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 대입 특별전형 ‘좁은문’

최근 들어 캐나다 및 미국 등 해외 지사 공관원이나 주재원, 대기업 직원 자녀 가운데 재외국민 특별전형을 통해 모국 대입 준비를 하기 위해 가족보다 1-2년 먼저 귀국, 수험 공부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국 입시 학원가에 따르면 미국 등 해외에 거주하다 일찌감치 귀국한 학생들이 현재까지 5백여 명이 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재외국민과 외국인 특별전형’은 외교관이나 상사 주재원, 해외동포 자녀들을 대상으로 당해 학년도 입학정원의 2% 범위(학과별 정원의 10% 범위) 안에서 신입생들을 선발하는 제도로 대부분의 대학들이 2학기 중에 전형을 실시한다. 이들이 전형일 이전에 미리 귀국하는 이유는 해가 거듭될수록 특별전형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 1997년 당시만 해도 이들이 주로 지원하는 모국 5개 상위권 대학들의 특별전형 경쟁률은 2대1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요즘엔 이 전형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한 해 1800명을 넘는 반면, 5개 상위권 대학이 뽑는 학생은 250명 정도로 줄어 경쟁률이 7대1을 넘어섰다. 지원 학생이 갑자기 증가한 까닭은 지난 97년 모국 정부가 이전 주재원자녀 등에 한해 제한하던 특별전형 지원 자격을 연수·유학·출장자의 자녀, 선교사의 자녀, 강의·연구목적 파견자의 자녀, 해외취업자의 자녀 등 해외에 거주하는 거의 모든 한인들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세대와 고려대, 서강대, 한양대 등 일부 대학들은 미국 소재 고등학교 과정 1년을 포함해 2~3년 이상 중·고교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에게도 응시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 2000년 재외국민 특별전형 관련 대형 부정입학 사건이 터지면서 모국 교육인적자원부가 각 대학에 감사를 실시하는 소란이 일자, 상당수 대학에서 특별전형 선발 학생 수를 절반 정도 줄여 버렸다. 지난해 재외국민 특별전형 모집정원은 총 153개 대학, 6200명 선이었지만 미국에서 살다 온 학생들은 중하위권 대학 응시를 꺼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별전형 방식으로 국어·영어·수학 등 필답고사 방식을 채택하는 대학들이 늘어나면서 모국에서 ‘한국식’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합격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류전형 혹은 면접 외에도 필답고사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대학들은 서울대를 비롯해 50여개 대학에 달하고 있다. 이같이 입학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해외에서 학교를 다니던 학생들이 홀로 귀국해 모국 고교와 학원으로 몰려들자 탈선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외국민 특별전형 시험방식을 변경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에서 귀국학생들을 대상으로 재외국민 특별전형 전문학원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필답시험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미국 대학처럼 학교 성적과 과외활동 경력 등을 고려해 2~3배수를 뽑고, 문과는 출신국 외국어, 이과는 수학 한 과목으로 최종 선발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