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키 최고봉’ 롭슨산을 가다 알버타-BC주 경계...1913 주립공원 지정

▲ 롭슨 정수리 아래를 포근히 감싸고 있는 4개의 빙원(glacier) 중 하나인 롭슨빙원의 끝자락에 아름다운 야생화가 피어있다. 버그호수 상단에서 시작되는 스노버드 트레일(Snowbird Trail)을 따라가면 롭슨빙원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캐나다 로키 속의 해발 3,,400m 이상 되는 30여 개의 산 중에서 가장 높은 것은 어디 있으며 높이는 얼마나 될까? 정답은 캐나다로키국립공원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재스퍼국립공원의 서북경계선을 살짝 벗어난 곳에 있는 롭슨산(Mount Robson)이며 높이는 해발 4천m에 약간 못 미치는 3,964m다. 그렇다고 해서 캐나다에서 제일 높은 산은 물론 아니다. 그동안 3차례에 걸쳐 로키의 험난한 내륙을 백패킹으로 탐사한 필자는 8월 초 등산동호인 4명과 함께 8박9일간 이 산을 섭렵하고 돌아왔다. 로키의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교통편이 불편해 미루어 오다 금년에 결단을 내린 것이다. 재스퍼국립공원의 중심지인 재스퍼 타운에서 서북쪽으로 16번 도로를 따라 88km 지점에 위치한 롭슨은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가 1913년에 주립공원으로 지정하여 특별관리를 하고 있는 명산이다. 롭슨은 이름과 높이와 첫 등반자 등 여러 분야에서 분쟁을 일으킨 산이다. 알버타와 BC주의 경계에 관해서도 분쟁이 있었던 곳이다. 오늘날의 이름을 갖게 된 배경에 대해 정설이 없다. 허드슨베이의 중개인이자 나중에 연방의원을 지낸 로벗슨(Colin Robertson)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설도 있고, 1889년부터 1892년까지 BC주수상을 지낸 롭슨(John Robson)의 이름을 땄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이 이론도 역시 믿을 만하지 못하다. 밀튼(Milton)과 치들(Cheadle)의 1864년 공저 ‘마운트 롭슨’에 이미 거론되었기 때문이다. 산악인이자 역사학자인 J.M. 쏘링턴(Thorington)은 모피교역자의 일기에도 롭슨산이 거명된 것을 발견했다. 쏘링턴은 당시 모피교역자 여러 명 가운데 한 사람의 이름이 롭슨(Robson) 혹은 로벗슨(Robertson)이 아니었을까 추측하고 있다. 누가 최초로 롭슨을 등정했는지에 대해서도 설이 분분하다. 조지 키니(George Kinney)와 컬리 필립스(Curly Phillips)는 1909년 롭슨을 초등했다고 주장했다가 필립스가 나중에 정상까지 도달하지는 못했다고 스스로 밝혔다. 1913년 콘래드 케인(Conrad Kain)과 동료 2명이 북면을 올라 실질적인 초등을 이뤄냈다. 산의 상단부는 만년설에 덮여 있고 정상에는 항상 구름이 끼어 있어 정상을 바라보는 것이 쉽지 않다. 구름이 끼지 않은 롭슨산을 보았다면 행운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런 행운을 필자일행은 만끽했다. 정상 부근인 버그호수(Berg Lake)에서 5일간 캠핑을 하면서 정수리 부분에 구름 한 점 없는 날을 3일이나 겪었다. 롭슨산의 진수를 맛보려면 버그호수 트레일을 이용해야 하고 야영을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야영허가는 도착일로부터 3개월 전에 예약이 가능하다. 7개의 야영장 중에서 버그호수 캠프장은 가장 인기가 있기 때문에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 로키의 내륙을 지금껏 다녀본 중에 롭슨산만큼 하이커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은 보지 못했다. 