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은 ‘주택의 심장’ 싱크·카운터탑 등 고급·대형화 '대세'

아일랜드 필수…디자인, 고정관념 깨기 부엌이 집을 움직인다. 최근에는 부엌을 얼마나 멋지게 꾸미느냐가 주택과 관련된 모든 이들의 관심사다. 부엌은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기 위한 조리공간으로서의 기능만이 아니라, 온 가족이 모이는 가정의 중심지대로 격상된 지 오래다. 게다가 최근 실내를 가로막는 벽을 허물고 시원하게 내부를 트여 보이도록 하는 오픈 컨셉의 인테리어 디자인이 유행함으로써 패밀리룸은 물론 심지어 콘도미니엄의 경우 리빙룸에서조차 부엌 전체가 다 들여다보이는 구조가 흔해졌다. 이에 따라 부엌을 꾸밀 때 단순히 기능적인 면만이 아닌 시각적인 면을 따지는 것이 대세가 되었다. 더구나 부엌은 활발한 부동산 거래 경기와 왕성한 주택개조붐에 힘입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취급되는 공간으로 부상했다. 가구제조업체 및 판매점들도 그만큼 부엌관련 상품의 업데이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이제 부엌 디자인은 통념과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경우가 다반사다. 최근 ‘아이키아(IKEA)’에서 새로 내놓은 379달러짜리 흰색 ‘Domsjo’ 싱크는 예전 같으면 고풍스럽고 널찍한 농장주택의 부엌에나 어울렸을 법한 크기다. 양쪽에 커다란 수박 한 덩이씩을 넣어도 한 개쯤 더 들어갈 자리가 있다. 놀라운 것은 이 제품이 콘도거주자들도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아이키아는 유리와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된 레인지 후드(1,499달러)는 물론, 요즘 고급 부엌에는 필수소재라 할 화강암 카운터탑까지 최신 카탈로그에 소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월풀(Whirlpool)’사와 주문식 가전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아이키아의 홍보담당국장인 매들린 로웬보그-프릭씨는 “아이키아가 오직 신혼부부나 독신자용 값싼 부엌만 취급한다는 인식이 불식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우리는 학생용부터 자리잡힌 가족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준의 부엌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 예로 그녀는 포크와 나이프류를 넣어놓는 서랍 안의 칸막이가 움직이는 것을 시범 삼아 보여준다. “이런 특징은 최고급 주문식 부엌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싱크대에 붙박이로 들어가 있는 와인저장고라든가, 도자기 접시를 전시하는 선반 및 부드럽게 닫히는 서랍 등도 그런 사례들이다. 아이키아는 이밖에 사람들이 자신들의 부엌을 27가지 다른 그릇장 문스타일을 이용해 독특하게 꾸밀 수 있는 조립 시스템인 ‘Akurum’을 분주하게 홍보해오고 있다. 더 이상 건설업자가 공급하는 흰색 일색의 표준적인 찬장에 얽매이지 않고, 부엌디자인은 이제 상상력이 이끄는 대로, 시장이 제공하는 대로 나래를 펴고 있는 것이다. ‘그린티 디자인(Greentea Design)’의 소유주 데일 스토어러씨는 “우리의 주 고객은 격주에 한 번 대형식품점에 가서 식품을 사다 쟁여놓는 스타일이 아니라 매일매일 장을 보는 유러피언 스타일의 소비자들”이라고 말한다. 아시안 스타일의 가구들로 들어찬 이 점포에는 상주목수(in-house carpenter)가 있어서 까다로운 고객들이 부엌 찬장을 좀 덜 일본스럽게 보이도록 해달라거나 한국 고(古)가구 쌀뒤주를 와인바에 맞춰달라는 등의 요청을 해오면 그 작업을 처리해주곤 한다. 더구나 이 점포의 전시장은 언뜻 보기에 부엌과는 전혀 거리가 멀어 보이는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재생한 느릅나무나 은행나무 장롱에 손으로 주조한 철제 손잡이, 찬장이 있어야 할 싱크대 위쪽 벽에 커다란 일본 병풍이 드리워져 있어 부엌이라기보다는 냉장고와 오븐이 있는 거실처럼 보인다. 스토어러씨는 “국내인들은 거대하고 탄탄한 나무덩어리들을 좋아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미국인들도 마찬가지다. 이 점포의 부엌가구들의 30%가 국경 남쪽, 주로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로 선적되고 있다. 그린티 디자인의 공동 소유주인 제니퍼 슬로언씨는 “흰 멜라민 부엌이 다목적 방에 가까운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람들은 부엌을 좀더 아름답고 섹시하게 꾸미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부엌에 아일랜드(island)는 필수이고, 화강암이나 콘크리트로 윗부분을 얹은 뒤 늘씬한 스툴을 가져다놓아 친구들을 초대해 칵테일 파티를 여는 것이다. 이전 탄약공장에 자리잡은 ‘서배너 키친스(Savannah Kitchens)’는 5,300평방피트의 건물에 최고급 부엌설비들만을 모아놓은 점포다. 소유주인 프랭크 클라크씨는 부엌 하나를 만들기 위해 여러 군데 가게를 돌아다녀야 하는 것에 짜증이 나서 자신이 직접 주문식 부엌 사업에 뛰어들었다. “17년 전 주문식 주택건설업을 시작했는데, 부엌 설비를 갖출 때면 시 이곳저곳의 관련 매장들을 찾아다녀야만 했다. 사람들이 겪어야만 하는 불편을 짐작할 수 있었다.” ‘서배너’는 호화롭기 짝이 없다. 페인트칠 서비스부터 최고급 ‘쿠퍼스부시(Kupeersbusch)’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원스톱 쇼핑으로 제공해준다. 이곳의 모델 부엌을 보면 가슴이 뛸 정도다. 감응식 버너, 더블 ‘서브-지로(Sub-Zero)’ 냉장고, 은행금고만한 식품저장고 등등. 심지어 싱크대 뒷벽(backsplash)조차 이음매 없는 조각유리로 돼있어 우아하기 짝이 없다. 10피트 길이일 경우 가격은 무려 2,700달러에 달한다. 몬트리올의 공급업체인 ‘싱크 글래스(Think Glass)’로부터 선적돼오는 이 유리가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클라크씨는 소개한다. “우리는 백스플래시와 카운터탑을 유리로 만들고 있다. 초현대식·현대식 혹은 심지어 전통적인 스타일의 부엌에도 유리는 잘 어울린다.” 독일제 ‘쿠퍼스부시’ 가전제품은 캐나다에서 ‘서배너’가 독점공급원이다. 클라크씨는 가스나 전기로 조리하는 시대는 가고 이제는 감응식 버너가 최신식이라고 설명한다. “전기자장 에너지로 조리를 한다. 즉각적인 열기는 가스보다 10배나 뜨거우며 손은 인지하지 못하고 냄비만 인지한다.” 유럽의 일류 요리사들은 수십 년 동안 이 버너를 이용해 조리를 해왔고 토론토의 수퍼스타 요리사인 제이미 케네디도 자신의 와인바에 상업용 감응식 버너를 사용하고 있다. 실제 이 버너는 물 한 냄비를 수초만에 끓여낸 뒤 손으로 만져도 차갑다. 클라크씨는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은 상상해내지 못한 것뿐”이라고 말한다. 주택의 심장부인 부엌은 이제 디자인과 가격과 기능면에서 그 한계와 가능성의 지평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자료: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