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적 인종별 분석 확정 찬성 11, 반대 10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토론토공립교육청(TDSB)이 학생들의 인종별 학업성적 통계를 작성하기로 결정했다. TDSB 교육위원회는 지난 17일 교육정책 본회에서 찬반 양측의 대표 연설 등 열띤 논쟁을 거쳐 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 11, 반대 10으로 인종별 데이터 작성안을 통과시켰다. 따라서 TDSB는 빠르면 내년 초 데이터 작성의 구체적인 방법과 적용 및 비용 등에 대한 리서치를 온주인권위원회와 함께 실시할 계획이다. 브루스 데이비스 교육위원은 “인종 문제와 관련된 사안은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교육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맞닥뜨려야만 하는 중요한 이슈다”라고 이번 결정을 반겼다. 그는 이번 통계자료 작성안의 제안자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인종, 문화배경, 모국어, 성, 소득 및 거주지 등과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지 조사, 자료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하워드 굿만 교육위원은 “‘인종’이 문제가 아니라 ‘인종차별’이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굿만 위원에 따르면 인종별로 성적 차이가 나는 것은 학생들의 잘못이 아니라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수행하는 어른들의 잘못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인종별 자료를 작성하게 되면 분명 일부에서는 통계를 근거로 학생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던지고 나아가 뒤처진 그룹으로 오명을 씌우게 될 위험이 높다. “피부색깔이 학업 기술이나 역량과 관련되어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날 반대의견을 표명한 교육위원들은 특히 통계 결과를 대중매체들이 어떤 식으로 보도할지에 대해서 몹시 우려했다. 마리 루트카 교육위원은 “통계자료가 공개되면 신문들은 ‘수많은 흑인 학생들 성적 하위권’이라는 식으로 대서특필할 것”이라면서 “대중은 왜 학업성적이 저조한지 이유 등은 상관없이 무조건 해당 인종의 학생들을 백안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루트카 교육위원은 “교육청이 인종별 학생 성적을 조사한다면 학생들이 뚱뚱한지, 말랐는지, 게이인지 아닌지, 못 생겼는지, 예쁜지 등에 따른 데이터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교육위원회 본회장에는 찬반의견을 지닌 청중들이 각종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등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토론토에서는 행정구역 통폐합이 있기 전인 지난 97년 구 토론토교육청이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인종별 학업성적을 작성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