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주 유일 원시림 국립공원 '푸카사' 백패킹 답사기

[(사진)하이킹 도중 바위투성이 해변가에서 휴식을 취하는 산악회 회원들.. ] 왕복 120km… 급근수단 ‘셔틀보트’뿐 험한 지형, 드문 표지 탓 악전고투 “인공시설물 없어 불편한 게 매력” 드디어 해냈다. 두 번에 걸친 사전답사 끝에 마침내 온타리오에서 유일한 원시림(wilderness) 국립공원인 푸카사(Pukaskwa National Park)의 60km 백패킹 트레일을 토론토의 하이킹클럽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회원들과 함께 완주할 수 있었다. 여러 해 전 썬더베이로 가는 길에 이 공원을 잠시 들러 주위를 답사하면서 독특한 절경에 듬뿍 빠진 필자는 지난해 노동절 연휴를 맞아 이곳을 다시 찾아 출발점에서 16.4km 지점인 윌로우강(Willow River)까지 갔다가 야영하고 돌아왔다. 전 코스를 완주하리라는 그 때의 다짐이 이번에 이루어진 것이다. 이번 완주에 참가한 하이킹클럽 회원은 모두 14명. 7명씩 2개 팀으로 나뉘어 7월24일부터 30일까지 6박7일 동안 힘겨운 강행군을 했다. 2개 조로의 분리는 국립공원측의 요구에 의한 것이다. 푸카사 국립공원에서 백패킹을 하려면 1개 팀의 최대인원이 8명이 넘지 않아야 한다. 7월23일(토) 이른 아침 토론토를 출발한 일행 14명은 수센머리(Sault Ste. Marie)와 슈피리어호 주립공원을 지나는 900km 이상의 긴 여정 끝에 와와(Wawa)에 도착, 일박하고 다음날 이른 아침 출발하여 2시간 남짓 지난 후 푸카사 입구에 도착했다. 온타리오에서 가장 큰 국립공원으로 알려진 푸카사의 접근지점은 해티코브(Hattie Cove) 부근에 있는 북쪽 끝이다. 공원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하이웨이 17(캐나다대륙횡단 하이웨이)을 따라가다 매러손(Marathon) 타운 약 10km 전에 있는 627번 도로로 진입한다. 15km쯤 가면 푸카사 입구에 도달한다. 도중에 헤런베이(Heron Bay)와 원주민 마을(Pic River First Nation)을 지난다. 날짜와 묵을 캠프장을 이미 예약한 터라 1인당 하루 5달러씩을 지불하고 수속을 마친 뒤 방문자센터(Visitor’s Centre)에서 백패킹에 관한 소정의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다. 묵을 캠프장 중 윌로우리버 캠프장이 곰의 빈번한 출몰로 인해 잠정 폐쇄되어 다른 곳으로 바뀌었다. 약 30분간에 걸친 오리엔테이션과 질의응답이 있은 후 일행은 코스털 트레일의 종점인 노스 스왈로우 리버(North Swallow River)로 가기 위해 해티 코브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셔틀보트(shuttle boat)에 몸을 실었다. 선박의 정원이 8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일행은 두 팀으로 나누어 목적지로 갔다. 연안을 따라 이어져 있는 코스털 트레을을 출발점에서 종점까지 왕복을 하려면 120km에 달하기 때문에 푸카사에서 백패킹을 하는 하이커들은 대개가 셔틀보트를 이용해 종점 혹은 그들이 원하는 지역까지 가는 방법을 택한다. 매러손에 거점을 둔 선박회사 매퀘이그(McCuaig Marine Services)가 운행하는 이 배는 부정기노선이기 때문에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종점까지 가는 데 편당 낮에는 485달러, 새벽에는 425달러다. 푸카사 국립공원 일원을 운항하는 셔틀보트는 매퀘이그가 유일하다. 문의: 케이스 매퀘이그 (807)229-0193/(613)988-6085 2개 팀이 함께 하이킹하거나 캠핑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먼저 도착한 A조는 종점에 도착하자마자 10.8km 떨어진 화이트 스프루스 하버(White Spruce Harbour)를 향해 출발하고, 뒤이어 도착한 B조는 출발점인 노스 스왈로우 리버에서 텐트를 치고 1박을 했다. 