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적 포기 급증 병역의무 면제가 주요 이유

병역의무를 마쳐야 국적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한 국적법개정안이 한국국회에서 통과된 후 법이 본격 시행되기 전에 국적을 포기하려는 민원인들의 발길이 캐나다 한인사회에서도 줄을 잇고 있다. 이 법안은 내달 초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토론토총영사관에 따르면 새 국적법이 통과된 지난 4일 이후 국적포기 신청자수가 급증하기 시작, 평소 한 달에 40~60여건이던 관련 민원이 5월 들어 불과 며칠 사이에 40건을 훌쩍 넘어섰다. 김주영 민원담당 영사는 “최근 국적법개정안이 통과되고 나서 국적포기를 신청하거나 병역문제와 관련해 문의해 오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김영사는 그러나 “대부분 교민들의 민원은 원정출산 등을 통한 병역기피 사례라기보다는 모국의 병역법이 강화되는 추세에 대비해 미리 안전한 조치를 취해놓자는 취지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총영사관이 접수한 국적포기 내용 중에서 이민자녀들에 해당하는 ‘국적상실’ 신고건수만 대폭 늘었을 뿐 현지출생자에 해당하는 ‘국적이탈’ 신고는 뚜렷한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 들어 병역을 이유로 국적을 포기한 사람은 1월에 61명(현지출생 1명), 2월에 42명(현지 6명), 3월에 60명, 4월에 45명(현지 5명)등이며 5월에 38명(현지 3명) 등이다. 이에 대해 김영사는 “새 국적법은 외국거주를 목적으로 이민 온 영주권자에게는 해당되지 않으므로 대부분의 교민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오타와대사관의 이현준 민원영사도 “이곳 오타와는 교민들이 적은 탓인지 그다지 눈에 띄는 변화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특히 이민을 목적으로 온 영주권자의 경우엔 새 국적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 국적법과 관련해 특히 아들을 둔 교민들은 총영사관 등에서 명확한 설명을 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미시사가의 김동욱(45·회사원)씨는 “개정 국적법이 영주권자에게도 해당되는지 매우 궁금하며 아들을 둔 입장에서 어떤 조처를 취해야 안전한지 총영사관에서 명확한 설명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토론토의 유호정(주부)씨는 “최근 동포 2세 시민권자들이 한국서 장기 체류하다 징집대상에 포함돼 입대하는 등의 사례가 있어 미리 대비해 둘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확실한 지침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정된 국적법(14조 4항)에 따르면 ‘직계존속이 외국에 영주할 목적으로 출국하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에서 출생한 자’를 ‘원정출산자’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들은 ▲병역의무를 마치거나 ▲병역면제처분을 받았거나 ▲제2국민역에 편입된 때에만 국적이탈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종전의 국적법은 제1국민역에 편입되는 만 18세 이전까지는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모가 외국에 잠시 체류하는 동안에 출생해 시민권을 획득한 남자들은 반드시 병역의무를 마쳐야하며 비이민 목적으로 해외에 체류중인 유학생과 지상사 주재원들의 현지출생 자녀들도 병역면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한 해 5천여명에 이르는 이중국적자들이 한국국적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입대를 하지 않는 행위들이 원천봉쇄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외국국적을 갖고 해외에서 거주하는 경우에도 한국국적은 병역의무가 사라지는 35세 이후까지는 유지된다. 한편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22일 1건에 불과했던 국적포기 신청건수는 국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4일 29건으로 늘어난 뒤 6일 97건, 7일 47건, 9일 69건을 기록하더니 10일에는 무려 143건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한국국적을 버림으로써 보유하게 되는 국적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이 374명(96.8%)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고 캐나다가 7명, 기타 국가가 5명이었다. 미국, 캐나다 등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출생한 경우 외국 국적을 취득하고 이중국적 상태에서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병역을 회피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