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도 ‘묘지프리미엄’ 시대 '유명한' 그러나 '말없는' 이웃들

“전망 좋고 조용” 웃돈 거래 ‘공원느낌’ 오래된 묘지 인기 캐나다 제10대 연방총리인 매켄지 킹을 이웃으로 두는 것은 어떨까? 1940년대 자유당을 이끈 킹 전 총리가 잠들어 있는 토론토 중부 ‘마운트플레전트(Mount Pleasant)’ 공동묘지 주변 곳곳에 콘도미니엄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토론토에 공원은 한정돼 있고, 땅값은 비싼 가운데 많은 개발업자들이 입주자들에게 ‘탁 트인’ 전경을 제공하기 위해 공동묘지 옆에 앞다퉈 콘도를 신축하고 있다는 얘기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묘지 옆에 사는 것을 꺼리지 않을 뿐 더러, 이런 곳에 있는 콘도를 매입하기 위해 돈을 더 낼 의향까지 있다는 점이다. 마운트플레전트 묘지 옆에 231개 유닛이 들어가는 12층짜리 콘도를 신축 중인 ‘마너크(Monarch Corp.)’사의 브라이언 존슨 사장은 “묘지 옆에서 사는 것을 ‘보너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들은 주로 마운트플레전트와 같이 공간이 꽉 찬 오래된 묘지를 선호한다. 분위기가 공원 같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아직도 ‘입주자’들이 느는 묘지는 일꾼들이 수시로 땅을 파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에 인기가 떨어진다. 특히 마운트플레전트 묘지는 북미에서 가장 훌륭한 수목원(arboretum) 중 하나로 손꼽힌다. 각종 나무와 꽃에 더해 동상과 특이한 묘석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존슨씨는 “킹 전 총리를 포함, 저명한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 국내 최초의 여성 외과의사 제니 스밀리-로빈슨 등을 이웃으로 갖는 ‘특혜’가 주어지며, 더 좋은 것은 이들 이웃이 항상 조용하다는 것”이라며 웃는다. 묘지 옆 콘도를 사기 위해 돈을 더 준다는 말이 맞느냐는 질문에 대해 최근 이같은 콘도유닛 4개를 팔았다는 부동산중개회사 ‘마켓비전(Market Vision)’의 이브 루이스씨는 “틀림없다”면서 “묘지가 아니라 ‘공원’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분석전문 컨설팅회사인 ‘어버네이션(Urbanation Inc.)’의 지니 심씨는 “최근에 거래된 마운트플레전트 묘지 주변의 콘도들을 볼 때 묘지 쪽을 볼 수 있는 유닛들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비쌌음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한 예로 묘지가 잘 보이는 콘도 11층 2베드룸 유닛이 평방피트당 371달러에 팔린 것에 비해, 묘지가 아닌 길가 쪽이 보이는 9층의 같은 크기 유닛은 평방피트당 360달러에 팔렸다. 또 같은 건물 2층에서 묘지로의 시야가 확 트인 1베드룸 유닛은 평방피트당 378달러, 묘지가 안 보이는 같은 층 또 다른 1베드룸 유닛은 평방피트당 358달러에 각각 거래됐다. 루이스씨는 “묘지 옆에 집을 구입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러나 최근 토론토 서부 파클런(Park Lawn) 공동묘지 옆에 신축 중인 콘도건물의 경우 묘지 쪽을 바라보는 유닛들이 그렇지 않은 유닛들보다 약 한 달 먼저 다 팔렸다”고 전했다. 실제로 8층짜리 건물로 총 135개 유닛을 확보한 ‘킹스웨이’ 콘도는 75헥타르 규모의 100년 전통 파클런 묘지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는 점 외에는 그리 특별할 게 없다. 이 건물을 짓고 있는 파클런 컴퍼니(Park Lawn Company Ltd.)의 래리 볼런드 부사장도 “묘지를 조용하고, 묵상에 잠길 수 있는 편안한 곳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동의했다. 그는 묘지의 ‘공원 분위기”에 더해 “부동산 등 개발을 위해 공동묘지를 뜯어낼 가능성이 희박한 게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