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몰입교육(French Immersion) ‘두 번째 물결’ 초과수요 탓 입학자격 추첨도

70년대 중반에 배운 ‘1세대’들 취학연령 자녀세대도 등록열풍 앤드리아 캐버너씨는 ‘불어몰입교육(French Immersion)’의 첫 파도를 탄 사람이다. 지난 1971년 매니토바 주도 위니펙의 영어권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0살 때부터 시내에서 유일하게 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학교까지 버스를 갈아타면서 등교했다. 덕분에 그는 불어로 가르치는 전문대를 졸업해 불어교사로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이중언어 구사능력은 캐버너씨의 삶을 변화시켰다. 영어밖에 몰랐다면 놓칠 수밖에 없었던 기회를 잡게 됐다는 그는 자신의 3남매를 모두 ‘프렌치이머션’ 학교에 보내고 있다. 캐버너씨의 자녀들은 아직은 소수지만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프렌치이머션 2세’에 속한다. 프렌치이머션은 약 5년 전부터 캐나다 전역에서 전에 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이런 교육을 받는 학생 수는 지난 2006년 이후 12%나 늘어났다. 이 기간은 ‘프렌치이머션 2세’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에 도달한 시기와 맞물린다. 65년 퀘벡에서 처음 시작된 프렌치이머션은 70년대 중반부터 전국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매니토바의 첫 프렌치이머션 학교(l’ecole Sacre-Coour)는 73년 문을 열었다. 캐버너씨는 바로 이 학교에 6년을 다녔다. 77년에는 프렌치이머션에 속한 학생 수가 4만5천 명, 91-92학년도에는 30만 명에 달했다. 이 숫자는 이후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다가 2011년 들어 사상최다인 34만2천 명을 기록했다. 더욱 주목되는 점은 모든 학교의 학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유독 프렌치이머션만 눈부신 성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프렌치이머션 로비단체인 ‘불어를 위한 부모들(Canadian Parents for French)’의 로버트 로쏜 디렉터는 “BC와 알버타는 2000년 이후 학생 수가 꾸준히 늘어왔고 한때 뒷걸음질치는 것 같았던 온타리오도 최근 들어 다시 증가추세다. 서스캐처완에서도 최근 인기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교육청들이 프렌치이머션 프로그램을 늘리면 더욱 높은 증가율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토 북쪽 요크지역에선 프렌치이머션 등록률이 지난 10년 동안 갑절 이상으로 높아졌다. BC 밴쿠버 일원에선 프렌치이머션 학교에 자녀를 등록시키기 위해 부모들이 전날부터 학교 앞에 줄을 서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일부 지역에선 프렌치이머션 입학권을 추첨으로 배정한다. 프렌치이머션이 빨리 늘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를 가르칠 교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온주 패리사운드에 거주하는 아넬리아 캅스씨는 “영어밖에 몰라 불이익을 당한다”는 자녀들의 푸념을 듣고 막내아들은 프렌치이머션에 넣기로 했다. “우리 교육청엔 ‘영재(gifted)’ 프로그램이 없지만 프렌치이머션이 이를 대신할 수 있다”는 교육청 관계자의 귀띔도 그의 결정을 도왔다. 캅스씨는 “우리 아들 반에 있는 학생들 대부분 교육수준이 높은 가정 출신들이다. 이 아이들의 부모는 의사·변호사 등 모두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통계청이 관련 데이터를 수집한 지난 2006년부터 2011년은 프렌치이머션 1세대들이 30대 중반에 접어든 시기다. 국내여성이 첫 아기를 낳는 평균연령은 28세다. 따라서 이들의 자녀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관련 조사들에 따르면 프렌치이머션 1세대 대다수는 자녀들이 자신들과 같은 교육을 받기를 희망한다. 일례로 지난 90년 서스캐처완에서 실시된 조사에서 1세대 부모의 80%가 자녀도 프렌치이머션에 등록시킬 생각이라고 답했다. 로쏜씨는 “프렌치이머션의 ‘세대교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구체적 조사는 아직 없었지만 이에 따른 변화가 조만간 교육정책 향방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70년대 중반 밴쿠버의 요크하우스초등학교에서 프렌치이머션 교육을 받은 저스틴 리씨는 자신의 자녀들도 추첨을 통해 밴쿠버 헨리헛슨초등학교에 있는 프렌치이머션에 들어갈 수 있었다며 기뻐했다. 한때 미국으로 이주했으나 자녀들이 프렌치이머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캐나다로 돌아왔다는 리씨는 “내 경우 캐나다정체성보다 이중언어 교육을 받는 것이 자녀에게 더욱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캐나다는 공교육시스템이라 따로 교육비가 드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프렌치이머션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로리 챙-포이들씨는 70년대 중반 캘거리에서 자랄 때 집에선 중국 광둥어(Cantonese)를 사용했다. 마카오에서 이민온 그의 부모는 ‘이중언어 국가인 캐나다에서 자라나는 자녀가 영어·불어를 모두 구사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딸을 프렌치이머션 학교에 보냈다고. 챙-포이들씨는 자신 역시 딸이 태어났을 때 처음 한 일이 프렌치이머션 학교를 찾기 시작한 것이라며 “학부모들 중 자녀를 프렌치이머션에 넣은 데 대해 후회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