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에코(Bon Echo)주립공원 깊디깊은 호수 속 우뚝 솟은 바위산

[(사진)본에코주립공원의 상징은 마지너호수(Mazinaw Lake) 수면으로부터 높이가 100미터, 길이가 1.4km에 달하는 거대한 화강암 절벽 ‘본에코바위(Bon Echo Rock)’다. 이 절벽 곳곳에는 원주민들의 생활상을 그린 상형문자가 새겨져 있다.] 온타리오에는 여름 한 철 물을 접하며 캠핑을 할 수 있는 수많은 공원이 있다. 국립공원, 주립공원,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자연보호구역(conservation area) 등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들 각각이 나름대로 특성이 있다. 그러나 절대다수의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공원은 그리 많지 않다. 올 여름 가족 혹은 친구들과 함께 때묻지 않은 대자연속에서 캠핑을 하고 싶은데 갈 곳을 아직 선정하지 못한 교민들에게 본에코주립공원(Bon Echo Provincial Park)을 소개한다. 필자는 지난 주말 이곳에 다녀왔다. 토론토와 오타와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는 본에코는 캐나다순상지(楯狀地·Canadian Shield)에 자리잡고 있다. 온타리오의 대다수 지역에 흔한 낙엽성 수목과 침엽수가 혼합된 삼림으로 덮여 있는 이곳은 캠핑에 이상적인 지형을 갖추고 있다. 530개에 이르는 캠프사이트도 평탄한 호수변에서부터 수 시간을 힘겹게 하이킹 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바위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하이킹트레일도 어느 공원에 못지 않게 넓게 펼쳐져 있다. 관리사무소 자료에 의하면 캠핑사이트, 노천극장, 모래비치, 트레일, 피크닉지역에는 연간 19만명 이상이 방문한다. 이 공원은 트레일러와 모터홈을 위한 시설은 물론 일반인들을 위한 보트진수장과 정박시설도 갖추고 있다. 이곳은 카누연습장으로도 적합하다. 카누와 카약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빌릴 수 있으며 초보자를 위한 강습도 실시하고 있다. 이외에 수영을 즐길 수 있는 모래비치도 여러 곳 있다. 본에코의 최고명물은 마지너호수(Mazinaw Lake) 수면에서 높이가 100미터, 길이가 1.4km에 달하는 병풍처럼 펼쳐진 거대한 화강암 절벽 ‘본에코바위(Bon Echo Rock)’다. 1세기 이상 동안 화가와 시인들이 즐겨 찾아온 이 매머드암벽에는 아득한 옛날부터 인간이 거주해온 흔적이 있다. 수천 년 전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생활 이야기를 바위에 상형문자로 남겨 후대에 전달했으며 그 흔적이 아직도 뚜렷이 남아 있다. 암벽 전면에 원주민이 새긴 상형문자 중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것이 무려 260개에 달한다. 원주민의 상형문자가 한 곳에 가장 많이 밀집돼있는 곳 중 하나가 바로 본에코바위다. 이외에 이 절벽에는 미국의 시인 월트 위트먼(Walt Whitman·1819~1892)의 기념물이 새겨져 있다. 지금은 없어진 본에코여인숙(Bon Echo Inn)의 주인인 맥도널드 데니슨(MacDonald Denison)은 위트먼을 흠모한 나머지 1920년대에 바위 위에 그의 시를 1피트 크기의 글자로 새겼다. 이 바위는 6천만 년 전에 지진활동에 의해 융기돼 호수의 깊은 물 속으로까지 뻗어나갔다. 이 호수는 최고수심이 144미터로 온타리오에서 오대호를 제외하고는 가장 깊다. 본에코바위는 정기왕복 페리 혹은 카누로 접근할 수 있다. 바위의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트레일도 마련돼있다. 정상에 오르면 2개의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서는 호수와 주변의 삼림지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하이커들 뿐만 아니라 자연주의자들에게도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다양한 야생동식물들이 이 매머드바위의 절벽 표면에 서식하고 있다. 