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방학은 부모의 개학 규칙적 생활습관 유지·체험학습 중요 학업보충·대화 기회로...안전교육 필수

여름방학이 곧 시작된다. 학교공부에 매여있던 아이들은 모처럼 늦잠을 즐기거나 숙제와 시험부담 없이 신나게 여름을 즐기거나 다른 과외활동에 참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들 방학을 맞은 부모들은 오히려 몸과 마음이 바빠진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등록시키랴, 이곳저곳 「운전수」 노릇하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아이들 건사하랴 눈코뜰새가 없다. 2학년 아들을 둔 교민 박영신씨는 『수영과 스포츠 캠프에 등록시켰다. 배우던 피아노도 중단하고 우선 방학동안엔 체육활동만 등록했다. 그렇게 해서 건강하게, 스트레스 없이 방학을 보내고 학기를 시작하게 할 생각이다』라고 소개했다.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두달반의 긴 방학기간동안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자녀들의 여름방학 계획을 이미 세웠건, 혹은 아직도 고민중인 부모들이건 간에 우선 고려해야 할 몇가지 사항들을 짚어본다. 첫째는 규칙적인 생활습관 유지다. 처음 며칠동안에야 맘껏 뛰어놀고 늦잠도 잘 수 있고 밤늦게까지 깨어있는 걸 허용할 수도 있지만 이것이 계속되어선 곤란하다. 한인학교협의회 차은자 회장은 『정말 의지가 강한 경우 아니면 수면시간이 불규칙해지고 자꾸만 냉장고를 여닫고 군것질을 하거나 TV와 컴퓨터에 매달리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능하다면 여름학교나 데이캠프 등에 등록해 다니면서 아침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습관을 유지하는게 건강과 정신력을 기르는 데도 좋고 가을학기 학교생활로 복귀하는데도 좋다』고 조언했다. 둘째는 여름방학을 학기중 부족했던 과목을 보충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다. 토론토총영사관 허윤욱 교육원장은 『방학과 함께 받아온 리포트 카드를 참고해 부모가 자녀와 머리를 맞대고 어떤 과목이 부족한지를 상의할 수도 있고, 아이가 평소 해보고 싶어했던 과외활동 가운데 마땅한 것을 선택해본다. 막연하게 「공부 열심히 하라」는 얘기만 반복하는 것보다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조언과 실행방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령 아이가 독해력이 떨어진다면 주말에 함께 인근 도서관을 찾아가 담당 사서를 만나서 필요한 책목록을 추천받는다. 이를 가지고 방학동안 독서 계획표를 짜서 읽도록 배려한다거나 간단한 독후감을 쓰고 아이와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셋째는 심신발달과 지적 성장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현장학습 경험을 쌓아주는 것이다. 허원장은 『학교생활 때 못가본 곳, 혹은 학기중에 가보았던 곳을 부모와 함께 다시 가보는 것도 좋다. 교과서에 나오는 유적지·박물관·미술관이나 산과 바다 등 어디라도 상관없다. 체험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빈곤층 아동들이 중류층 이상 아동들에 비해 학업능력이 떨어지는 결정적인 계기는 방학이라는 연구보고들도 있다. 방학동안 중류 이상 가정 아동들은 여행, 캠프, 예체능 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갖는데 비해 도심의 빈곤층 아동들은 아무런 지적 자극 없이 방치되어 있는 것이 두 그룹간 지적 성장의 차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 넷째는 안전교육이다. 최근 토론토를 중심으로 강력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외출할 때 행선지와 귀가시간 등을 반드시 알리고, 약속시간보다 늦어지면 꼭 전화를 걸도록 한다. 또 여름철 캠프 등 단체체험활동이 잦아지는 만큼 평소 수상안전이라든가 응급대처법 등에 대해 숙지하도록 교육한다. 다섯째는 방학을 부모와 자녀간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시간으로 삼는 것이다. 특히 이민자 가정에서 부모가 일에 매달리느라 자녀와 대화를 나눌 시간조차 부족한 것은 방학이라고 해서 크게 개선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족 여행이라든가 짧은 산책 혹은 자녀의 과외활동 등에 참여하면서 짬짬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도록 애써본다. 차회회장은 『부모가 자녀와 시간을 같이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고 말한다. 설혹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라도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이해하며 행복한 시간을 갖는 것만큼 자녀의 성장에 더 보탬이 되는 것은 없을 것이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