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관련 한인피해 빈발 계약부터 꼼꼼히 챙겨야 리스 계약조건 미리 확실히

한인들이 비즈니스를 경영하다가 건물주로부터 갑자기 리스(lease. 건물임대차 계약) 해제를 통보받고 낭패를 겪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건물 임대차 계약단계에서부터 모든 조항을 꼼꼼히 챙기고 필요한 사항을 첨삭하는 등 자신의 권리를 확보해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대체로 리스는 큰 문제가 없는 한 자동적으로 연장되는 것이 관행처럼 돼있지만 그것을 너무 믿으면 안 되며 평소 계약기간을 잘 염두에 두었다가 미리미리 대비를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피해사례 1 지난 2000년 6월부터 노스욕(영/핀치)의 대형 오피스빌딩 안 푸드코트에서 개인 스시집을 경영해 온 이종찬씨는 건물주가 계약기간을 한 달 앞두고 갑자기 장기임대를 취소하는 바람에 지난 8월말 가게를 정리하고 나와야 했다. 이씨는 가게 인수당시 20만 달러를 투자했으며 리스가 4년이나 남아있어 자동연장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해 8월 건물주인 매뉴라이프(Menulife)에 장기임차를 신청, 5년간의 리스도 허가받았다. 그러나 건물주는 갑자기 개보수공사(renovation)를 이유로 더 이상의 리스연장을 거부한 채 8월말까지 가게를 비워줄 것을 통보했다. 이씨는 너무 억울해 단골손님들을 대상으로 리스연장을 촉구하는 서명운동까지 벌였으며 건물주는 서명고객이 750명에 이르자 2개월간 리스를 연장해주겠다고 제의하기도 했다. 이씨는 그러나 장기리스를 요구하며 지난 3일부터 워털루의 매뉴라이프 본사 앞에서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매뉴라이프사의 리스담당자인 티나 애크라니스씨는 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이씨의 케이스에 대해 최선을 다해왔고 매우 걱정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고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사적인 계약관계이므로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피해사례 2 워털루의 정모(57)씨는 5년여 전 키치너 다운타운의 대형 몰 안에 있는 복권가게를 25만 달러에 인수하고 운영해오다 지난해 초 갑자기 건물주가 내부수리를 이유로 임대연장을 거부하는 바람에 졸지에 거리로 내몰릴 상황에 처했다. 월세를 한번도 밀리지 않게 냈고 평소 주변 상인들과의 관계도 원만하게 유지해온 정씨는 너무 실망해 자살까지도 생각했다. 그러다 박씨는 인정에 호소하기로 마음먹고 건물주를 찾아가 눈물로 사정했다. 그러자 건물주는 건물의 수리공사가 늦어지고 있으니 본격 공사가 시행될 때까지 그냥 영업을 계속하라고 했다. 이에 따라 박씨는 2년 가까이 같은 자리에서 영업을 하고 있으며 건물공사는 언제 착수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박씨는 “영업은 계속하고 있지만 언제 나가라고 할지 늘 불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피해사례 3 토로토의 다운타운에서 10여 년 동안 건강식품을 취급해오던 유모(51)씨는 지난 6월 중순 갑자기 유태인 건물주로부터 리스해제를 통보받았다. 유씨는 오랫동안 한 건물주와 리스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자동연장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았으며 갑작스런 ‘철수명령’에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유씨는 “그동안 주로 구두로만 대하고 계약서도 형식적으로 만드는 등 건물주를 너무 믿었던 것이 화근이었다”고 말한다. 유씨는 “처음부터 권리금 없이 가게를 차렸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라며 “수십만 달러를 투자해 가게를 산 사람들은 너무 억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조언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모든 상거래는 오로지 법률적 근거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며 리스계약 역시 계약서상의 문구 한자 한자까지 꼼꼼히 챙겨서 작성하는 것이 추후 피해를 줄이는 최선책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현숙 변호사는 “건물의 모든 임대차계약은 철저히 상법상의 법률적 근거와 판단에 따라 이루어질 뿐”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리스계약 조건이다. 모든 것은 리스의 조건에 다라 달라진다. 따라서 리스의 내용을 잘 알아야 한다”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리스조건을 놓고 변호사의 조언을 들을 필요가 있다. 만약 리스조건과 달리 건물주가 잘못을 하고 있다면 임차인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동산중개인 나운택씨는 “한국적 사고방식으로 대충 넘어가려 해서는 결코 안 된다”면서 “리스의 계약단계에서부터 최대한 꼼꼼하게 챙기고 옵션에서 세부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씨는 특히 “건물주가 터무니없는 요구를 못하도록 사전에 합의조항을 명기하고 만약 분쟁발생시 합의가 안 되면 정부당국에 중재(arbitration)를 신청할 수 있는 조항 같은 것을 삽입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평소 월세를 잘 내고 가능한 분쟁의 소지를 없애며 개인적 친분관계를 잘 맺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