때문에 이 동네에 머물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자료: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