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져 가는 ‘폐가’도 오퍼경쟁 파크데일 '론세스베일' 주택매매사례

51만1천달러로 토론토에서는 어떤 집을 살 수 있을까. 4베드룸, 5베드룸? 대지 면적은? 차고는 있는지? 부엌과 욕실은 개조가 되었는지? 아니 그 무엇보다도 지역은 어디인지? 등등의 질문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최근 론세스베일 빌리지에서 팔린 한 집의 사례는 부동산에서 ‘입지(location)’가 얼마나 중요한지, 토론토의 부동산 가격이 얼마나 올랐고 집을 구입하는 입찰경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경우다. 전 소유주가 1960년 1만3천달러를 주고 구입한 이 3층짜리 5베드룸 단독주택은 틀거지를 제외하고는 내부 전체를 깡그리 들어내고 개조공사를 해야할 만큼 혹독하게 방치돼 있던 상태였다.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욕실은 임시방편으로 수도관이 연결돼 있고, 계단은 배관이 온통 드러난 채 덕트테이프가 붙어있었다. 1층에는 금이 간 라디에이터가 이 집이 수년간 난방을 해본 적이 없다는 걸 웅변해줬다. 이 집의 매매를 맡은 ‘로열 르페이지’의 30년차 경력 중개인 트리쉬 브레넌씨는 잠재적인 구매자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첫째, 큼직한 하이파크의 집을 살 능력은 없는 젊은 부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쳐서 살겠다고 생각하는 경우. 둘째 당장 많은 돈을 쏟아 부을 수 있는 부부나 가족. 셋째 집을 고쳐서 파는 건축업자. 그러나 세 번째의 경우 가능성이 가장 희박한 것이, 이 집이 너무 비싸게 팔려 건축업자에게 돌아갈 이윤이 그리 많지 않을 공산이 컸기 때문이다. 가족이 그냥 이사해 들어와 살기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이 집의 리스팅 가격은 43만5천 달러. 그러나 첫 오픈하우스 날에만 63명의 구매희망자들이 다녀갔고 8개의 구입제의가 중개인 브레넌씨에게 접수됐다. 처음 뚜껑을 열어본 구입제의 가격은 41만달러. 비슷한 크기의 주변 부동산들이 60만달러, 심지어 90만달러대에 팔리는 것을 보고 47만∼48만달러선에서 리스팅 가격을 매기려 했던 전 소유주의 자손들은 자신들이 처음부터 너무 낮게 가격을 책정한 게 아닌가 우려하기 시작한다. “만일 8만∼9만달러 정도를 들여 직접 리노베이션을 했다면 60만달러 후반대는 부를 수 있지 않았을까….” 다음에 들어온 제의는 43만5천달러, 45만달러가 3개, 45만800·48만3천 그리고 훌쩍 뛰어 50만5천달러 순이다. 이 가운데 최고액 2곳을 놓고 다시 입찰이 시작된다. ‘www.roncesvallesvillage.com’이라는 웹사이트를 가지고 있는 W01지역의 탑중개인 챈더 채더씨는 이 최종입찰에 응한 두 구매자중 한 곳을 대표하고 있다. 그의 고객인 갈라 챈과 리 치앙 부부는 마침 이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같은 론세스베일 빌리지 지역 안에 7년 전 23만2천 달러를 주고 구입한 세미디태치드 3베드룸 하우스에 살고 있다. 이들은 개조공사를 통해 멋지게 집을 고친 경험이 있어 새로운 ‘투자대상’을 찾고 있던 참이었다. 인근지역의 시세를 조사한 챈씨는 평균가격을 60만달러로 잡고 최소한 5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처음부터 강력하게 55만달러 정도의 구입제의를 내며 치고 나가자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었지만, 자신들이 첫 집을 고칠 때 고용했던 건설업자가 1년 동안 일손을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알자 “그저 게임을 하는 심정”으로 48만3천달러의 구입제의를 냈다. 그러나 두 곳의 구입제의를 놓고 경합이 벌어지게 됐다는 사실을 알자 챈씨는 특유의 경쟁심 때문에 “반드시 이기겠다”고 결심하게 됐고, 51만1천달러의 최종액을 제시하도록 한다. 반면 첫판엔 가장 강하게 나왔던 다른 한쪽은 50만5천달러에서 불과 2천달러를 올린 50만7천달러를 최종 액수로 내민다. 결과는 챈·치앙씨 부부의 승리. 이들 부부는 곧 자신들의 집을 42만9,900달러에 시장에 내놓는다다. 중개인 채더씨는 흠잡을 데 없는 이 집의 세부사항을 웹사이트에 자세히 소개하고, 이 집은 리스팅 가격보다는 8만2천달러, 이들 부부가 새로 산 집에 지불한 가격보다는 1천달러가 높은 51만2천달러에 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