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이민자 영주권 박탈 연방이민성 “국내거주자에만 재발급”

2002년 발급된 첫 영주권카드(PR 카드)의 만기일이 다가오면서 영주권 취득 후 외국에 나가 돈을 벌고 있는 ‘유령(phantom)’ 이민자 상당수가 거주자격을 박탈당할 전망이다. 5년마다 갱신하는 PR카드는 5년 중 최소 730일을 국내에 거주한 사람에게만 재발급된다. 최근 공개된 연방정부 내부문건은 “많은 영주권자들이 자녀를 캐나다에 남겨둔 채 중국, 인도, 중동 걸프지역에서 돈벌이를 하고 있다. 재발급 심사에서 수백 또는 수천명의 해외 노동자가 자격을 박탈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아랍 에미레이트 연방의 아부 다비(Abu Dhabi)에서 영주권 절차를 밟은 이민자들이 박탈 대상의 98%를 차지하고 있다. 연방정부 보고서는 “현재 아랍 에미레이트 수도에서 캐나다 여행 신청서를 낸 80%가 PR카드의 거주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이민자로 추정된다. 아시아 출신 이민자 상당수도 가족만 이곳에 남겨두고 모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2년 6월 도입된 PR카드는 ‘메이플 리프 카드’라고도 불리며 항공기, 선박, 기차, 버스 등 상업용 운송기관으로 입국할 경우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종이로 된 ‘IMM 1000’은 구 영주권서류로 한번 발급받으면 갱신할 필요가 없다. 정부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북미주의 국경보안 및 이민절차 개선을 위해 플라스틱 카드를 도입했다. 작년 여름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당시 레바논에 거주하던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들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수백만달러가 소비되면서 영주권자의 거주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조됐다. 퀘벡의 한 이민변호사는 “국가발전에 공헌하는 것 없이 복지 시스템의 열매만 따먹으려는 사람들에게 넌덜머리가 난다. 그들은 해외에서 PR카드를 보험용 여권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캐나다에 남은 자녀와 배우자는 학비와 GST환불 혜택을 즐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동 걸프 지역의 카터 호프 이민변호사는 “20세기 이민자와 현대 이민자는 사고방식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한곳에 정착하는 구시대 이민자와 달리 요즘 이민자들은 전문직을 위해서라면 PR카드도 기꺼이 포기한다”고 전했다. 그는 “캐나다는 해외자격증 인정이 까다롭고, 취직조건으로 국내 경험을 요구하는 기업이 많다. 고학력 이민자들이 저임금 단순 노동직 밖에 기대할 수 없는 나라를 외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연방정부 보고서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중동에서 노동허가를 받은 남아시아인들이 캐나다 영주권 지위에 매력을 느껴 이민했다가 열악한 노동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중동으로 나가고 있다. 전문직 이민자들이 전공분야에서 일하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을 경우 향후 심각한 사회문제로 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료: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