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가정의 부족 심각 ‘신규’ 거부...등록조차 못한 가정 수두룩

일부 환자 “무성의 진료” 성토도 의사부족이 한인사회에서도 큰 문제로 떠올랐다. 아예 가정의가 없는 가정도 적지 않을 정도라 의료서비스 사각지대는 날로 커지고 있다. 한인가정의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은 한인사회는 가정의 부족현상이 더욱 심각하다. 광역토론토(GTA) 일원엔 약 15명의 한인가정의가 있지만 한국말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의사는 10명 안팎이다. 2010년 한국일보 업소록 기준으론 김진영·류영재·박준성·신훈용·임단일·조재훈·조충연·최성동·최은식·최홍영·최등영·왕운린씨 등 12명이 있지만 최등영씨는 지난 4월 은퇴했고 왕운린씨도 은퇴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온타리오 거주 한인인구가 10만 명 안팎(2006년 인구센서스 8만 명)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은퇴한 최등영 가정의의 경우 약 5천 명의 환자를 진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부분의 한인가정의들은 기존환자가 너무 많아 신규환자를 받지 않고 있다. 예약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워크인(Walk-in)클리닉’을 이용하는 것도 대안이지만, 이 경우 환자의 과거병력 등을 감안한 종합적이고 세밀한 진료는 기대하기 어렵다. 영어로 몸 상태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비한인의사들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환자가 넘치다보니 일부 한인의사들의 무성의한 진료태도가 문제로 지적되기도 한다.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지난해 오른쪽무릎을 다쳐 가정의를 찾았다. MRI 촬영이 필요하다고 해 약속을 잡고 수개월 후 병원을 찾은 이씨는 간호사가 엉뚱한 무릎을 찍으려고 해 깜짝 놀랐다. 가정의가 보내온 자료가 잘못된 탓이었다. 미시사가의 조모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머리가 자주 아파 가정의를 찾아가 CT 촬영 날짜를 잡았다. CT로도 별다른 이상이 보이지 않자 가정의는 MRI 촬영을 의뢰했다. 지정된 날 병원에 도착한 그는 지난번과 똑같은 곳으로 안내되자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확인해보니 MRI가 아닌, 이번에도 다시 CT 촬영이 예약돼있었다. 조씨는 “무슨 CT 촬영을 한 달에 2번씩이나 하느냐”며 검사를 받지 않고 돌아와 가정의에게 항의했다. 그는 “가정의가 실무자의 실수라고 하더라. 단순한 실수가 당사자에겐 큰일이 될 수 있다. 기분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50대 고혈압환자인 A씨는 지난 9월1일 속이 더부룩한 현상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자 가정의를 만났다. A씨의 가정의는 단순 소화불량으로 진단하고 소화제를 처방해줬다. 그 뒤로도 처방약과 액상소화제(활명수)만 먹었던 A씨는 일주일째인 9월7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A씨의 부인 B씨는 “의사의 말만 믿고 소화제만 먹었다. 알고 보니 고혈압환자가 속이 더부룩하면 심장문제가 일어나는 전조라고 하더라. 어떻게 의사가 그것도 모를 수 있느냐”며 “찾아가 항의했더니 ‘미안하다’고만 말하더라. 미안하다고 해결될 일이 절대 아니다”라며 분개했다. 노스욕의료서비스센터에서 진료하는 조재훈 가정의는 한인의사 부족실태와 관련, “한국어로 소통이 가능한 가정의 몇 명이, 꼭 필요한 경우 각각 200~300명의 환자를 더 받기로 뜻을 모았다”고 전하며 “캐나다에 거주한 지 오래된 환자들은 이곳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으므로 비한인 의사를 찾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