산을 개방하는 5월 중순부터 10월까지 한 시즌에 야영을 겸한 하이킹을 하는 연인원이 8천 명 정도에 달하는 것을 봐도 인기를 알 수 있다. *8월1일(금) 전날 밤 10시45분 토론토공항 출발한 비행기가 4시간12분간의 비행 끝에 캘거리에 00시57분 도착했다. 늦은 밤 비행기를 이용한 것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함과 더불어 항공료를 절감하기 위함이었다. 주중 비행기는 주말 낮보다 상당히 저렴하다. 캘거리는 토론토보다 2시간 늦다. 일행 5명은 공항의 렌터카 회사에서 대여한 승용차 두 대에 분승한 후 공항을 출발했다. 이때가 새벽 2시. 캐나다하이웨이(1번)를 따라 로키국립공원의 남쪽 입구인 밴프 통과했다. 낮시간 같으면 국립공원에 들어가려면 통행료를 내야 하는데 도로한복판에 세워진 부스에 공원관리국 직원이 나와있지 않았다. 레이크 루이스를 지난 후 캐나다하이웨이를 벗어나 아이스필드 파크웨이(Icefield Parkway·93번)로 접어들었다. 아직도 칠흑같은 밤에 도로 폭이 좁은 데다 구불구불 기복이 심한 산악관광도로를 지나려니 겁이 나기도 했다. 금방 어디선가 곰, 엘크 혹은 무스 등 야생동물이 막무가내로 뛰어들지 않을까 조심을 했다. 컬럼비아 아이스필드 센터에 도착했을 때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파킹장에서 10분간 정차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다시 파크웨이를 달렸다. 숙박시설, 주유소, 레스토랑 등 위락시설들이 있는 애서배스카 폭포(Athabasca Falls) 파킹장에서 쉬면서 간단한 아침식사를 했다. 이런 아침 산 속에서 마신 향 짙은 커피가 피로를 다소 가시게 하는 듯 했다. 약 230km 아이스필드 파크웨이의 북쪽 종착 지점인 재스퍼 타운에 10시경에 도착했다. 밴프와 더불어 캐나다 로키산맥의 양대 주요 관광중심지인 재스퍼 타운은 재스퍼 국립공원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약 두시간 동안 휴식을 취한 후 목적지인 롭슨산 주립공원으로 떠났다. 재스퍼에서 정오에 출발한 그레이하운드가 서북쪽으로 나있는 옐로헤드 하이웨이(Yellow Head Highway·16번 도로)를 따라 88km를 1시간정도 달려 주립공원입구에 도달했는데도 12시5분에 불과했다. 이 이유는 알버타에서 BC주로 넘어오면 1시간 늦어지기 때문이다. 버스에서 내리니 캐나다의 로키의 최고봉(3,964m)이 한눈에 들어왔다. 정수리가 눈에 덮인 롭슨의 위용에 일행의 입에서 감탄사가 연상 튀어나왔다. 모두들 눈덮힌 롭슨에 압도당했다. 도로변에서 정상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주립공원 관리사무소와 전망대가 자리잡고 있다. 하이커들이 아닌 일반 관광객들은 쉬어 가는 곳이다. 전망대의 넓은 파킹장에는 승용차는 물론 캠핑카와 관광버스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것을 보면서 토론토에서 이곳까지 밤잠을 마다하고 찾아온 보람이 있구나 생각했다. 주차장 옆에는 주유소와 선물가게와 맥주 등을 파는 간이식품점들이 손님을 받기에 분주했다. 관리사무소 안 방문객안내소(visitor’s centre)에 들어가 무거운 배낭을 풀어놓고 캠프장 사용 등록을 했다. 캠프장 등록을 일찌감치 5월1일에 마쳤다. 국립공원과 주립공원의 캠프장 사용 등록은 도착일로부터 3개월 되는 때에 전화로 할 수 있다. 사용료는 1인당 5달러. 국립공원의 10달러의 절반에 불과하다. 일행은 롭슨산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버그호수 캠프장에서 2박을 한 뒤 재스퍼 국립공원으로 넘어가 캘루멧 크릭(Calumet Creek) 캠프장에서 1박을 한 뒤 롭슨산 주립공원으로 다시 돌아와 무스강 트레일(Moose River Trail)을 통과하는 순환식 백패킹 일정을 마련했었다. 5월에 예약했을 때 버그 레이크만 예약이 가능하고 무스강 트레일은 한적하기 때문에 예약할 필요가 없다고 일러주었다. 그래서 재스퍼 국립공원의 캘루멧 크릭 캠프장 예약을 했었다. 