필자가 속해있는 A조는 첫날 힘든 하이킹을 했다. 정오가 조금 넘어 출발한 데다가 거리가 너무 멀어 엄청난 고생을 했다. 식수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해 더욱 그러했다. 시간당 2km을 걷는 것이 무리였다. 첫날 야영을 할 목적지에 도착할 무렵에는 이미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나무가 하늘높이 솟은 험준한 산에서는 평지보다 어둠이 일찍 찾아오기 때문에 한여름이라 해도 늦어도 오후 4시까지는 하이킹을 끝내는 것이 좋다. [(사진)트레일 출발지점인 해티코브에서 남쪽으로 약 7.8km 지점에 위치한 화이트강의 위용. 강물은 협곡과 폭포를 지나 슈피리어호로 진입한다. ] 6일간의 산행에서 가장 힘들었던 구간이 첫날 코스였다. 산세도 험할 뿐만 아니라 트레일의 표시판이 명확하지 않은 때문이었다. 자연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표시판을 최소한으로 줄여 길 찾기가 힘들었다. 길 표시는 아주 드물게 바위에 돌덩이를 모아놓은 것이 고작이었다. A조는 강 건너 출발점을 찾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간신히 출발점을 찾아 낼 수 있었다. 종점까지 오는 하이커들이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트레일의 흔적이 거의 없었다. B조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으나 A조의 경험이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A조는 B조를 위해 알아두어야 할 사항들을 종이에 적어 캠프사이트 내 눈에 잘 띄는 곳에 두었던 것이다. 이번 하이킹에서는 조지언베이 북동쪽 킬라니 주립공원 트레일과 BC주 빅토리아 아일랜드의 웨스트코스트 트레일을 하이킹했을 때와는 달리 음식과 버너 연료 등을 적게 휴대한 것이 배낭무게를 줄이는데 상당히 도움이 됐다. 셔틀보트를 타고 종점으로 가는 도중 우리 일행이 묵을 캠프장에 음식물을 놓아두었다. 보관장소는 곰박스(bear box). 캠핑장에서 잘 때 음식물 냄새를 맡고 곰이 찾아오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음식물은 철로 된 박스에 넣어두고 배낭은 나무높이 매달아야 한다. 곰으로부터 피해를 줄이기 위함이다. 캠프사이트는 아주 협소해서 2개 이상의 탠트를 치기가 어렵도록 되어 있다. 캠프장 안에는 허름하게 생긴 화덕(firepit)이 고작이었다. 화덕 옆에 물에 떠내려온 것을 주어다 놓은 껍질 벗겨진 통나무 한두개 뿐이고 나무의자 하나 없다. 캠프장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간이화장실(privy or outhouse)과 곰박스가 상당한 간격을 두고 놓여있다. 한 캠프장에 캠프사이트가 두 개 이상 있는 곳은 극히 드물고 대개는 하나이기 때문에 스케줄대로 가지 않으면 사용하지 않은 캠프사이트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 캠프사이트를 차지하고 있는 하이커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들로부터 상당거리 떨어진 모래 혹은 자갈 위에 텐트를 쳐야 한다. 이렇듯 푸카사 국립공원의 백패킹 트레일은 인위적으로 만든 가공물이 너무 빈약하다. 심지어 캠프장 이름마저 표시되어 있지 않아 지도를 보고 깊이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될 경우가 있다. 그나마 표시가 제대로 되어 있는 곳이 국립공원 입구의 출발점에서부터 화이트 리버(White River)까지 8km. 이 구간은 길도 넓고 그런 대로 최소한의 표시판이 붙어있다. 우리 일행이 계획된 일정을 차질없이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날씨가 좋은 덕분이었다. 