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에게 기회를 캐나다의 시각

하룬 시디키(토론토 스타) 주디 스그로 연방이민장관이 퇴진했다. 잘됐다. 그의 후임인 조 볼페는 그동안 스그로가 「다른 일」들에 신경 쓰느라 미처 못했던 일들을 할 수 있게 됐다. 캐나다는 재주있는 많은 신규이민자들을 국내로 유입하면서도 이들의 재주를 잘 써먹지 못하는 게 문제다. 이들의 교육수준과 경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신규 이민자 10명 중 6명은 자신의 전공분야와 생판 다른 업종에 종사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빈곤에 발이 묶인다. 이민자들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내 경제는 매년 50억달러의 피해를 본다. 한 세대 전에 이민 온 「선배」들은 자신들도 많은 경우 전공분야를 바꿔야 했음을 지적한다. 그런 고생은 우리도 다 했는데 왜 지금 와서 문제가 되는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오늘날 이민자들의 교육수준은 예전에 비해 훨씬 더 높다. 만약 이런 사람들이 필요 없다면 그냥 노동인력만 유입하면 되지 않을까? 아니면 아예 이민자를 받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그러나 국내 상황을 볼 때 숙달된 기술인력과 높은 교육수준의 이민자들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왜냐면 이 나라의 출생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금 새로 증가하는 인구의 2/3는 이민자들 때문인데 2011년부터는 인구성장을 완전히 이민에 의존해야 한다. 이민자 정착문제를 연구하는 「메이트리 재단」에서 98년부터 총무를 맡고 있는 래트나 오미드바는 최근 들어 이 문제에 대해 보다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전 온타리오 보수당 정부 때 제동이 걸렸던 연방-온주 이민협정이 신임 자유당정부로 인해 다시 협상되고 있다. 연방정부는 해외에서 훈련받은 의사들을 국내에서 보다 빨리, 보다 효과적으로 영입하는 방법을 모색하는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국전문대협회(Association of Community Colleges of Canada)는 해외 이민신청자들을 대상으로 국내에서 필요한 기술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15개월전 설립된 시민단체인 「Toronto Summit Alliance」도 개척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단체 산하에 있는 「Toronto Region Immigrant Employment Council」은 「커리어 브리지」란 프로그램을 신설해 유능한 영주권자들을 고용주들과 연결시켜 주고 있다. 또 해외에서 훈련받은 전문인들을 현지에서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선배」들과 짝을 지어줌으로써 각종 조언과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www.thementoringpartnership.com)도 운영하고 있다. 토론토에서 개척한 이런 프로그램은 국내 전역에서 모방되고 있다. 오타와에 본부를 둔 두뇌탱크인 「Public Policy Forum」이 2천명 고용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민자들이 제도적으로 차별을 당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보다 많은 유색인 소수민족을 고용키 위해 어느 정도 노력하고 있으나 중소기업들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상황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많은 비정부단체들이 영어교육, 직장알선 등 이민자들의 정착을 돕는 일을 제공하고 있는데 특히 「Skills for Change」 「PROMPT」 등 에이전시들은 숙달된 기술인력을 경력분야로 연결시켜 주는데 앞장서고 있다. 토론토의 경우 일부 단체들이 협력해 해외에서 훈련받은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CARE(Creating Access to Regulated Employment)란 이름의 취직알선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조금씩 상황이 개선되는 것 같아 희망을 갖게 된다』는 오미드바씨는 『그러나 아직도 많은 해외 전문인력이 공장에서 막노동을 하거나 택시운전을 한다』고 지적, 캐나다의 앞날날을 위해서라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