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온타리오 주 선더베이에서 동쪽으로 향하면, 슈피리어 호수 지평선 너머로 거대한 인간의 형상이 누워 있는 듯한 기묘한 풍경이 펼쳐진다. 수 킬로미터에 걸쳐 이어지는 이 실루엣은 ‘슬리핑 자이언트(Sleeping Giant)’라 불린다.
이 자연 암석 지형은 약 11억 년 전 중부대륙 열곡대(Midcontinent Rift)에서 폭발했던 고대 화산의 침식 흔적이다. 북부 슈피리어 호수 해안 시블리 반도에 자리한 슬리핑 자이언트 주립공원(Sleeping Giant Provincial Park)은 광활한 풍경과 드라마틱한 호반 절벽으로 모험을 꿈꾸는 방문객들의 발길을 끌어온다.
슬리핑 자인언트의 누워있는 모습[토론토중앙일보]
수평선에 누운 채 잠든 모습처럼 보이는 암석 지형은 길이 약 4킬로미터에 달하며, 바위 절벽이 얼굴, 가슴, 복부를 닮은 형상을 이룬다. 화산 폭발로 형성된 절벽 위 전망대는 하이킹을 즐기는 이들에게 압도적인 경관과 바람의 청량함을 선사한다.
본래 시블리 주립공원으로 불리던 이곳은, 반도가 간직한 오지브와(Ojibway) 전설에 따라 ‘슬리핑 자이언트’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 거인은 사실 ‘나나비주(Nanabijou)’라는 영적 존재로, 이름은 ‘깊은 바닷물의 영혼’을 뜻한다.
아래에서 바라본 슬리핑 자이언트[토론토중앙일보]
전해지는 전설 속 이야기에 따르면 나나비주는 오지브와 부족에게 은광의 위치를 비밀로 전수했지만, 그 은혜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조건이 있었다. 바로 은광의 위치를 절대로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비밀은 결국 깨졌다. 오지브와를 염탐하던 수(Sioux)족 척후병이 술에 취해 은광의 위치를 유럽 상인들에게 누설하자, 분노한 나나비주는 영원히 비밀을 지키기 위해 거대한 바위로 변해 버렸다고 전해진다. 전설에 따르면 해당 은광은 지금도 거인의 발치 어딘가에 잠들어 있다.
2007년 CBC가 주최한 ‘캐나다 7대 불가사의’ 대중 투표에서 슬리핑 자이언트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토록 오랜 역사를 간직한 슬리핑 자이언트 주립공원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다양한 야외 체험이 준비되어 있다.
위에서 바라본 슬리핑 자이언트[토론토중앙일보]
이곳에서는 약 200킬로미터에 달하는 험준한 산악 트레일과 캠핑장에서는 낚시, 수영, 보트타기 등을 즐길 수 있다. 산악자전거로 가파른 산길을 달릴 수도 있으며 사슴과 여우를 비롯한 야생동물과 200종 이상의 조류를 관찰할 수 있다. 공원 내 대표적인 코스인 ‘톱 오브 더 자이언트(Top of the Giant)’ 트레일은 호수 위 250미터 높이에 위치한 슈피리어 호수 전망대까지 길게 이어져있다.
숙박을 원하는 방문객을 위해 연중 대여 가능한 풀서비스 캐빈도 운영된다. 다만 기후와 생태적 요인에 따라 시설과 프로그램 이용이 제한될 수 있으니, 방문 전 반드시 온타리오파크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확인하는 것이 좋다.
토론토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