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 투표권 되찾았다 헌법재판소 "선거권 제한 헌법불합치" 결정

영주권자도 해당….’280만 표’ 차기대선 변수 (서울) 한국 국적을 갖고 있지만 한국에 주소가 없는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은 현행 공직선거법과 주민투표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그동안 투표권이 없었던 재외국민들이 앞으로 각종 모국선거에서 투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관련기사 A2·3면, B1면)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종대 재판관)는 28일, 이기훈(전 캐나다한인회총연합회장)·이주하(전 토론토한인회 부회장)씨 등 캐나다한인 3명을 비롯, 미주한인회총연합회 법률고문 김재수 변호사 등 15명의 재외동포들이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공직선거법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 심판에서 헌법불합치를 결정하면서 개정 입법시한을 2008년 12월31일로 정했다. 그 이전에 법 개정이 되지 않으면 2009년부터 관련 법률은 효력을 잃게 된다. 헌법불합치란 해당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위헌결정에 따른 법적공백을 막기 위해 개정 때까지 일정기간 해당조항의 효력을 유지하거나 한시적으로 중지시키는 결정이다. 헌재는 1999년 `재외국민의 선거권 제한’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지 8년 만에 판례를 변경했다. 새로 유권자로 편입될 재외국민의 수는 장기체류자를 합쳐 대략 280만 명(2005년 외교통상부 자료)으로, 대선의 당락을 결정하고도 남을 만큼 많다. 2002년과 1997년 대선에서 당선자와 차점자의 표 차는 각각 57만여 표와 39만여 표에 불과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올 12월 대선 이전에 헌재의 결정취지를 담은 법개정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각 당과 후보자 사이의 이해관계가 날카롭게 대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적 고려 때문에 정치권은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논의 자체를 미룰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날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법안소위에선 재외국민 해외 부재자 투표제 도입을 뼈대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심의했으나, 투표권 허용 범위를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의견이 맞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헌재는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재외국민 또는 국외거주자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 것은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선거권 제한은 그 제한을 불가피하게 요청하는 개별적ㆍ구체적 사유가 존재함이 명백할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으며, 기술상의 어려움이나 장애 등의 사유로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ㆍ국회의원 선거권의 경우 재판부는 “단지 주민등록이 돼 있는지 여부에 따라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을 결정해 선거권 행사 여부가 결정되도록 함으로써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재외국민의 선거권 행사를 전면 부정하는 선거법 37조 1항 등의 조항은 정당한 목적을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방선거 참여권(선거권 및 피선거권)에 대해서는 “국내거주 재외국민에 대해 주민등록만을 기준으로 체류기간을 불문하고 전면적ㆍ획일적으로 지방선거권을 박탈하는 선거법 15조 2항 등의 조항은 헌법상 평등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넘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투표권의 경우 헌재는 “주권자인 국민의 지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주민등록 여부만을 기준으로 해 재외국민의 국민투표권 행사를 전면 배제하는 국민투표법 14조 1항은 국민투표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법률조항들이 단순 위헌으로 선언돼 즉시 효력을 상실하면 주민등록을 요건으로 하는 선거인명부 작성이 불가능하게 돼 다가올 17대 대통령 선거와 18대 국회의원 선거 등을 제대로 실시할 수 없게 되는 법적 혼란상태를 초래할 가능성이 명백하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은 충분한 법적ㆍ기술적 대책을 검토하도록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재의 결정 취지에 따라 2008년 12월31일 이전에 법 개정이 이뤄지면, 바뀐 법률이 적용되는 시기는 2010년 지방선거부터가 된다. 그러나 헌재에서 이번에 지방선거의 경우 효력이 미치는 범위를 ‘국내 거주 재외국민’으로 한정함으로써, 실제로 새 법률이 본격적으로 선거에 적용되는 시점은 2012년에 치를 대선과 총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외국민 현행 재외국민등록법의 정의에 따르면 ‘외국의 일정한 지역에 계속하여 90일 이상 거주 또는 체류할 의사를 갖고 당해지역에 체류하는 대한민국 국민’을 말한다. 유학생이나 지상사·공관원은 물론, 해당국에 사는 영주권자도 포함된다. (자료: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