밤에 한두 번 잠시 지나가는 비가 내렸을 뿐 낮에는 한 번도 비를 만나지 않았다. 해안선을 끼고 이어지는 트레일이 거의가 바위이기 때문에 비가 오는 날에는 미끄러워 실족하기 십상이다. 게다가 트레일의 상당부분이 비가 오면 물이 흘러가는 곳이기 때문에 비가 많이 오면 걸을 수가 없다. 푸카사 국립공원의 백패킹 트레일은 전형적인 오지여행의 표상이다. 시설물이 너무 없어 불편한 것이 너무 많은 것이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실제로 그런 점이 마음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관리사무소측은 말한다. 이곳은 일상으로부터의 철저한 단절이다. 핸드폰도 연결되지 않는다. 하루종일 트레일을 걸어도 사람과 마주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간혹 캠프장에서 한두 명 만나는 것이 고작이다. 팀이라야 두세 명이며 대개는 2명. 단독으로 백패킹을 하는 강심장들도 있다. 캠프장은 경치가 좋은 비치 혹은 만(bay) 후미진 곳에 마련되어 있어 경치는 일품이다. 인상적인 지역은 화이트 스프루스 하버, 화이트 그래블 리버(White Gravel River), 피셔맨스 코브(Fisherman’s Cove), 와소 베이(Oiseau Bay), 피시 하버(Fish Harbour), 모리슨 하버(Morrison Harbour), 윌로우 리버(Willow river), 화이트 리버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일몰때 호수 서편으로 해가 지는 모습, 물안개 피어오르는 이른 아침에 해가 떠오르는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다. 인적이 드문 적막한 곳이라 더욱 그러하다. 트레일이 지나가는 지역 중에서 대표적 장관은 공원 출발점에서 7.8km 지점에 있는 화이트 리버. 굽이쳐 흐르는 강이 협곡과 낭떠러지를 지나면서 급류로 변해 물거품을 내면서 물 색깔이 희게 보이는 데서 나온 말임을 이내 알 수 있었다. 협곡 위를 통과하는 현수교는 너무 높은 데다 아래 협곡에 물이 쏟아져 내려 건너려면 강심장이 필요하다. 밑을 내려다보면 현기증이 나기 때문에 앞만 보고 가는 것이 상책이다. 이번 여행에서 잊을 수 없는 또 한 가지는 셔틀보트를 타고 구경한 화강암으로 덮인 해안선이다. 때로는 파란 물에 흰모래가 조화를 이룬 환상적인 백사장과 절벽, 연안 여기저기에 무질서하게 널려있는 껍질 벗겨지고 끝이 둥근 통나무 등 이곳 아니고서는 보기 힘든 장관에 매료됐다. 트레일이 지나가는 바위산에 널려있는 야생블루베리(wild blueberry)를 원 없이 따먹은 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하이킹 마지막 날 그릇에 하나 가득 담아와 매일 아침 우유에 넣어 맛있게 먹으면서 그곳에 서식하는 곰 가족들에게 미안한 감을 느끼곤 한다. 5대호의 최북단인 슈피리어호(Lake Superior)의 북쪽 해안을 끼고 있는, 생태계보존을 주목적으로 하는 푸카사는 암벽이 많은 북쪽 연안을 따라 바위투성이 지형의 1,880평방km를 점하고 있다. 동식물과 자연환경이 인간의 활동으로부터 가능한 적게 영향을 받도록 관리하는 것이 이 공원의 주목적이다. 푸카사는 슈피리어호 하천유역(basin)에서 가장 아름다운 뿔을 가진 삼림순록(woodland caribou)이 자연적으로 번식하는 마지막 지역 중 하나다. 삼림순록은 캐나다에서 멸종위기의 동물로 분류되어있다. 온타리오에서는 순록사냥이 금지되어 있다. 푸카사 국립공원에는 해안선 백패킹 트레일 외에 3개의 단거리 하이킹 환상선(環狀線·loop)이 있다. 필자를 비롯한 A조는 B조가 하루 늦게 일정을 마치고 나오는 것을 기다리기 위해 공원입구 부근에 조성된 해티코브 캠프장에서 일박하면서 3개의 단거리 트레일 중 2개를 답사했다. 코스 곳곳에 슈피리어호 등 이 지역 일대의 자연환경과 생태계에 대한 해설판이 붙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