방문자센터의 여직원은 재스퍼 국립공원 내 캘루멧 크릭 캠프장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강의 나무다리가 지난 5월 하순 급류에 떠내려가 갈 수 없기 때문에 다리가 새로 세워질 때까지 무스리버 트레일은 폐쇄되었다면서 버그호수 캠프장 주변에 상주하고 있는 산림감시원(ranger)과 상의해서 통보해 달라는 것이었다. 약 1시간 지체한 후 롭슨산의 주위를 한바퀴 도는 8박9일의 백패킹 장도가 시작되었다. 아침부터 오락가락하던 비가 이따금씩 내리다가 드문드문 햇빛이 비치기도 했다. 배낭 무게가 23kg이 되는 데다 우의를 입어 스타트부터 땀이 비오듯했다. 관리사무소에서 트레일 입구까지 약 1km가 아스팔트가 깔린 자동차 길이라 무척 힘들었다. 전날 한잠도 자지 못한 데다 식사도 시원찮아 더욱 그러했다. 관리사무소에서 가져간 생수 한 통이 입구까지 가는데 적잖게 소비되었다. 오늘의 목적지인 키니호수(Kinney Lake) 캠프장까지는 7km. 출발지점의 고도는 853미터이고 키니호수는 984m이니 비교적 완만하다. 더욱이 차량이 다닐 수 있을 정도의 길이지만 배낭의 무게를 감안할 때 두 시간은 족히 걸린 것 같았다. 도로변에 차량이 늘어져 서 있고 그 옆에 대피소(shelter)가 있는 곳이 바로 출발지점이다. 트레일을 따라 롭슨강이 급류를 이루면서 힘차게 흘러내려 가는 소리가 대단하다. 돌에 부서지는 물소리가 너무 높아 옆의 있는 사람의 목소리를 잘 들리지 않을 정도다. 로키의 대다수 강이 그렇듯이 롭슨강의 물빛도 우유색이다. 왜 그런가? 바윗가루 때문이다. 움직이는 빙하의 바닥에 파묻힌 돌에 의해 반암(盤岩·bedrock)에서 깎여 나온 작은 입자가 바로 바윗가루인 것이다. 롭슨산의 4개의 빙하와 분수계(watershed)에 있는 여타 빙하들이 녹은 물을 롭슨강에 흘려보낸다. 무더운 여름 오후에는 이들 빙하가 급속도로 녹아내린다. 강 수위가 가장 높은 때다 바로 이 시점이다. 이 모든 물은 프레이저강(Frazer River)로 흘러 들어간다. 프레이저 강물은 밴쿠버 부근의 태평양과 연결된다. 롭슨산에 관련된 이러한 정보들은 출발점에서 키니호수까지 이어지는 트레일 10여 곳에 세워진 안내판에 적혀있다. 키니호수까지는 당일치기 하이커는 물론 일반 관광객도 많이 방문하기 때문에 이 안내판은 이들에게 요긴한 정보를 제공한다. 울창한 삼나무(cedar) 숲 속을 지나니 겨울철에 눈사태가 지나간 자취가 남아있는 곳이 나타난다. 여름철에는 야생화가 만발해 있는 아름다운 초원으로 변해 지나가는 행인들을 반기는 듯 하다. 롭슨산 일대는 눈이 많이 오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거의 매년 3월과 4월에 눈사태가 발생, 이 트레일을 막아버린다. 1∼2m 이상 되는 나무들은 잘려나가고 관목들은 휘어 눈이 잘 미끄러져 내려가게 해준다. 눈사태가 지나간 곳은 쉽게 눈에 띤다. 스키장같이 보인다. 그러나 풀 대신 관목들이 자라고 있는 것이 차이점이다. 힘겹게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쉴새없이 걸은 결과 드디어 호수에 초입에 도착했다. 산 속에 이렇게 크고 아름다운 호수가 있을 줄이야! 호수의 끝자락을 보고 상류 가까운 곳에 자리잡은 캠프장에 도착했을 때 해가 서산 너머로 자취를 감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워낙 높은 산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곳이라 해가 일찍 지는 것 같았다. 캠프장에 대피소가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아직도 저기압권에 있어 언제 비가 내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락가락하던 비가 캠프장에 도달했을 때 멈추어 텐트를 치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 주변에 자전거 보관시설이 있었다. 산악자전거는 이곳까지만 허용된다. 서둘러 저녁식사를 한 후 일행 5명은 위스키를 나누어 마셨다. 