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경력 적극 활용돼야 캐나다의 시각

온타리오 보수당 당수경선을 앞두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존 토리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명예직」을 위해 매주 최소 2시간을 꼬박 투자하고 있다. 발이 넓기로 유명한 그는 토론토 기업 관계자들에게 연락해 높은 교육수준과 오랜 경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민 후 마땅한 직장을 찾지 못해 택시운전, 사무실 청소 등을 하고 있는 아까운 인력을 적극 고용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는 그리 힘든 일이 아니라는 토리는 『대부분 기업들은 현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런 사람들을 채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다. 단 이 문제에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잘 몰라 나 같은 사람이 설명해주기를 기다렸을 뿐』이라고 말한다. 토리는 「커리어 브리지(Career Bridge)」 프로그램의 명예 위원장이다. 이 인턴(intern) 프로그램은 새로 정착한 기술자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현지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돕고, 궁극적으로 이들을 직장으로 연결시켜 주는 것이다. 지난해 가을 신설된 이후 150명이 인턴 자격으로 해당분야에서 직업훈련을 받았다. 그러나 프로그램 신청자 수가 2천명이 넘었던 것을 볼 때 아직도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토리는 기업과 사업체, 교육기관, 병원, 관공서 등에 전화를 걸어 더 많은 기회를 열어줄 것을 당부하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실시된 토론토 시장선거에서 소폭의 차이로 낙선한 토리는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검토하는 동안 지역사회에 뛰어들어 일해보지 않겠냐』는 친구의 도전을 받아들여 지난 1월 커리어 브리지의 문을 두드렸다. 당시 이 프로그램은 38명 인턴을 훈련시키는 시험단계에 있었다. 토리의 업무는 프로그램에 참가할 새로운 고용주들을 모집하는 것. 지금까지 60명 이상의 대기업 사장들에게 연락을 취해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그는 『프로그램에 가속도가 조금씩 붙기 시작했으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커리어 브리지는 뛰어난 후보를 고르기 위해 영어구사 능력, 국내와 동등한 해외 학위나 자격증, 3년 이상 경력 여부 등을 먼저 본다. 훈련 프로그램에 가입돼 있는 동안 인턴은 매달 1,667달러를 받게 되는데 회사측은 해당 인턴을 풀타임 직원으로 고용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이미 많은 회사들이 프로그램 중간에 인턴을 정식으로 채용하고 있고, 월급도 더 주는 경우도 있다. 나이지리아 출신 재정분석가 이페니 우조카(36)는 이 프로그램에 가장 먼저 가입한 인턴 중 하나다. 영어실력이 뛰어난 그는 벨기에 앤트워프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네덜란드에서 6년 동안 일했었다. 그러나 그의 경력은 캐나다에선 별 효력이 없었다.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운송회사에서 트럭에 짐 싣는 일을 하게된 우조카는 사기가 땅에 떨어졌고, 캐나다에 온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직업알선 에이전시에 들렀다가 커리어 브리지 프로그램을 알게돼 신청한 그는 「Proctor & Gamble」 회사에 들어가 비즈니스 매니저를 돕는 일을 하게 됐다. 아직 풀타임 직장을 찾지는 못했지만 자신감을 되찾기 시작했고, 앞날에 대한 희망도 밝아지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국내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인구는 노령화되고 출산율은 떨어지기 때문에 이런 인력을 낭비할 여유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물론 커리어 브리지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정부 에이전시들은 해외출신 의사, 간호사, 교사, 엔지니어, 회계사, 수의사 등 앞에 놓인 쓸데없는 장벽들을 하루빨리 철거해야 한다. 연방정부는 이민 신청자들에게 현지 직업시장에 대한 보다 정확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 이민오기 전 적절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국내 기업들은 인사과 관계자들이 해외에에서 취득한 자격증과 경력을 보다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토리는 『토론토에선 복합문화의 기적이 일어날 잠재력이 있다. 아직도 이것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게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온주 보수당수로 선출된 후에도 계속해서 커리어 브리지 명예 위원장직을 유지할 생각이다. 야당 당수가 지역사회에 봉사하지 못한다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