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와 캐년 ‘단풍관광열차’ 시승기 "오매~ 단풍 들것네"

[(사진)372계단 위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아가와 캐년의 아름다운 풍경. 관광열차는 협곡에서 2시간 동안 정차한다.] 9월 마지막 2주~10월 첫 주 절정 수센머리 출발 왕복 9시간 코스 쪽빛 호수, 불타는 숲…감탄사 절로 6시가 조금 넘은 새벽, 아직 어둠이 깔려있는 이 시간에 승용차는 물론 버스들이 넓은 주차장에 속속 밀어닥치고 있다. 주차장 옆 스테이션 몰의 팀호튼스 커피점엔 손님들이 가득하다. 수센머리(Sault Ste. Marie) 북쪽 아가와 캐년(Agawa Canyon)으로 향하는 알고마 센트럴 철도(Algoma Central Railway)가 제공하는 단풍관광열차를 타기 위해 찾아오는 행락객들이다. 필자 일행과 같이 금요일 저녁에 토론토를 출발, 밤새워 운전해서 다음날 새벽에 도착하는 억척파도 간혹 있기는 하지만 절대다수는 전날 오후 수센머리에 도착해서 호텔 혹은 모텔에 투숙한다. 단풍관광 피크시즌에는 지역 내 숙박시설이 만원이기 때문에 예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티켓 오피스는 이 시간에 벌써 예약한 티켓을 픽업하려 온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좋은 좌석을 확보하기 위해 출발시간 훨씬 전에 서둘러 탑승한다. 승차권에는 객차번호만 적혀 있을 뿐 좌석은 지정돼있지 않아 먼저 온 사람들이 좋은 자리를 잡는다. 온타리오주에서 단풍관광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지역 중 하나인 아가와 캐년의 단풍은 9월 마지막 2주와 10월 첫 주에 절정을 이룬다. 금년도 아가와 캐년 관광열차는 6월부터 10월 중순까지(성수기는 9월에 시작) 운행한다. 이중 9월9일부터 시작되는 가을 승차요금은 여름철보다 비싸다(성인·시니어 81달러). 일반 객석 외에 특별열차인 돔카(dome car)도 운행된다. 돔카는 일반객차보다 훨씬 비싼 135달러(14세 이상 모두). 지정석이 마련되어 있고 컨티넨털식 아침식사와 가벼운 점심이 제공된다. 돔열차는 워낙 인기가 높기 때문에 서둘러 예약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사진)몬트리올강의 구각교를 지나는 관광열차. 길이 550m, 높이 40m가 넘는 구각교 위에서 내려다보는 단풍은 마치 불바다를 보는 듯하다. ] 8시 정각, 기차가 경적을 울리며 출발한다. 여성안내원이 철도와 주변 지역의 역사에 대해 설명한다. 1899년 8월11일 개통된 알고마 센트럴 철도는 2001년 CN철도(Canadian National Railway)의 소유가 될 때까지 여러 차례 소유주가 바뀌고 이름이 변경됐다. 1995년에는 미국의 위스콘신 중앙교통공사로 소유권이 넘어가기도 했다. 1914년에 현재의 종점인 프렌치타운 허스트(Hearst)까지 연결됐다. 총 길이 476km에 달하는 이 철도는 오지에서 목재와 광산물을 실어 나르기 위해 부설됐으나 오늘날에는 당초의 목적 외에 관광으로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이 관광열차는 여름과 가을에는 매일, 겨울에는 주말에만 운행된다. 캐나다의 대표적 화가들인 ‘그룹 오브 세븐(Group of Seven)’이 즐겨 찾던 곳이라 해서 ‘그룹 오브 세븐 컨트리’라고도 불리는 이 지역의 단풍은 온타리오 제일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열차는 세인트 메리스 제지(St. Marys Paper Co.)