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 과연 말을 할 수 있을까 이민자들의 피나는 영어 배우기 캐나다에서 관련된 직업을 얻기 위해 코압(Co-op) 프로그램에 다니고 있는 전문직 출신 이민자들이 부딪치는 난관 가운데 가장 큰 「벽」이 바로 영어다. 모국에서 영어교육의 기회가 적었거나 수준이 낮았던 경우가 있는가 하면, 정규교육에서 영어를 제대로 습득했다고 해도 문화적 배경이나 언어사용의 차이 때문에 완벽한 「캐나다식 영어」를 구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교육수준이 높다고 해서 이들이 영어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 대부분의 이민자들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모든 교육 영어로 받았지만 캐나다식 발음 못알아듣겠다” 지안-링 웽(35)이 영어를 처음 배운 것은 중국의 항주 제2고등학교 8학년 때였다. 그를 가르친 교사의 영어실력은 웽보다 아주 약간 더 나은 수준이었다. 당시 그는 같은 반 50명의 동급생들과 함께 『애플의 에이(A for Apple), 보이의 비(B for Boy)』하는 식으로 매일매일 단어를 암기하기 위해 소리내어 낭송하곤 했다. 21년이 지나 생의학 엔지니어링 석사학위를 갖고 있는 그는 지금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 미시사가 브라이언 J. 플레밍 카톨릭 성인교육원 교실에서 「L」과 「R」발음의 차이를 연습하고, 「the」의 「th」발음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레 내려고 애쓰고 있다. 이번에는 21년전과 달리 같은 반 동급생이 24명밖에 되지 않고, 선생님도 자신이 말하고 있는 언어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웽과 그의 동급생들이 캐나다에서의 첫 취업 면접을 앞두고 영어를 가다듬을 시간이 불과 1주일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영어를 좀더 일찍 시작하고 좀더 나은 선생님한테 배웠다면 지금 이렇게 어른이 되어 따라잡느라 애쓸 필요가 없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고 웽은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아내와 8살난 아들과 함께 토론토에 왔다. 『중국에서는 선생들조차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하는데 대체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게 우리가 가진 전부였다. 교실 바깥에서 영어를 연습할 기회조차 전혀 없었다』 그러나 웽과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리차 팬디(27)도 인도에서 3살 때부터 영어를 배웠지만 영어가 그리 쉽지는 않다. 오랜 식민지교육체제 아래서, 인도의 학교들은 힌두어 시간을 제외한 모든 교과과정을 영어로 가르쳤다. 그래도 『여전히 캐나다식 발음이 어렵다. 때때로 캐나다인들이 뭐라고 말하는지 못 알아들을 때도 있다』고 북부 델리에서 은행원으로 일했던 팬디는 말했다. 『은어나 속어, 단어 사용이 다르다』. 『학교에서는 힌두어로 이야기하는 게 금지돼 있었다. 영어에는 전적으로 익숙하다. 그러나 여전히 친구와 이야기할 때는 힌두어로 말한다. 그게 자연스러우니까』 “늘 영어로 생각하고 실수 두려워말아야” 그런데 이것은 웽과 팬디의 교사인 앨리슨 화이트가 바꾸려고 애쓰는 그들의「나쁜」습관 가운데 하나다. 한국에서 2년간 영어를 가르친 경험이 있는 화이트는, 『수준이 제각각인 학생들을 한 반에서 가르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이것은 전통적인 ESL반이 아니다. 나는 일단 그들이 직업을 얻게 됐을 때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고 캐나다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언어란 그들에게 생활의 지평을 넓혀주고 동료나 화가 난 고객들과 의사 소통할 기회를 준다. 그들에게 다른 길은 없다. 나는 영어로 의사소통하는데 편안한 수준까지 그들을 올려놓고 싶다』. 하지만 그 「편안한 수준」까지 도달하자면 때때로 뭔가를 버려야 한다. 화이트는 같은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함께 앉아 무리를 짓는 것을 막기 위해 반을 갈라놓았다. 그녀는 교실과 복도에서 영어 외에 다른 말을 하지 못하도록 규칙을 만들었다.. 첫날부터 학생들은 교실 앞쪽으로 나와 개별적인 발표를 하도록 주문받았다. 『자신감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화이트는 지적했다. 『자신감이 모든 것이고, 말은 조만간 따라오게 돼 있다. 열심히 공부하고 영어를 집에서도 써야 한다』고 그녀는 강조했다. 『말속에서 살아야 하고 자신의 문화적 집단 패거리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머릿속에서 말을 번역하려고 하지 마라. 영어로 계속 생각해야 한다』. 고등교육을 받고 직업적으로도 성공했던 대부분의 학생들은 실수를 두려워하는 완벽주의자들이다. 화이트는 실수를 두려워하는 것이 학생들의 실력향상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중국어에는 단수나 복수가 없다. 항상 사과 하나, 사과 둘, 사과 셋 하는 식이다』라고 웽은 설명했다. 『우리는 시제도 없다. 오늘 비가 내린다. 내일 비가 내린다. 어제 비가 내린다. 이렇게 말이다. 남성 여성 구분도 큰 문제다. 중국어 구어체에서는 성별 구분이 하나로 합쳐져 있기 때문이다』. 영어로 방송되는 TV나 라디오 프로그램을 보고들으며 영어문화에 잠겨보려고 애를 쓰지만, 친구들이나 가족과 함께 할 때는 여전히 자신의 모국어를 쓰게 된다고 웽은 말했다. 『중국어를 쓰는 친구들과 중국어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은 당신이 고국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것이다』라고 웽은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아들이 모국어를 잊어버리고 자신의 유산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걸 바라지 않는다』. 같은 알파벳을 사용하고 어원이 비슷한 스페인어를 쓰는 경우라면 영어가 훨씬 쉬울 것이라고 여겨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스턴대학을 졸업한 데이터베이스 관리자 노미 카스트로는 생각이 다르다. 『스페인어에서는 J를 H로 발음한다. A는 Ah로, E는 A로, I는 E로 발음된다』. 5개월전 엘살바도르에서 이민한 카스트로는 자신의 고국에서 영어를 연습할 수 있는 기회란 일주일에 한시간을 넘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너무나 헷갈린다. 아마 새로운 말을 시작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12살 난 내 딸 알레한드라가 하듯이 스폰지처럼 모든 걸 흡수하지는 못한다. 실수하는 게 두렵고, 영어가 두렵다』(토론토스타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