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립식물원(RBG) '꽃과 수목의 천국'

정원장미 2천그루·관목장미 650그루 캐나다탄생 100주년 기념 1967년 개원 파이크 산란지 등 생태계 복원사업도 [(사진)RBG 센터에서 지하터널을 지나면 국내 최대규모의 장미원이 있는 헨드리공원이 나온다. 장미원은 6월 하순부터 7월 초순까지 절정을 이룬다.] 때는 바야흐로 장미의 계절. 그 아름다움과 향기로 다른 모든 꽃들을 무색하게 만든다고 해서 ‘꽃의 여왕’으로 불리는 장미가 벌링턴의 왕립식물원(RBG·Royal Botanical Garden) 무대의 한 가운데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6월부터 10월까지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장미가 절정을 향해 치닫는 시기는 6월 하순부터 7월 초순. RBG 센터와 인접한 헨드리 파크(Hendrie Park)에는 요즘 주말이면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 공원의 중심부에 자리잡은 장미원(Rose Garden)에 장미가 만발해 있기 때문이다. 장미원에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장미들이 자라고 있다. 장미가든을 둘러싸고 있는 페르골라(pergola)에는 각종 덩굴장미가 치렁치렁 매달려있다. 1967년 6월 캐나다탄생 100주년 축하의 일환으로 공식 오픈한 장미가든에는 2천그루의 현대 정원장미와 650그루의 관목장미가 꽃을 만발하고 있다. 종류 면에서 북미 최대를 자랑하는 이곳은 원예분류에 따라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 가든 중심부분에는 큰장미와 다발장미가, 동편에는 골동품 혹은 헤리티지(heritage)장미로 불리는 옛정원장미가, 서편에는 관목장미와 야생장미가 각각 심어져 있다. 오는 7월1일 캐나다데이 연휴에는 캐나다장미학회(National Canadian Rose Society)가 이곳에서 회의와 전시회 등으로 50주년 기념행사를 갖는다. 7월3일(일)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헨드리 파크에서 빅토리아 스타일의 가든파티가 있다. 헨드리 파크에 장미가 만발하는 때에 맞춰 레이킹 가든(Laking Garden)에는 붓꽃(iris)에 이어 요즘 작약(peony)이 만발해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붓꽃을 모아놓은 이곳에서는 6월초 피크 때에는 800포기 이상이 화사한 꽃을 피운다. 레이킹 가든은 RBG 원장을 지낸 레슬리 레이킹과 이 공원을 설계한 그의 아내 바브라 레이킹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벌링턴만을 굽어보는 언덕 위에 자리잡은 다년생 꽃나무 정원인 레이킹 가든은 3단계의 계단으로 나뉘어 있다. 제일 윗계단에는 바브라 레이킹 헤리티지가 있다. 조그만 카티지 주변에 조성된 이 가든에는 1900년대 초 온타리오 정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들이 심어져 있다. 가운데 계단에는 야생화들이, 맨 아래 층 넓은 곳에는 붓꽃과 작약이 가득 심어져 있다. 이곳에서 2번 도로를 따라 해밀턴 쪽으로 조금만 가면 락 가든(Rock Garden)이 나온다. RBG를 구성하는 가든 중에서 가장 오래 된 곳이다. 버려진 자갈채취장을 원형극장식으로 꾸민 락 가든은 1921년 11월에 공사가 시작됐다. [(사진)RBG의 5개 정원 중에서 가장 오래된 락 가든. 버려진 자갈채취장을 원형극장처럼 꾸민 락 가든은 1921년에 만들어졌다.] 6에이커에 달하는 이 정원을 조성하기 위해 사용된 석회암 바위들은 원래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옮겨다 놓은 것이다. 1만톤에 달하는 바위를 옮기는 데만 2년이 걸렸다. 이 공원은 시정부가 시입구를 아름답게 미화하기 위해 실시한 콘테스트에서 입상한 작품을 토대로 꾸며져 있다. 작은 폭포와 연못 사이사이에는 희귀한 식물과 꽃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당초에는 고산식물을 심을 계획이었으나 무산되고 튤립과 다년생 꽃나무를 심기로 했다. 당시 이곳은 식물원이 아니고 시영공원이었기 때문에 보다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끄는 식물을 심어야 한다는 의견에 따른 것이다. 이 전통이 이어져 오늘날에도 화려한 3계절 공원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봄에는 아름다운 튤립이 만발하고, 그 다음에는 가을서리가 내릴 때까지 다년생 화초가 무성하다. RBG 센터에서 서쪽으로 약 3km가면 수목원(Arboretum)이 나온다. 쿠츠 패라다이스(Cootes Paradise) 만에 면한 약 80 에이커의 농지 위에 세워진 수목원은 각종 수목들로 가득 차 있다. 