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방송사 누비는 한인들, 그들의 조언 토론토1 벤진 등 10여명 맹활약 "기용때 출신국 전혀 안가려"

최근 몇년 사이 주류언론에 종사하는 한인들의 숫자가 크게 늘고 있다. 2003년말 현재 토론토지역 주류방송사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은 10여명. 한인방송인들의 멘토(mentor)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 ◆토론토1(Toronto1)의 벤 진(진병규·39)씨를 비롯해 ◆CBC의 한인앵커 모니카 김(김수연·36)씨 ◆시티-TV의 이지연(31) ◆글로벌TV 거스 김(김상구·34) ◆글로벌 TV 이민아(27) ◆CTV 타냐 김 ◆CFMT 재니스 골딩(29) ◆머치뮤직(Much Music) 성해나(26) ◆토론토1(Toronto1) 이민숙(33)씨 등이 맹활약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10일 캐나다 국영방송국인 CBC는 모니카 김씨를 전격 스카웃, 토론토 간판 뉴스앵커로 발탁했다. 그동안 CBC의 주요 뉴스앵커로 활약하며 유명세를 탔던 벤 진씨가 9월 신설방송국 토론토1로 이적한 이후 공석이었던 자리를 또다시 한인이 거머쥔 셈이다. 93년부터 글로벌 TV 정치부 기자 및 뉴스앵커로 일해 온 김씨는 딸아이 출산과 함께 지난해 잠시 활동을 중단한 후 1년여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글로벌 TV에서 한동안 파트타임으로 저녁 6·11시 주말뉴스 아나운서로 활동하던 중 지난 10월 CBC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아이가 두 살이 되면서 방송에 대한 욕심이 다시 생기기 시작했어요. 다시 본격적으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에 CBC로부터 연락을 받았죠.』 89년 라이어슨대에서 라디오·텔레비전 방송학과를 졸업한 후 CBC에서 인턴으로 잠시 활동한 김씨는 이번 이적을 『「큰물」에서의 새로운 도전의 기회』라고 설명했다. 『CBC는 한인앵커만을 고용한다』는 우스갯소리를 던진 김씨는 방송국은 출신국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인들은 CBC가 연이어 한인앵커를 기용한다고 주목하지만 정작 방송국에서는 진선배와 저의 공통점을 모르는 눈치예요.』 이밖에도 신세대 한인방송인 가운데는 「방송인=뉴스진행자」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음악전문채널 머치뮤직과 CTV의 이토크데일리(e-talk daily) 등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 진행자로서도 넘치는 「끼」를 과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인들은 각종 라디오와 독립영화사에서 DJ·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류신문에는 글로브 앤드 메일지의 김대진(데이빗·27)씨가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한인학생들, 언론진출에 큰 관심” ‘복합문화’ 일환 소수민족 배려 토론토 라이어슨대학의 방송학디렉터 수안 켈먼교수는 한인을 비롯한 아시안계 출신들의 주류방송 참여가 증가하는 요인에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켈먼교수는 먼저 한인들의 언론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들었다. 그는 『라이어슨대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는 한인학생들의 숫자만으로도 언론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며 『중국커뮤니티의 경우, 방송에 대한 보수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모들과 젊은 세대들간에 갈등이 종종 표출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방송사측이 소수민족 출신에게 채용의 기회를 최대한 확대하고 있다. 켈먼교수는 『언론사 가운데 특히 TV방송사가 복합문화를 상징하고자 소수민족 출신들을 적극 기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언론학을 공부하고 작문능력이 뛰어나다면 출신국에 상관없이 방송사 취업의 문은 열려있다』고 조언하고 『여기에 방송화면에 적합한 외모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평소 방송가의 활발한 한인들의 진출이 흥미로웠다는 글로벌 TV 리포터 거스 김씨는 의사소통에 적극적인 한국인의 특성이 주된 요인중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한국인은「아시아의 이탈리언」이라고 불릴 만큼 표현력이 강하다. 심지어 비한인 캐네디언들도 한인 신규이민자들의 직설적인 표현법법에 놀라곤 한다. 때문에 한인들의 방송사 진출은 놀랄만한 사항이 아니다』라고 풀이했다. ■한인 방송인들의 조언 *전공과목으로 언론학을 택하라 일찌감치 방송계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대학에서 저널리즘이나 미디어학 등 언론관련 분야를 전공과목으로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창시절부터 방송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조언이다. 미처 대학에서 관련학문을 공부하지 못했다면 대학원이나 칼리지 또는 저널리즘 전문학교에 입학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학졸업후 고심 끝에 방송계를 결정했다는 글로벌 TV 리포터, 거스 김씨는 대학에서 미생물학과의 생체심리학을 졸업한 후 저널리즘으로 잘 알려진 BCIC(British Columbia Institute of Technology)에 입학한 후 밴쿠버 라디오 방송의 스포츠 프로그램과 1130뉴스를 진행하며 방송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경력 쌓기에 힘써라 졸업 후 단번에 방송사의 풀타임 직장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방송사내 인턴이든 무보수 자원봉사든 마다하지 말고 경력을 쌓아라. 중노동에 가까운 업무 특성으로 인해 방송인들 사이에서 혐오직 1순위로 꼽히고 있는 비디오그래퍼(videographer)는 방송 초년생들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직종이다. 리포터 겸 카메라맨을 동시에 소화해내야 한다는 어려움으로 방송가에서도 점차 사라지고 있는 분야이지만 많은 방송인들이 이 과정을 거쳐왔다. *첫 직장에 실망하거나 안주하지 마라 캐나다 최초의 한인방송인 벤 진씨는 대학 졸업후 일자리가 마땅치 않아 시티-TV 부근의 레스토랑에서 지배인으로 일했다. 당시 약혼녀 바브라 유스티나(현재 부인)의 권유로 오디션 테이프를 만들어 시티-TV문을 두드린 것이 시작이었다. 7년간의 활동이후 97년 캐나다 최대 민영방송사인 CTV의 핼리팩스 뉴스담당지국장으로 1년간 근무하던 중 98년 9월 CBC에 스카웃 됐다. 각 방송사는 곳곳의 숨은 인력을 찾고자 경쟁방송사들의 방송인들을 꾸준히 모니터 한다. 따라서 자신에게 맡겨진 업무에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시티-TV의 이지연씨는 졸업 후 무려 500여개의 데모테이프와 이력서를 보낸 끝에 사스카툰의 「사스카툰TV」의 리포터로 채용됐고 이후 해밀턴의 CH-TV 등을 거쳐 방송생활 6년만에 토론토의 대표적인 방송사로 발탁됐다. *한국어를 익혀라 2세 방송인들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방송인으로써 다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은 커다란 선물이다. 일부에서는 한국어 구사가 영어발음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고 염려하지만 코리안 캐네디언으로, 해외 출장이 잦는 방송인으로 한국어 구사는 큰 이득으로 작용한다. *다독하라 시사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방송인들은 아침부터 각종 신문은 물론 인터넷으로 미국과 영국의 주요신문을 읽는다. 특히 뉴스 진행자는 시사에 대해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학창시절부터 다독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라 1분·1초가 아쉬운 방송사에서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또한 취재 성격에 따라 퇴근시간이 정해지는 만큼 일반회사의 평균 근무시간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