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토론토총영사에 바란다 사설

총영사가 새로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은 부임 당시의 모습과 퇴임 때의 모습이 같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거리감을 느끼다가 퇴임할 때는 친근감이 드는 형이 있는가 하면 부임 때는 친근감이 들다가 퇴임 때는 그렇지 않은 스타일이 있다. 또 처음에는 정열적이고 소신 있게 근무하다가 임기 말년이 다가오면 보신주의에 무소신으로 일관하는 총영사도 있고 총영사직을 총독자리로 착각, 권위주의로 군림하려는 사람도 있었다. 최근 김성철 토론토총영사가 부임, 한인들과 상견례를 하며 여론을 경청하고 있다. 새로 온 총영사에게 단체장이나 한인들이 충고부터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대부분 만나서 나누는 얘기는 덕담에 그치게 마련이다. 신임 총영사는 덕담분위기 속에서도 현재 한인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진단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진단을 정확히 해야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오기 때문이다. 지금 토론토한인사회의 최우선 과제중 하나는 한인 숫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만드는 일이라고 본다. 통계는 모든 비즈니스활동의 기본이다. 예를 들어 어느 한인이 노스욕에 어떤 사업체를 열 계획을 세울 때 가장 필요한 자료는 이 지역에 얼마나 많은 한인들이 살며 가족 구성과 소득 분포는 어떤가 하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곳 한인사회는 통계에 관한 한 백지에 가깝다. 노스욕에 얼마나 많은 영주권자와 유학생 및 체류자들이 사는가. 아무도 모른다. 지역별로 정확한 온타리오의 한인 숫자는 얼만가. 아무도 모른다. 매년 한국정부는 국가별 재외한인 숫자를 발표하지만 이곳의 정부 통계와는 너무나 딴판이다. 가령 한국정부가 ‘15만’(시민권자, 영주권자, 유학생 포함)이라고 발표할 때 캐나다 정부는 ‘10만’으로 발표하기도 한다. 또 단기 및 장기체류자가 몇 명인지도 한인사회서는 알 수가 없다. 통계가 없는 사회는 기초가 없는 사회다. 그간의 한인사회는 기초도 없는 주먹구구식의 사회였다. 앞으로는 총영사관은 과학적인 방법으로 정확한 한인인구를 파악, 이곳 한인들의 비즈니스 활동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했으면 한다. 노스욕이나 미시사가에 얼마나 많은 한인과 유학생들이 사는가 하는 통계는 캐나다한인사회 뿐만 아니라 한국에 있는 기업이나 정부기관에도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 통계문제뿐 아니다. 요즘 툭하면 터져 나오는 재외동포 투표권이나 2세 병역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총영사관이 수시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 많은 한인들이 개정된 병역문제나 부동산 시행령 등에 대해 총영사관에 문의하면 아직 서울에서 정식통보를 받지 못했다는 식의 답변만 한다며 토론토의 한인신문사에 불평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또 2세 한글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보다 많은 지원을 하고, 온주의 한인단체에 재외동포재단 등 한국 관계기관의 예산이 많이 배정되도록 적극 노력해 줬으면 한다. 다행스럽게도 신임 총영사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동포사회의 불편해소에 중점을 두고 한인사회의 발전을 적극 돕겠다”면서 “일에 전념하기 위해 앞으로 1년간은 골프도 자제하겠다”고 신임포부를 밝혔다. 그런 마음이 임기 끝까지 지속되기를 바란다. 또 하나 당부하고 싶은 것은 총영사가 소수의 특정 단체장들과 지나치게 밀착하면 봉사하는 총영사가 아니라 군림하는 총영사로 비쳐지기가 쉽다는 점이다. 항상 굽신거리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다 보면 판별력이 흐려지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봉사하겠다는 초심의 자세가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과거 평통 인선 때마다 물의를 빚은 것은 이런 것과도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다. 총영사의 최대과제는 큰 업적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한인사회로부터 사랑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사랑받는 총영사가 되는가. 항상 겸허한 자세로 커뮤니티 여론에 귀를 기울이고 봉사하는 총영사가 되는 것이다. (자료: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