의 펄프공장 옆과 미시간의 수센머리를 연결하는 국제다리 아래, 알고마 제철(Algoma Steel)의 정문을 차례로 지나면서 수(Soo·수센머리의 애칭)를 벗어나 계곡으로 접어든다. 20마일 지점(선로 옆의 보드에 표시돼 있는 숫자는 출발점에서부터 통과한 마일 표시)에 도착, 열차가 높이 30m, 길이 240m의 벨뷰 트레슬 다리(Bellevue Trestle)를 통과할 때면 계곡에 펼쳐지는 단풍의 파노라마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원더풀” 감탄사가 쉴새없이 터져 나온다. 열차 꽁무니에 달린 두 칸의 돔열차(dome car)에 탄 사람들이 부럽기만 하다. 일반 객차와는 달리 돔열차는 지붕이 유리로 덮여 있고 좌석이 2층 덱에 자리잡고 있어 반짝이는 사파이어블루빛 호수와 강, 단풍융단 위에 불쑥불쑥 솟아 나온 회색 화강암 바위 등 구간마다 전개되는 기막힌 전경을 빠지지 않고 볼 수 있으니 얼마나 행운인가. 30~32마일 지점의 굴레이강(Goulais River)을 지나면서 이어지는 아름다운 호수와 단풍의 절묘한 조화에 혼이 빠지다 보면 열차는 어느새 몬트리올강의 구각교(92마일 지점)를 건넌다. 길이가 550m나 되고 높이가 40m가 넘는 구각교 위에서 내려다보는 단풍은 마치 불바다를 보는 듯하다. 에드워드 영국왕세자(에드워드 8세)가 1920년 열차를 타고 이곳을 지나가다 아름다운 경치에 탄복, 기차를 잠시 멈추기 위해 비상줄(emergency cord)을 잡아당겼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열차가 힘겹게 완경사를 계속 올라가 구간 중 가장 높다고 하는 102마일 지점에 도착하니 슈피리어호(Lake Superior)가 저 멀리 시야에 들어온다. 수평선이 걸려있는 모습이 바다를 연상케 한다. 안개로 시야가 맑지 않은 것이 아쉽기만 하다. 이곳에서부터 열차는 19km 이상 내려가 아가와강을 건너 아가와 캐년 바닥에 11시30분 도착한다. 관광열차의 종점인 이곳에서 2시간 정차한 후 오후 1시30분에 출발한다. 승객들은 열차에서 내려 아가와 캐년 공원의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한다. 공원에는 3곳의 폭포(낙차 12m의 오토 크릭, 53m의 블랙 리버, 68m의 브라이들 베일)와 전망대(outlook) 등 주요 명소를 연결하는 다양한 길이의 산책로가 마련돼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이 이마에 굵은 땀이 솟게 만드는 전망대 트레일(Lookout Trail)이다. 하지만 이곳에 오르려면 고생을 해야 한다. 협곡 암벽을 따라 이어져 있는 372개의 가파른 계단을 따라 76m를 올라가 넓은 나무로 된 플랫폼(platform)에 서면 협곡 아래 강과 기차가 한 데 어울린 모습이 마치 동화에 나오는 미니어처 마을(miniature village)을 연상케 한다. 왕복에 약 40분이 소요되기 때문에 기차에서 내리면 이곳 전망대 트레일부터 시작하는 편이 좋다. ‘그룹 오브 세븐’ 화가들에 영감을 주어 캐나다의 가장 탁월한 풍경 예술의 일부를 창조케 한 바로 그 전경을 음미하다 보니 어느새 열차는 수센머리로 접어들고 있다. 어둠 속에서 출발했던 열차가 9시간 후인 오후 5시에 되돌아오면 해는 서산에 걸려있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승객들의 그림자가 길게 깔린다. 석양이 깔리는 하늘에 캐나다기러기(Canada goose) 무리들이 V자형으로 편대를 지어 소리를 지르면서 강 건너 미국쪽으로 날아간다. “오매∼ 단풍 들것네(김영랑의 시 제목)”라고 지저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