이곳의 남쪽에는 5에이커의 관목가든이 있다. 수목원 옆에는 2,400에이커의 잘 관리된 자연보호 지역과 워킹 트레일이 있다. 유네스코에 위해 세계 생태보호지역으로 지정된 나이아가라 단층애(Niagara Escarpment)도 RBG를 통과한다. RBG 원장이었던 레슬리 레이킹 박사의 말은 RBG를 가장 적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RBG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전시하고 있지만 이는 단순한 공원시스템이 아니다. 수목과 늪지를 보호하고 관리하지만 정부의 자연보존국(conservation authority)은 아니다. 식물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보급하지만 도서관이나 박물관은 아니다. RBG는 이 모두를 대변하는 것이며, 이들 모두를 합한 것 이상이다.” 벌링턴과 해밀턴에 이어져 있는 RBG가 생겨난 과정은 독특하다. 금세기 초 지방자치단체를 이끌어 가던 정치인들이 식물원을 만들기 위해 해밀턴시 변두리에 부지와 늪지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1929년에 설립돼 해밀턴공원관리국에 의해 운영되어 오던 이 식물원은 11년이 지난 뒤 온타리오주의회 시행령을 통해 자치기구가 됐다. 설립 다음해에는 영국의 조지 10세에 의해 ‘왕립(Royal)’ 칭호를 받았다. 왕립식물원은 오늘날까지 계속해서 독립적으로 운영되면서도 시정부 및 온타리오주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다목적으로 설계된 식물원으로서는 북미에서 가장 규모가 큰 RBG는 2,700에이커의 캐롤라이니언숲(Carolinian forest), 늪지, 5개의 가든, 50km에 달하는 트레일을 품고 있다. RBG를 단순한 가든 시스템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5개의 가든 외에 쿠츠 패러다이스, 헨드리 밸리, 락 채플(Rock Chapel), 베리 트렉트(Berry Tract) 등 4개의 자연보존구역(nature sanctuary)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 자연보존지 중에서 대표적인 곳이 장미원이 있는 헨드리 파크에 면한 헨드리계곡이다. 헨드리 파크의 경사진 계곡인 모리슨 우드랜드 가든(Morrison Woodland Garden)을 따라 내려가면 헨드리계곡을 샅샅이 구경할 수 있는 트레일과 연결된다. 헨드리계곡은 온화하고 건조한 미기후(微氣候)로 독특한 생태계를 만들어 많은 희귀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그라인드스톤 크릭(Grindstone Creek)의 하류가 흐르고 있는 헨드리 밸리에는 약 50헥타르의 습지(marsh)가 있다. 습지를 따라 이어지는 약 30km의 트레일은 핵심 부분이 보드워크로 이어져 있다. 이 보드워크를 걷는 사람은 연간 25만명이 넘는다. 연꽃과 갈대가 무성한 그라인드스톤 크릭 습지는 파이크(pike)의 산란장소이기도 하다. RBG는 파이크 산란습지를 원상태로 복원하기 위한 20년 계획을 추진해오고 있다. 헨드리 파크 옆 주차장에 있는 체리힐 게이트(Cherry Hill Gate)에서 선피쉬 폰드(Sunfish Pond)로 연결되는 그라인드스톤 트레일은 RBG 입장객 외에 일반인들에게도 개방돼있다. 파이크 산란장이었던 그라인드스톤 크릭과 헨드리계곡 저수지는 세월이 가면서 어종이 계속 줄어들었다. 수량이 줄어든 데다 잉어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헨드리 계곡의 복원사업중 하나는 잉어의 침입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헨드리계곡에서의 낚시는 금지돼있다. 왕립박물관의 투어는 RBG센터에서 시작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RBG 센터, 헨드리 파크, 레이킹 가든, 락 가든 등 어느 곳에서나 입장권을 살 수 있다. 입장권 하나로 5개의 가든을 두루 구경할 수 있다. 입장권만 있으면 RBG센터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성인 8달러, 학생과 시니어 6달러. 개장시간은 오전 10시부터 해질 때까지. 주소: 680 Plains Road W., Hamilton/Burlington. 전화: (905)527-1158 <가는 길> 토론토에서 가는 코스는 다음과 같다: QEW를 타고 해밀턴 쪽으로 가다 QEW와 하이웨이 403이 갈라지는 곳에서 403을 택한다. 6번 도로(하이웨이 401과 연결되는 도로) 로 빠져나와 첫 번째로 만나는 길이 플레인즈 로드 웨스트(Plains Road West)이다. RBG 가는 길 표시판이 세워져 있다. 이 도로를 따라가다 하이웨이 403을 가로지르는 구름다리를 건너 조금만 가면 RBG센터를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