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이민자 ‘취업멘토’ 국내기업 '입맛 맞추기' 알짜정보 조언

“한 사람의 취업을 돕는 것은 가족 4명을 살리는 일입니다.” 전문직 한인이민자들의 취업을 도와 주고 있는 연방원자력안전감독원(CNSC·Canadian Nuclear Safety Commission) 감독관 노기만(50) 박사의 지론이다. 현재 피커링원전 주재 CNSC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는 노 박사는 이민 후 전문분야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한인 전문인력들을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돕는 일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그의 개인 미니홈피(world.ahaidea.com/minihome/liveincanada)에는 이력서 작성에서부터 인터뷰 예상질문 및 대답방법, 캐나다회사 취업열쇠, 성공적인 직장생활요령, 임금수준 등 신규이민자들이 알아야 할 알짜 취업정보가 수두룩하다. 그는 퇴근 후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모아 직접 취업요령에서부터 프레젠테이션·보고서 작성법 등을 지도하고 있다. 원자력관련 기업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전공분야에 대한 강의도 하고 있다. 현재까지 10여 명의 전문인력들이 이같은 방식으로 도움을 받았다. 이 중 일부는 이미 취업에 성공했거나 인터뷰를 통과해 취업확정 직전단계에 있다. 노 박사는 “캐나다에는 전문직 일거리가 생각보다 훨씬 많다”며 “그러나 준비된 사람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모든 자격을 갖추고 한국에서 전문분야 경험이 아무리 풍부해도 캐나다업체들의 ‘입맛’을 맞지 않으면 선택되기가 어렵다는 것. 그는 자격·실력·경험과 아울러 바로 ‘국내기업의 입맛을 맞춰주는 준비’를 돕는 것을 자신의 소명으로 생각한다고. 노 박사는 500대 1의 경쟁을 뚫고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던 자신의 경험을 들며 “책상에 쌓인 수 천 통의 이력서들 중 자신의 이력서가 눈에 띌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커버레터를 잘 정리해 최소한 인터뷰 기회라도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요즘 기업들은 서류전형 시 응시자가 전문지식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를 보기 위해 자기소개서와 이력서에 얼마나 많은 전문용어를 사용했는지를 컴퓨터로 체크해 우선 분류하는 방식을 많이 사용한다. 따라서 이메일로 이력서를 작성해 보낼 때 가급적 구인광고에 게재된 단어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요령이다. 노 박사는 자신의 전문분야인 원전관련 취업을 희망하는 엔지니어들을 주로 돕고 있다. 그는 “원자력사업은 원전 외에도 방사선·전기·전자·기계공학 등 공학 전반과 연관돼있어 한인들에게도 기회의 폭이 넓은 편”이라고 설명한다. 그가 99년부터 7년째 근무하고 있는 CNSC(구 AECB·Atomic Energy Board)는 천연자원성(NRC·Natural Resources Canada) 소속으로 한국의 과기부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을 합친 일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구 소련 체르노빌, 미국의 쓰리마일섬과 같은 대형 원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점검하는 것이 주임무다. 노 박사는 전국의 원전(총 22곳) 및 방사선동위원소 생산시설과 연구용 원자로 등을 감독하기 위한 주재사무소에서 일하는 CNSC의 파견감독관 중 한 명이다. 자원성에도 한인 전문직이 7명 정도 일하고 있으며 원전설계회사인 AECL(Atomic Energy of Canada Limited·미시사가 소재)에는 20여 명명, 온타리오전력공사에 10여 명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원전이나 한전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다. 지난해 정부에서는 전문직 출신 이민자들을 위한 구제책을 마련한다고 발표했지만 하지만 눈에 띄는 결실은 없는 실정이다. 특히 한인사회에서는 경력을 인정받기가 비교적 용이한 의약계 종사자나 교사들뿐만 아니라 엔지니어들 중에서도 혜택을 본 사례가 극히 드물다. “취업전선에서도 민족의 단결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노 박사는 75년 경기고를 졸업, 군복무 후 80년 캐나다로 이민 왔다. 알버타주립대에서 학사, 워털루공대에서 기계공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90년부터 3년 간 한국원자력연구소 AECL주재원으로 근무한 후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소·한전연구소 등을 거쳐 연방정부 감독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부인 이재옥씨와의 사이에 두 딸. (자료: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