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의 화려한 변신 오락·수납 등 용도변경 유행

주택 내 마지막 ‘미개척 공간’ 오락·수납 등 용도변경 유행 등반연습용 인공암벽까지 설치 콜린 비튼씨가 사람들을 “차고에서 놀자”며 초대하면, 대개는 그 제의에 거부반응을 보이곤 했다. 특히 을씨년스런 겨울철에는 더 그랬다. 하지만 비튼씨의 차고는 기름때가 묻고 마감공사도 안 됐으며 어둡고 지저분한 전형적인 차고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바깥에서 볼 때는 여느 차고들과 다를 바가 없지만, 비튼씨의 뒷마당에서 보면 이것은 차라리 별채처럼 보인다. 프렌치도어를 열고 한 발짝만 차고 안으로 들어가 보면 그런 느낌은 더 확실하다. 한쪽에는 당구테이블이 놓여있고 가죽의자와 텔레비전과 스테레오시설까지 설치돼있다. 실내장식은 차고라는 주제에 맞도록 독특하게 꾸며졌다. 닳고닳은 듯한 바닥 페인트칠, 벽에는 빈티지 자동차들의 흑백사진과 오래된 자동차 번호판들이 걸려있고, 낮은 사다리에 페인트칠을 해 하이체어처럼 사용하고 있다. 비튼씨는 “처음 친구들을 차고로 초대해 여기 와본 이들은 모두들 깜짝 놀라곤 했다.”고 웃으며 말한다. 5년 전 새 집을 지으며 집과 따로 떨어져 있는 옛날 차고 자리에 지금의 새 차고를 지은 이 가족은 지금처럼 오락공간 용도로 차고를 꾸민 게 아주 잘한 일이라고 만족스러워한다. 비튼씨네 차고는 광역토론토 지역 내에 많은 가정들과 마찬가지로 오직 자동차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집중화 정책으로 토지가격이 인상됨으로써 신축주택 소유주들은 최대한 공간을 활용하고 싶어한다. 비록 차량을 집어넣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긴 했지만, 차고는 창고나 체육관·작업실·파티룸·스튜디오 혹은 밴드 연습장 등으로 변형될 수 있다. 주택소유주들이 지하실과 옷장 활용에 이어 장식을 하고 정리를 할 수 있는 마지막 남은 공간으로서 차고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비튼씨의 차고는 바닥에 전기난방 공사를 함으로써 연중 사용할 수 있는 데다가, 집에서 차고로 이어지는 포석도 난방이 돼 눈이 내려도 곧장 녹아버려 쌓이지 않는다. 이 차고는 커다란 창이 있어 밝고 유쾌한 분위기를 풍긴다. 비튼씨는 2층짜리 차고를 지을 생각도 해봤지만 시로부터 고도제한 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말하면 차고는 오로지 가정용 차량을 위해서만 사용 가능하지만, 차가 들어갈 충분한 공간이 있다면 자전거와 정원가구를 거기에 수납해둘 수도 있다. 하지만 차고를 다른 용도로 쓰고 있는 가족은 비튼씨네만이 아니다. 심지어 토론토시장 데이빗 밀러조차 그의 집 차고는 자전거와 스키와 오래된 타이어와 건축자재로 가득 차 차를 집어넣을 공간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게다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차고를 취미용 방이나 홈오피스·놀이공간 등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라이어슨대학교 인테리어디자인 스쿨의 부학장인 애닉 미첼씨는 “규제조항이 있다고 해서 차고가 꼭 그 한정된 용도로 사용되란 법은 없다. 오히려 대개는 차를 집어넣는 것 이외의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일례로 그는 닭이나 비둘기, 토끼 등을 차고에서 키우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고 귀띔한다. 리치먼드힐의 주문식 주택건설업체인 ‘가든홈스’의 조셉 지아르디나씨는 자신이 아는 이탈리아계 가정들 대다수가 차고에서 토마토소스를 만들거나 와인을 제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집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대신 차고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토론토 웨스트 지역에 사는 넬라 사차씨는 3년 전 집을 지을 때 차고를 추가 수납공간으로 만들겠다고 작정하고 비교적 널찍하게 2대짜리 차고를 지었다. 사차씨는 “집이 꽤 넓은데도 여전히 수납공간이 적게 느껴진다. 당장 쓸 것은 아니지만 버리기 아까운 물건이나, 아이가 커가면서 점점 부피가 늘어나는 큰 장난감류를 놔둘 데가 마땅치 않아 차고를 활용하기로 한 것”이라라고 말했다. 그런데 요즘은 이 차고가 11살 난 아들 니컬러스의 겨울철 하키와 축구연습, 그리고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공간으로 곧잘 이용되곤 한다. 매끄러운 바닥표면에 추위로부터도 보호되는 차고는 이런 스포츠활동에 안성맞춤이다. 97년 해밀턴에 새 집을 지어 이사한 피터 파워씨네 가족도 전혀 다른 용도로 차고를 사용하고 있다. 