속세로부터 완전 벗어난 로키산의 최고봉 밑에서 일주일을 지낼 생각을 하니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았다. 기분이 좋아 흥얼거리던 것이 어느새 고음으로 변했는데도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어 좋았다. 병풍같이 둘러싸인 호수 위의 손바닥만한 하늘에 별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하다 모두 텐트 속으로 기어들었다. 얼마 안 가 어디선가 코고는 소리가 들리고 첫날밤은 이렇게 깊어갔다. *8월2일(토) 날이 새기 무섭게 기상해보니 6시 가까이 됐다. 식사를 마련하랴 텐트 등 야영장비를 배낭에 넣으랴 너무 분주했다. 8시에 출발하려던 일정이 나 때문에 30분 지연되어 8시30분이 넘어서야 떠날 수 있었다. 자고 나서 보니 이곳 키니호수 캠프장에서 하룻밤을 보낸 사람이 별로 없었다. 14개의 자리 중 절반 정도는 비어있었다. 성수기에 왜 그런가. 버그호수 트레일을 찾은 하이커들은 대개가 두 번째 캠프장인 화이트혼(Whitehorn)에서 첫날밤을 보낸다. 그래야 다음날 행군이 쉽기 때문이다. 우리 일행도 그 점을 모르지 않았으나 그레이하운드 운행시간상 불가능했던 것이다. 호수 상류에서 철로 된 다리를 건너니 자갈밭을 지나니 피라미드 모양의 돌산 롭슨의 지반을 이룬 산이 한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밑둥치 지반에 가려 눈 덮인 정수리는 보이지 않았다. 층층이 쌓인 지층이 인상적이었다. 본래 이곳에 살던 원주민들은 층층이 쌓인 지층이 그대로 드러난 롭슨산을 보고 ‘나선형의 길이 나있다’하여 ‘유라이하스쿤(Yuh-Hai-Has-Kun) ’이라 부른 것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숲 속으로 진입하면서 경사가 심해져 걷기가 힘들었다. 이번 하이킹 일정 내내 그러했던 혼자 뒤에서 처졌다. 사진을 찍기 위해 앞뒤 좌우를 살핀 후 좋은 장면이 있으면 멈추기 때문이었다. 키니호수 캠프장을 떠난 지 두 시간 정도 됐을 때 흔들다리가 나왔다. 한 번에 한 사람씩 건너라는 안내판이 적혀 있었다. 다리를 건너자 신천지가 눈앞에 전개됐다. 이곳이 키니호수 캠프장에서 4km 지점인 화이트혼 캠프장이다. 전망이 좋은 곳에 대피소가 설치되어있고 강 건너에 산림감시원 숙소(ranger cabin)가 있다. 산 정상의 빙하가 수직절벽으로 흘러내리면서 수많은 폭포가 형성된 ‘1천 개 폭포의 계곡(Valley of a Thousand Falls)’의 절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를 연발케 한다. 계곡 양쪽으로 이름도 없는 실폭포들이 쉬지 않고 물을 쏟아 놓는다. 오늘은 이곳에서 1박을 했으면 좋으련만 그럴 수가 없었다. 오늘밤 우리 일행이 묵을 버그호수 캠프장은 10km를 더 가야 닿는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고행길이 시작된다. 급경사의 비탈길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숨을 헉헉 몰아쉬며 올라가면서 세 개의 큰 폭포를 차례로 만난다. 화이트폭포(White Falls), 풀폭포(Falls of the Pool), 그리고 황제폭포(Emperor Falls)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 3개 중에서 단연 황제폭포가 압권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황제폭포 전망대까지 갔으나 바람으로 물안개가 내게로 밀려와 찍을 수가 없었다. 쏟아져 내린 물이 바닥에 닿으면서 내는 소리가 지축을 울리는 듯 요란했다. 황제폭포 옆 캠프장에 도달했을 때 미국에서 왔다는 자원봉사 여성들을 만났다. 심한 갈증으로 기진맥진한 나를 보고 갖고 있던 물을 건네주면서 급경사 비탈길은 더 이상 없으니 안심하라고 일러주었다. 이들의 말대로 황제폭포를 지나면서 산길이 완만해지기 시작했다. 고된 구간 5km가 끝난 것이다. 