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의 숨은 얼굴 ‘지하도시’ 총길이 27km 총길이 27km 세계최대 쇼핑가…기네스북 등재 지하철·주요빌딩 '사통팔달' 점포 1천곳 거미줄 연결 복합상가 도심개발 성공사례로 세계적 관심 '표시판(PATH)' 없인 길잃기 십상

토론토 다운타운은 이색적이다. 지상도시와 지하도시가 하나로 합쳐져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러하다. 다운타운 거리 아래 숨어있는 또 하나의 세계를 「토론토의 지하도시(Toronto’s Underground City)」라고 부른다. 흔히들 많은 사람들은 토론토 다운타운을 말할 때 고층건물이 치솟은 지상의 도시만 연상하지만 실은 이들 고층건물의 대다수가 거리 아래 지하에서 보행통로와 쇼핑센터 네트워크에 의해 거미줄같이 서로 연결되어있다. 마치 숲 속의 나무들이 땅 밑에서 뿌리와 뿌리가 엉켜있는 것 같다. 토론토에 오랜 세월 거주한 사람들도 다운타운의 지하에 또 하나의 거대한 도시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교민들 중에도 직장이 다운타운에 있거나, 지하상가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번도 지하도시를 체험하지 않은 사람이 즐비하다. 이 지하도시는 「패스(PATH)」라고 불리는 보행통로로 연결되어있다. 총 길이는 27km. 쉬어가면서 다니려면 반나절은 족히 걸리는 거리다. 출퇴근시간과 점심시간에는 통로가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러나 주말에는 대부분이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다. 고층건물의 오피스들이 문을 닫기 때문이다. 지하상가는 토론토 다운타운 핵심부의 경제적 생존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매일 10만명 이상의 통근자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public transit)에 보행자 연결을 원활케 하고, 여행자와 거주자들에게 스포츠 및 문화행사를 관람하는데 도움을 주고, 보행자에게 겨울의 추위와 눈 그리고 여름의 무더위로부터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한다. 점포 스페이스가 37만1,600평방미터(400만평방피트)에 달하는 토론토 지하도시는 기네스북(Guinness World Records)에 세계에서 가장 큰 지하 쇼핑장으로 등재되어 있다. 규모면에서 캐나다 서부의 「웨스트 에드먼튼 몰(West Edmonton Mall)」에 비견된다. 북쪽으로는 던다스 스트릿, 서쪽으로는 존 스트릿, 동쪽으로는 영 스트릿, 남쪽으로는 퀸스키(Queen’s Quay)를 커버하는 지하도시는 약 1,200개의 소매점 및 사진복사와 구두수선 등 서비스업을 거느리고 있고 이에 고용된 종업원만도 약 5천명에 이른다. 이들 소매상들은 매년 세계에서 가장 큰 지하 사이드웍(sidewalk) 세일을 실시한다. 지하도시는 ▲50개 이상의 빌딩·오피스타워 ▲20개의 파킹장 ▲5개의 지하철정거장(Queen·Union·Saint Andrew·Osgoode) ▲2개의 주요 백화점 ▲6개의 주요 호텔(Cambridge Suites·Sheraton Centre·Hilton·Royal York·Crown Plaza·Skydome & Marriott Eaton Centre) ▲토론토의 서울역이라 할 유니언역 ▲시외버스터미널 등과 PATH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 또한 PATH를 통해 하키 명예의 전당(Hockey Hall of Fame), 로이탐슨홀(Roy Thomson Hall), 에어캐나다센터(Air Canada Centre), 스카이돔(Skydome), 토론토시청(City Hall), 메트로홀(Metro Hall) 등과 같은 토론토의 주요 경기장 및 공연장을 갈 수 있다. 29개의 터널로 이어진 지하도시는 125개 이상의 지상과의 접근 포인트(grade level access point)와 보행자가 좌측·우측 혹은 곧장 가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60개의 결정 포인트(decision point)가 있다. 연결링크(connecting link)의 평균사이즈는는 길이 20미터에 넓이가 6미터이다. 지하도시의 최북쪽 건물은 던다스 스트릿과 베이 스트릿에 있는 토론토시외버스터미널(Toronto Coach Terminal)이고 가장 남쪽건물은 토론토컨벤션센터(Toronto Convention Centre)의 컨벤션 사우스 빌딩(Convention South Building)이다. 지하도시가 연결된 초고층빌딩은 토론토-도미니언 센터(Toronto-Dominion Centre), 퍼스트 캐네디언 플레이스(First Canadian Place), BCE 플레이스, HSBC 빌딩, 로열 트러스트 타워(Royal Trust Tower), 엑스체인지 타워(Exchange Tower), 카머스 코트(Commerce Court), 스코샤 플라자(Scotia Plaza), 로열뱅크 플라자(Royal Bank Plaza), 언스트 앤 영 타워(Ernst & Young Tower) 등이다. 지하도시의 가장 중심부는 프론트 스트릿에서 애들레이드(Adelaide) 스트릿 사이. 중심부중의 중심부는 토론토 도미니언 센터와 퍼스트 캐네디언 플레이스 건물의 지하상가가 있는 곳이다. 