암벽등반 애호가인 파워씨는 아들 킬리언(10)과 딸 딜레이니(9)에게도 자신이 즐기는 스포츠를 가르치길 원했고, 따라서 마감처리가 돼 있지 않던 차고벽에 연습용 암벽등반코스를 설치한 것이다. 파워씨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여러 가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기존 벽을 지탱하도록 나무판자와 기둥을 보강했고, 벽 아래에는 푹신한 재질의 바닥재를 깔았다. 더구나 벽에 그어진 일정한 선 위로 더 올라가게 되면 모니터에 의해 경고음이 울리게 돼있다. 또 벽 한쪽으로 지붕까지 곡면이 설치돼 있는 부분에서는 반드시 안전장비와 고리를 착용하고 아버지가 옆에 있어 밧줄로 고정시켜줄 때만 등반연습이 허락된다. 파워씨는 “아이들이 안전하고 통제된 환경에서 즐기면서 등반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 누구나가 아이들에게 벽 등반을 허용하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이것은 적절한 지도와 주의가 취해지는 상황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등반연습용 벽면을 설치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파워씨는 ‘www.metoliusclimbing.com’ ‘www.indoorclimbing.com/climbing_walls.html’ ‘www.magma.ca/-onsight/build.htm’ 등의 웹사이트를 소개해주기도 했다. 한편 이렇게 차고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경향이 강해짐으로써 ‘홈디포’같은 주택개조 하드웨어점들에게 차고정리 부문이 큰 사업이 되고 있다. ‘홈디포’의 홍보담당 매니저인 닉 코울링씨는 이 회사가 차고 정리용 선반이나 주문식 차고 패키지를 많이 팔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차고에는 작업 테이블이나 수납함, 선반과 고리 등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이 적지 않게 들어간다”고 말한다. 또한 ‘홈디포’에는 차고를 작업장으로 사용하길 원하는 고객이 많이 찾아온다. 코울링씨는 “만일 스테인(stain)이나 니스칠을 할 때 집안에서 하게 되면 유해한 가스가 퍼질 수 있다. 차고는 이런 작업을 하기에 좋은 장소다. 차고는 점점 더 단순히 차를 위한 공간이 아닌 집의 또다른 방처럼 사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흐름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고 있는 또다른 업체 가운데 하나가 ‘월풀’이다. 이 회사는 차고의 뜨겁고 차가운 온도를 견뎌낼 수 있고 이동이 편리하게 바퀴가 달린 냉장고와 냉동고를 디자인했다. 또한 ‘뉴에이지홈스’의 소머 럼 사장은 많은 신축주택들이 차고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걸 염두에 두고 지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차고 높이를 13피트로 높여달라는 요청을 여럿 받았다. 사람들이 그 윗부분을 수납공간으로 사용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뉴에이지홈스’는 포트호프와 구엘프 근처의 락우드 같은 지역에 자녀들을 독립시킨 중년의 빈둥지족(empty nester)들을 위한 벙걸로 주택들을 짓고 있다. 럼씨는 “확실히 빈둥지족들은 가능하다면 차고에 좀더 많은 수납공간을 만들길 원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 소유주는 모델홈을 구입해 여기서 세일즈오피스로 이용되던 차고를 고스란히 살려 추가 생활공간으로 쓰고 있다. 이런 공간들은 대개 마감공사가 돼있고 냉난방까지 되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차고 외관도 새로운 모습을 갖추고 있다. ‘대니얼스’사가 스트리츠빌에 새로 지은 주택단지 ‘리플렉션스 오브 스트리츠빌’의 경우, 디태치드 차고들이 마치 작은 하나의 집처럼 보인다. 이 차고들은 높은 박공지붕에 앞문까지 달려있다. ‘대니얼스’ 저층주택부문 부사장인 던 퍼그씨는 “이것은 마치 화분 키우는 오두막같은 느낌이다. 약간의 특징과 취향을 가미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주택개조를 전문으로 하는 이토비코 지역의 회사 ‘드림빌더즈’의 루 프루스타글리오 사장은 주택소유주들이 차고에 커다란 창과 셔터와 화분상자를 설치하길 바란다고 들려준다. “사람들은 밋밋한 콘크리트벽을 원하지 않는다.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차고도 보기 좋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