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제값 받고 쉽게 팔기 상태·가격 좋으면 시기는 무관

■주택매매 가이드 집을 팔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매매가 얼마나 성가신 과정인지 이해할 것이다. 청소를 하고 어질러진 것을 치우는 데 시간이 많이 들 뿐 아니라 낯선 검사원이 집에 두고 이러쿵저러쿵 싫은 소리를 해도 웃어넘겨야 한다. 받고 싶은 값과 시장가격을 분리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주택가는 시장의 시세와 주변의 경쟁력 등에 따라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을 짧은 시간에 크게 걱정하지 않고 처리할 수 있을까. 부동산 중개인으로서 수십채의 주택 거래를 성사시킨 시드 데이비스씨가 최근 자신의 저서 ‘주택매매 길라잡이(A Survival Guide for Selling a Home)’에서 주택판매 전략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집을 적정가격에 크게 힘들이지 않고 빨리 매매하는 13개 단계를 간추려본다. ▶이른바 소유자판매(For Sale By Owner)라는 방법으로 손수 판매할지를 정한다. 주택시장의 열기가 뜨겁고 인기 있는 지역에 자리잡은 집이라면 직접 팔아도 될 법하다. 청소를 하고 가격을 정한 다음 ‘매매(For Sale)’ 간판을 내건다. 한 달이 지나도 팔리지 않으면 중개인을 고용한다. ▶중개인을 지혜롭게 선택한다. 주위에서 중개인을 추천해주면 실적을 서면으로 알아본다. 중개인이 지난 60∼90일간 매물명부에 올린 주택과 판매한 것을 출력해 달라고 요청한다. 리스팅 가격과 실제 거래가격, 시장에 매물이 나와 있던 기간 등에 대해서도 요구한다. 함께 일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중개인이 여럿이라면 구매권유 전략, 광고횟수, 광고처 등을 만나서 알아본다. 집을 언제든지 보여줄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이웃과의 경쟁, 시장의 건강성 등을 고려해 적정가격을 책정한다.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정하면 그 가격대에 적절한 고객을 잃게 되는 수가 있다. ▶시장에 내놓는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지금은 시기가 상관없다. 성탄절이건 새해이건 한여름 무더위이건 아무 때라도 집은 잘 나간다. 주택의 상태가 좋고 가격이 적절하면 잘 팔린다. ▶중개인이 매물 명부에 올릴 기간을 결정한다. 같은 동네 비슷한 값을 매긴 집들을 얼마동안 시장에 내놓는지 고려한다. 75일이라면 부동산 중개인에게는 90일간, 35일이라면 60일 정도 내놓으라고 청한다. ▶집을 보여줄 준비를 한다. 팔을 걷어붙이고 방에 흩어진 잡동사니를 치운다. 카펫이며 벽도 청소한다. 외부는 밖에서 보아 마음을 끌도록 하고 사진이나 자줏빛 벽 등 개인이 손질한 것은 없애버린다. 집을 사는 사람은 자기 물건으로 취향에 맞게 꾸미고 싶어한다. ▶집을 개량할 땐 욕심을 줄인다. 투자비용을 짧은 기간에 회수하지 못하는 수가 많다. 가령 같은 동네에서 부엌을 고쳐만드는데 2만달러를 투자한다면 그 정도로 그쳐야지 4만달러까지 들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대신 욕실, TV 시청실, 외부 공간 등에 분산해 투자하는 것이 더 좋다. ▶문제점을 자세하고 정직하게 드러낸다. 문제를 숨기거나 구매자를 속이기보다는 정직하게 밝히는 것이 자신을 보호하는 길이다. 전문 검사원은 진실을 대부분 파헤치게 되므로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 가장 좋다.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나중에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구매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수도 손상이다. ▶집을 보러오는 장래 구매자를 따뜻하고 편안하게 맞아들인다. 아침 7시나 저녁 9시에 집을 찾아오겠다고 하면 좀더 편리한 시간으로 조정하자고 말할 권리가 판매자쪽에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회는 찾아올 때 잡는 것이 상책이다. 물건들을 줄이고 부속 건물도 비운다. 손님이 알레르기가 있을 수도 있으니 애완동물은 상자에 가둔다. 땅콩초콜릿과자를 굽거나 포푸리(꽃잎과 향료를 섞어 담은 것)를 내놓아 기분 좋은 냄새를 풍기도록 한다. 집을 손수 팔아야 하는 경우 밤에 혼자 있을 때는 집을 보여주지 말아야 한다. ▶살 사람이 나서지 않으면 다음 계획을 세운다. 적절한 시간 안에 집이 팔리지 않으면 이유를 알아내고 고친다. 어지른 물건들을 다시 정리하고 가격도 내려본다. 중개인이 신경을 덜 쓰는 느낌이 들면 다른 중개인을 물색한다. ▶모든 제안들은 흥정을 한다. 주택시장이 열기가 여간 뜨거운 경우가 아니라면 구매자는 등록가격보다 적은 값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제안을 하든 판매자는 반대 제안을 할 수 있다. 제외시키는 물건 없이 있는 송두리째 판매하는 것이 유리하다. 꼭 가져가고 싶은 경우가 아니라면 커튼과 샹들리에 등도 그대로 둔다. 이사할 지역이 멀리 있으면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등을 꼭 가져가야 할지 심각하게 고려한다. ▶다음 행동을 계획한다. 이사 갈 지역을 미리 정한다. 집이 예상보다 일찍 팔릴 수도 있으므로 임대를 하고 짐을 창고에 보관하더라도 앞서 계획을 세운다. 사용하지 않는 가구와 옷가지를 어디다 기부할지 알아본다. 중고염가판매(가라지 세일) 전문가들의 이름도 확보해두면 물건을 판매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과정을 모두 거치면 이제 집을 새로 사거나 임대한다. 하지만 구매자의 돈이 내 계좌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샴페인을 터뜨려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