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맨해튼化’ '416' 넘어 '905'까지 고층화 확산

토론토 개발업체인 ‘메이플립 스포츠 앤드 엔터테인먼트’사가 에어캐나다센터 옆 ‘메이플립 스퀘어(Maple Leaf Square)’에 신축될 콘도 600가구를 매각하는 데는 단 6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전통의 북미프로하키리그(NHL) 하키팀의 명성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됐겠지만, 에어캐나다센터의 고급객석 제공과 다운타운 지하통로(PATH)와의 연결, 호숫가와 가까운 위치 등이 주요인이었다. ‘메이플립’의 이안 클락씨는 “업계기준으로 볼 때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이처럼 많은 유닛이 분양되는 것은 보기 드문 현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광역토론토의 콘도시장에선 많은 관계자들의 관심을 끄는 놀라운 일들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는 콘도판매가 역사상 가장 활발하게 이뤄진 해다. 광역토론토주택건축업협회(Greater Toronto Home Builders’ Association)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2004년보다 31%가 늘어난 1만7,693유닛의 콘도가 신축됐다. 이같이 급속한 성장은 올 들어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중개업체 ‘Brad J. Lamb Realty’의 브래드 램 대표는 “지난 1월 우리 회사가 판 콘도물량은 창사 이래 최대였다”며 “올해는 매매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운타운 킹스트릿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바깥을 내다보면서 “건너편 4층 건물도 조만간 고층콘도로 둔갑할 것”이라고 점친 램 대표는 “지금 뉴욕 맨해튼에선 30층짜리 건물을 사들여 60층짜리로 증축하는 것이 유행”이라며 “토론토의 요즘 상황도 비슷하다. 우리는 ‘토론토의 맨해튼화(Manhattanization of Toronto)’를 목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건축할 공간이 매년 줄어듦에 따라 이젠 ‘위’로 올라갈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주택시장의 대세가 ‘콘도’ 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건축업자협회에 따르면 2005년 한 해 ‘416지역’ 내에서 신축된 90%의 주택이 콘도였다. 콘도붐은 토론토뿐만 아니라 듀람·헐튼·필·욕 등 주변지역에서도 관측되고 있다. 이들 지역 모두 지난 2005년 단층단독의 신축은 감소한 반면, 고층건물의 신축은 증가했다. ‘메이플립’의 클락씨는 “다운타운 콘도시장은 여전히 활기를 유지하고 있다”며 “가디너 익스프레스웨이와 유니언역 중심의 ‘철로회랑(railway corridor)’ 일대에 올라가는 콘도들이 다들 잘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메이플립광장 프로젝트는 이튼센터 등의 주요 쇼핑몰을 소유한 ‘캐딜락페어뷰(Cadillac Fairview Corp.)’와 또 다른 개발회사인 ‘랜테라(Lanterra Developments)’가 같이 참여하고 있으며, 전체 850 유닛을 마련한다.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분양을 시작했는데 크리스마스 전까지 75%가 매각됐다. 가격은 1천 평방피트 당 50만달러 정도. 벌써부터 두 번째 건물을 지을 계획이 마련되고 있다. GTHBA의 데지 어치엘로씨는 “토론토, 특히 다운타운에는 더 이상 옆으로 뻗어나갈 공간이 없다”며 “온타리오주정부가 광역토론토 주변의 180만 에이커를 개발금지지역(greenbelt)로 묶어버린 것이 현재의 상황을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택지부족이 기존·신축주택의 가격상승을 유발했다는 것. 광역토론토의 평균집값은 단독주택이 39만 달러, 고층콘도는 29만4천 달러로 조사됐다. 어치엘로씨는 “지난 몇 년 동안 저층주택의 가격이 고층에 비해 대폭 상승했고 이로 인해 처음 집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콘도로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 예로 토론토 외곽에 있는 1,500~1,800평방피트짜리 타운하우스를 보던 사람들이이 형편상 지금은 600평방피트짜리 콘도 이상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램 대표 역시 “요즘은 고층콘도가 부동산시장의 주를 이룬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지금 토론토에서 40만 달러 미만의 주택을 구입하려면 콘도밖에 없다. 이 정도 돈으로는 단독주택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킹스트릿 웨스트에 있는 자신의 펜트하우스 콘도를 최근 평방피트당 675달러에 팔았다고. 콘도업계 컨설팅회사인 ‘Derek A. Lobo & Associaties’의 데렉 로보 대표는 “토론토·시카고 등 활발한 중심가를 가진 대도시들은 대부분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한때는 다운타운을 피해 모두들 외곽으로 몰려나갔으나 심각한 교통체증 등 때문에 다시 몰려오거나 더 이상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댈러스나 휴스턴은 밤이면 다운타운 일대가 텅텅 비는 것과 달리 토론토의 다운타운은 밤낮으로 생기가 넘치고 이로 인해 음식점·극장과 각종 소매업소들이 재미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