완만하게 굽이치는 강물을 따라 자갈길 평원이 펼쳐진다. 황제폭포 캠프장에서 약 3km 가니 마못(Marmot)이란 이름이 붙은 작은 캠프장이 나왔다. 버그호수가 시작되는 지점에 미스트빙하(Mist Glacier)가 나타나고 그 뒤로 버그빙하(Berg Glacier)가 호수면에 꼬리를 맞대고 있다. 마못 캠프장에서 버그호수를 따라 약 2km 가니 호수 상류에 오늘의 목적지 버그호수 캠프장에 도착했다. 몸이 거의 탈진상태에서 식욕마저 떨어져 물이 많은 수프로 저녁식사를 때우고 텐트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8월3일(일) 오늘도 이른 날이 밝아오자 기상을 했다. 캠프장 주변을 한바퀴 돌고 보니 아주 좋은 캠프장이었다. 대피소 겸 취사장에 창문이 달려있고 안에 난로가 놓여 있어 악천후 때에는 이상적인 곳이다. 롭슨산 주립공원의 7개 야영장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기 때문에 21개 텐트 사이트에 빈자리가 없다고 한다. 아침식사를 서둘러 먹고 난 후 우리 일행은 산림감시원 숙소를 찾아갔다. 무스강 트레일을 이용할 수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재스퍼국립공원 캘루멧 크릭으로 가는 다리가 유실되어 갈 수가 없다면서 다시 버그호수 트레일을 통해 내려갈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비행기 좌석 예약 상 예정보다 빨리 하산할 수 없었기에 버그호수 캠프장에서 2박 외에 3박을 추가로 해 줄 것을 부탁했으나 이미 예약이 완료된 상태라 그럴 수는 없다면서 버그호수 캠프장에서 약 2km 떨어진 비교적 한적한 롭슨패스(Robson Pass) 캠프장을 예약해주었다. 산림감시원 숙소에서 나온 일행은 오늘의 일정인 스노버드 패스 루트(Snowbird Pass Route) 탐사를 시작했다. 롭슨산에 오면 필히 가보아야 할 코스다. 롭슨빙원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코스다. 재스퍼국립공원의 콜먼빙원(Coleman Glacier)을 밟고 오는 풀코스의 거리는 왕복 21km. 자갈길을 걷느라 고생은 막심했지만 보람이 있었다. *8월4일(월)∼8일(금) 롭슨 패스 캠프장에서 3박 후 하산을 시작, 첫날밤을 보낸 키니호수 캠프장에서 마지막 밤을 지낸 후 다시 재스퍼 타운으로 돌아와 타운 주변 휘슬러 캠프장에서 1박을 한 뒤 8박9일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무스강 트레일을 탐사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대신 버그호수 주변에 오래 머무는 덕분에 캐나다 로키의 최고봉 롭슨의 면모를 샅샅이 불 수 있었던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롭슨산과 마주보는 산에 오르는 멈 베이신 루트(Mumm Basin Route), 토보건폭포(Toboggan Falls) 루트, 하그리브스호수(Hargreaves Lake) 루트의 완주는 롭슨산을 머리에 각인시키는데 큰 도움이 됐다. 버그호수 캠프장에서 롭슨 패스 캠프장으로 이동하는 8월4일 하루는 재스퍼국립공원으로 넘어가 아돌퍼스(Adolphus) 캠프장을 둘러본 후 지난 5월 하순 급류에 떠내려갔다고 하는 현장까지 찾아가 눈으로 확인하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에드먼튼에서 왔다고 하는 부부를 만났다. 이들 부부가 하는 말을 요약하면 설사 강을 건넌다 해도 곰이 많이 서식하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이다. 다리가 없어지면서 사람의 발길이 없어지면서 곰들이 그곳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한 무스강 트레일은 공원당국에서 손질을 하지 않아 길 찾기 조차 힘들 지경이라는 것이다. (자료: 한국일보, 작가: 김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