지하도시가 해가 갈수록 팽창하고 있다. 지상건물이 지하도시와 연결되지 않고서는 경쟁에서 견디어 나갈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하자 건물마다 지하도시와 연결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지하상가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교민들의 수가 90년대 들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몇 명이 지하도시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다만 30곳은 넘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다. 터주대감격인 올드타이머는 20여년전에 퍼스트 캐네디언 플레이스 건물의 지하에 음식점 「호심(湖心)」을 차린 최동호씨. 불고기 등 한식과 일식을 주로 하는 호심은 점심시간에는 자리를 잡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밀려든다. 토론토 지하도시는 도심개발의 성공적인 사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에서도 토론토 지하도시의 실태를 연구조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토론토의 첫 번째 지하통로는 1900년도에 이튼회사(T. Eaton Co.)가 영 스트릿 178번지에 있는 메인 스토어와 값싼 물건을 파는 별채를 터널을 통해 연결함으로써 실현됐다. 1917년도에 이르러 다운타운 핵심부에 5개의 터널이 생겨났다. 1927년 유니언 기차역의 오픈으로 유니언역을 로열호텔(오늘날에는 「Fairmont Royal Hotel」)과 연결하기 위해 지하터널을 건설됐다. PATH의 실질적인 성장은 리치먼드-애들레이드 센터(Richmond-Adelaide Centre)와 셰라턴 센터(Sheraton Centre)를 연결하기 위해 터널이 건설되던 1970년대였다. 지하도시의 아이디어는 토론토에 첫 번째 지하철이 개통되고 대규모 고층 오피스빌딩 프로젝트가 기획되면서 탄생했다. 고층빌딩이 들어서면 다운타운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 인도가 인파로 넘쳐날 것을 우려한 데서 착안됐다. 다운타운의 보행공간을 넓혀야 한다는 판단 하에 오피스 개발업자들로 하여금 워크웨이와 쇼핑센터를 설치할 것을 적극 권장했다. 이후 토론토시정부는 1969년도에 오피스 빌딩을 서로 연결하기 위한 지하 보행터널 건설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지하 터널의 비용은 시정부와 인접 부동산 소유주가 분담했다. 첫 프로젝트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지하쇼핑센터가 성업을 이루고 워크웨이가 지하철역과 연결됨에 따라 부동산업자들이 앞다투어 이 계획에 참여했다. 워크웨이와 쇼핑센터는 상호보완적이었다. 쇼핑센터는 워크웨이가 있음으로써 보다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고, 또한 워크웨이는 쇼핑센터가 있음으로써 보다 밝아지고 지하도의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토론토시는 공공도로를 통과하는 터널의 건설 및 관리를 관장하는 일련의 협약을 통해 느슨하나마 위커웨이의 관리권을 행사한다. 이 협약에 의해 워크웨이는 좋은 상태로 유지되고 밝게 조명되며 지하철이 운행되는 시간에는 보행자를 위해 오픈되어야 한다. 토론토 지하도시의 가장 큰 약점은 구획정리가 되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워크웨이와 상가가 획일적인 계획에서 아닌 독자적으로 건설되었기 때문이다. 길이 복잡다단하게 얽혀있어 한참 걷다보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동서남북을 구별하기가 무척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정부가 지하도시의 구간을 소유하는 기업들과 협력하여 PATH라고 하는 방향표시판과 행선지 팻말을 달기 시작한 후로 길을 잃는 사례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토론토시청의 PATH 매니저인 마이클 손더스(Michael Saunders)씨는 말한다. 1987년도에 토론토시의회는 토론토시가 PATH의 조정기관이 되고 표시판 프로그램의 디자인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건의안을 채택하고 3개 디자인 회사를 선정했다. PATH의 이름과 로고는 토론토시에 등록되어있다. 토론토시는 PATH 표시판과 지도 제작을 조정한다. 지하통로의 각 구간은 부동산 소유자에 의해 소유되고 관리된다. 약 35개의 기업체가 관련되어있다. 1990년대초에 PATH의 표시판은 보행자들에게 보다 눈에 잘 띄고 또한 편리하게 개발되었다. PATH의 4개 글자는 각기 다른 색깔로 쓰여있으며 각각의 색깔은 방향을 표시한다. P는 붉은 색으로 남쪽을, A는 오렌지색으로 서쪽을, T는 푸른색으로 북쪽을, H는 노랑색으로 동쪽을 각각 가리킨다. 방향표시 외에 보행자가 서있는 위치와 다음 빌딩을 알려주는 표시판도 붙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