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음악교육 ‘성공’ 강요 말아야 재능·선생·지원 '3박자'

(LA) “음악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한결같이 좋은 친구입니다.” 배병조(가든그로브 서울옥 대표)씨가 두 아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이유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릴 수 있는 예술인이 되는 길은 험난하다. 자녀들을 유명 예술인으로 키우려는 부모도 쉽지 않은 길을 걸어야 한다. 유명 예술인 반열에 오르기까지 자녀를 뒷받침해야 하는 부모들의 경제적·정신적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투자한 만큼 소득을 얻으려는 욕심을 버려야 할 것이라고 부모들에게 주문한다. 배씨의 큰 아들 원준은 6세 때부터 피아노를 작은 아들 원재는 11세 때부터 플룻을 전공하고 있다. 원준은 이미 여러 차례 대형 무대에 섰고, 원재는 플룻 연주의 대가 제임스 갤웨이경의 제자로 입문하는 등 음악 꿈나무로 인정받고 있다. 배씨는 “두 아들을 지금까지 키우는데 수십만달러를 썼을 것”이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아들들이 해외로 연수를 떠날 경우, 이들을 혼자 보낼 수 없어 가족이 함께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많은 경비를 썼다”고 한다. 원준이 10세 때 평생의 선물로 10만달러를 주고 무대 연주용 ‘스타인웨이 앤 선즈’ 그랜드 피아노를 사줬던 그는 “마음에 기쁨이 없다면 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어바인의 피아니스트 채송화씨도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유명 예술인으로 성공하는데 기본이라는 사실에 동의했다. 지금은 류머티스로 잠시 연주생활을 뒤로한 그는 “재능이 탁월해도 가족들의 지원이 없으면 유명 연주인 대열에 합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소견을 밝혔다. 3세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 신동으로 불리기도 했던 그는 “유명 연주인이 되려면 재능과 좋은 선생에 가족들의 지원이 뒤따라야 하는 등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며 “모든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는 끈기가 다른 덕목으로 추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음악은 자기 만족감을 주고 창조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며 좋은 성격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배우기를 권할 만한 분야”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해서 자녀들에게 성공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라크라센타에서 피아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하은경씨는 “피아노를 배우는 학생이 훗날 좋은 연주자로 성공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음악이 인생의 한 부분이 돼 여유로운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된다면 감사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능이 특출한 학생을 발견, 음악을 계속하길 바랐지만 웨스트포인트로 진학해 아쉬웠으나 그가 음악을 알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해 아쉬움을 털어 버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조덕희 남가주 한인음악가협회장은 “자녀를 음악인으로 키우기 위해 장기 투자가 필요하지만 음악으로만 생활하기가 쉽지 않아 많은 꿈나무들이 중도에 음악을 포기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렇지만 미국은 상대적으로 음악을 가르치는데 좋은 여건이 조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유명 연주가란 목표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아무도 모르며 일류가 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분위기가 이뤄지고 있으나 지금 이들이 음악을 그만둔다 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음악은 이미 아이들의 친구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