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금리인하 “경제회생 발판 긍정효과” 중앙은행 기준금리 0.5% 인하

금리정책은 정부가 쥐고 있는 가장 강력한 경기조정 수단이다. 기준금리를 낮추면 시중은행들은 더 적은 이자를 내고 중앙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릴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자본조달비용이 줄게 돼 산업투자가 활발해진다. 당연히 고용도 늘고 소비도 증가한다. 부동산시장도 활성화돼 전체 경기가 되살아나게 된다. 반대로 경기가 과열됐을 때 금리를 올리면 투자속도가 늦춰지고 소비도 줄게 된다. 중앙은행이 3일 기준금리 1% 선을 포기한 것은 그만큼 경제 앞날이 험난하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이대로 방치하면 경기회복국면에서도 기업투자가 위축돼 결국 회생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동안 마크 카니 중은총재는 경제낙관론을 포기하지 않았다. 요지는 미국경제가 금융위기로 말미암아 2차대전 이후 최악의 상태로 떨어졌지만 캐나다는 다르다는 것이다. 금융시스템이 건전하다는 게 주요 근거였다. 사실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극찬했듯 국내은행들은 건강하다. 최대은행인 로열뱅크(RBC)가 2008-09회계연도 첫 분기에(2008년 12월~2009년 1월) 10억 달러 이상의 순익을 기록한 점이 이를 입증한다. 이같은 은행 건전성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수출 80%를 의존하고 있는 캐나다경제는 카니의 낙관론을 뒷받침해주지 못 했다. 기준금리 인하 발표 바로 하루 전날 연방통계청은 우울한 자료를 발표했다. 지난해 4분기 GDP성장률이 -3.4%로 91년 이후 최대 하락폭을 보인 것이다. 지난해 중반 이후 경기가 하락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이후 경제계에서 금리인하 요구가 빗발쳤다. 미국·유럽·일본 등이 잇따라 금리를 인하하고 특히 미국은 실질적인 제로금리를 선언했음에도 캐나다중앙은행의 금리인하 속도는 더뎠다. 지난 10월 미국발 금융위기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중앙은행은 0.5%포인트·0.25%포인트 등 찔끔찔끔 내려 카니 총재가 낙관론 환상에 사로잡힌 게 아닌가 하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번 발표만 보면 중앙은행도 낙관론에서 슬쩍 물러섰다. 내년 초에나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중앙은행은 이어 올 1분기에도 성장률은 -4.8%에 이를 것이라 내다봤다. 제로금리를 선언하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다. 물론 어느 나라든 중앙은행 총재는 항상 신중하다. 경제를 움직이는 요인 가운데 심리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 중앙은행 총재가 쉽게 비관론을 언급하면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는 대단한 혼란에 빠진다. 극도로 입조심했던 그린스팬 전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처신을 보면 중앙은행 총재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1월 초까지 카니 총재가 견지했던 낙관론을 지지하는 경제전문가 그룹도 적지 않다. 특히 이번 금리인하 조치로 낙관론이 더욱 힘을 얻게 됐다. 내셔널뱅크의 차석이코노미스트인 야닉 데스노이에는 “이번 금리인하 같은 신속한 조치로 캐나다경제가 미국을 따라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 단언했다. 오타와에 본부를 두고 있는 컨퍼런스보드의 수석이코노미스트 글렌 하지슨은 “소비자들이 미래에 대한 공포 때문에 위축돼 있지만 회복 조짐만 보이면 금방 소비를 늘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이번 금리인하 조치가 소비심리 회복에 아주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회복조짐도 보인다. 로열은행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번 금리인하 조치로 모기지이자율이 낮아짐에 따라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날 것으로 온타리오 주민들이 기대한다는 것. 결국 이번 금리인하 조치로 악화된 경제환경을 중앙은행이 인정한 꼴이 됐지만 역으로 회복 가능성을 그만큼 높여줬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