수령이 수천 년 된 삼나무(cedar)들, 독수리의 일종인 대머리수리(turkey vulture), 온타리오 특산식물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절벽표면의 생태계 외에 본에코 바위의 꼭대기에는 극히 독특한 환경이 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트레일을 이용해 절벽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다. 필자도 지난 주말 절벽의 정상까지 올라갔다. 그곳은 무덥고 건조한 불모지였다. 암석황야(rock barrens)인 이 생태계는 덥고 건조한 환경에서 발견되는 매우 척박한 토양으로부터 생성된다. 주변을 둘러보면 척박한 토양으로 인해 발육이 아주 더딘 수목과 그 주변에 낮은 관목과 풀들이 여기저기서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바위 위에는 흙이 조금밖에 없어 비가 오면 스며들기도 전에 대부분이 흘러내리므로 식물들이 서식하기에는 매우 악조건이다. 이곳에 사는 야생동물 중의 하나가 온타리오 유일의 도마뱀인 오선도마뱀(five-lined skink)이다. 온타리오의 추운 겨울 날씨로 인해 파충류와 같은 냉혈동물은 이곳에서 서식하기가 어렵다. 오선도마뱀은 남부온타리오의 고립지대에서만 발견된다. 이들 지역 중 하나가 바로 본에코다. 이곳에서 애완용으로 기르기 위해 오선도마뱀을 잡는 행위는 법으로 금지돼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사진)본에코주립공원은 거의 모든 종류의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곳은 특히 카누나 카약을 배우기에 알맞은 곳이다. 그리 비싸지 않은 값에 배를 빌릴 수 있고 강습도 받을 수 있다.] 본에코 바위에서 발견되는 또 다른 독특한 야생동물로 평원명금(prairie Warbler)이 있다. 이름과는 달리 이 지저귀는 새는 평원에서는 절대로 발견되지 않으며 건조하고 덤불이 우거진 곳을 좋아한다. 오대호 남쪽에서 주로 발견되는 이 새가 본에코와 같은 건조한 불모지에서 번식한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 새는 이곳에서 초여름에 새끼를 기른 후에 겨울을 피해 카리브해 지역으로 날아간다. 본에코바위의 독특한 생태계에 대한 정보는 이 공원의 방문자센터에서 얻을 수 있다. 절벽 정상으로 향하는 트레일(Cliff Top Trail)의 길이는 왕복 1.5km. 길지는 않지만 호수면으로부터 100미터 높이의 바위산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힘이 든다. 올라가기 가파른 곳에는 철책계단이 있기 때문에 위험하지는 않다. 정상에 오르면 3개의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호수의 장관, 호수연안선, 1만6,500 에이커에 달하는 본에코주립공원의 경계선 대부분이 시야에 들어온다. 정상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데 약 한 시간이 걸린다. 이 트레일은 본에코주립공원 방문자라면 누구나 들르는 필수코스이기도 하다. ▲ 가는 길 온타리오의 대표적 주립공원중 하나인 본에코는 토론토에서 약 3시간 거리. 킹스턴을 향해 하이웨이 401을 달리다 벨빌을 지나면 나파니(Napanee)가 나온다. 이곳에서 빠져 북쪽으로 향하는 41번 도로를 따라 약 1시간 가면 입구를 만날 수 있다. ‘산악하이웨이’로 불릴 만큼 잘 정돈돼있는 41번 도로는 오타와강변의 아름다운 타운 펨브록(Pembroke)까지 연결된다. 나파니에서 펨브록까지 약 200km. 알공퀸 동편 오타와밸리, 애딩튼 하일랜드(Addington Highlands), 오펭고(Opengo)산 등으로 이뤄진 고지대를 통과하는 이 도로는 칼라다(Kaladar)·클론(Clone)·덴비(Denbigh)·그리피스(Griffith)·에건빌(Eganville) 등 아름다운 산간마을을 통과한다. 이 중에서 1891년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에건빌은 쉬어가고 싶은 충동이 절로 생기는 아름다운 강변산촌이다. 본에코에서 캠핑을 한 후 돌아올 때는 28번 도로를 경유해 62번 도로를 타고 내려오면 알공퀸주립공원 동편의 아름다운 산악지대의 면면을 두루 구경할 수 있다. 단 이 지역 일대를 드라이브만 하고 싶다면 단풍이 짙게 물드는 늦가을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