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만 불 있어도 불안”… 공적 연금 한계, 캐나다인 노후 착시와 맞춤형 자산 전략

캐나다인 목표 은퇴 자금 170만 불로 급증… 응답자 35% 달성 가능성 회의적
평균 연금 월 1,600달러 수준, 은퇴자 10% 재취업… 생활비 압박 심화
RRSP, TFSA 정교한 인출 순서 설계… 비재정적 일상 체계 구축, 노후 연착륙 필수

직장 생활을 마감하고 맞이하는 은퇴를 자유롭고 평온한 휴식으로 단순화하는 경향이 크다. 수십 년간 매달 월급을 받으며 절약과 저축을 이어온 만큼 노후에는 그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따를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최신 조사에 따르면 캐나다인들이 생각하는 편안한 은퇴를 위해 필요한 평균 자산 규모는 170만 달러로, 전년도 154만 달러에서 크게 상향되었다. 그러나 은퇴를 앞둔 응답자의 35% 이상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 진단하고 있다. 자산 목표 달성의 어려움보다 더 큰 문제는 은퇴 후 맞닥뜨리는 실제 일상과 사전에 계획했던 삶 사이의 현격한 격차다. 전문가들은 막연한 환상에서 벗어나 노후의 냉혹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직시해야만 재정적, 심리적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170만 달러 은퇴 자금의 착시… 재취업·상시 여행에 숨은 노후 리스크

은퇴 후 삶을 지속적인 국외 여행으로 채우겠다는 구상은 대표적인 노후의 착각이다. 은퇴 후 금융 전문가로 활동 중인 조 쿤의 사례처럼, 끊임없는 이동과 여행은 운동, 식단, 수면 등 일상의 기본적 체계를 무너뜨리고 예상치 못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여행이 노후의 성공을 증명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며, 일상 생활과 재충전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 장기적인 만족도를 높이는 핵심이다.

“언제든 일터로 복귀할 수 있다”는 과신 역시 위험한 함정이다. 캐나다 통계청(Statistics Canada)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55세 이상 은퇴자 중 다시 재취업에 나선 비율은 10%로, 2019년의 7% 대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높은 가계 부채, 조기 은퇴 후 경제적 압박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한 번 시간의 자유를 경험한 후 과거의 노동 환경으로 돌아가는 것은 심리적으로 매우 어려우며, 과거의 경력과 일자리가 언제나 자신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월 1,600달러 공적 연금의 한계… 자산 인출 공포와 신분 전환의 난관

은퇴 전환 과정에서 부딪히는 또 다른 장벽은 사회적 관계망의 재편과 평생 모은 자산을 까먹는 데서 오는 심리적 공포다. 취미 생활 역시 온종일 반복되면 몰입도가 떨어지므로, 심리학자 데버라 벅월터의 제언처럼 배움과 교류가 수반되는 새로운 인지적, 사회적 활동을 병행해야 한다. 아울러 수십 년간 저축하던 주체에서 자산을 인출하여 소비하는 주체로의 신분 전환은 극심한 불안감을 동반한다. 포트폴리오에서 첫 자산을 인출할 때 느끼는 자산 감소의 공포는 보수적인 저축가일수록 더욱 크게 다가온다.

이러한 불안을 극복하기에 캐나다의 공적 연금 체계는 턱없이 부족하다. 65세 기준 캐나다 연금(CPP)의 최고 수령액은 월 1,507.65달러지만, 신규 수급자의 실제 평균 수령액은 월 877.01달러에 그친다. 노령연금(OAS) 역시 65세에서 74세 기준 월 최대 751.97달러 수준이다. 두 연금을 합쳐도 평균 수령액은 월 1,600달러 안팎에 불과해 광역 토론토(GTA)나 밴쿠버 같은 대도시의 주거비와 고물가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국 개인연금(RRSP), 세금의무면제계좌(TFSA), 근로소득 등이 공백을 메워야 하는 구조다.

수익 인출 구조 정밀화… 고물가 시대 노후 연착륙의 열쇠

고물가와 자산 변동성이 심화되는 최근 거시경제 환경에서 캐나다인들의 성공적인 은퇴는 ‘ 퇴직‘이 아닌 ‘정교한 자산 연착륙  전략‘에 달려 있다. 공적 연금의 한계가 명확한 상황에서 개인연금과 비과세 계좌의 인출 순서를 체계적으로 설계하지 않으면 세금 폭탄이나 OAS 환수(Clawback) 불이익을 당하기 쉽다. CPP 수령 시기 역시 60세 조기 수령 시 수령액이 영구 감액되는 반면 70세까지 연기할 경우 수령액이 늘어나는 만큼, 자신의 건강 상태와 다른 소득원을 종합한 수치적 검증이 선행되어야 한다.

실제 은퇴에 돌입하기 전 최소 3개월에서 6개월간 은퇴 후 예상 생활비로 살아보는 ‘예비 예산 테스트’를 시행하고, 퇴직 전부터 비재정적 일상 체계인 운동, 봉사, 사회적 모임을 구축해 두는 지혜가 필요하다. 은퇴는 자산의 축적이 끝나는 지점이 아니라 체계적인 자산 인출과 삶의 질 관리가 시작되는 새로운 경영의 단계다. 금융 전문가와의 정밀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장 하락, 고인플레이션 등 다양한 리스크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차분하고 과학적인 접근만이 행복한 노후를 보장할 수 있다.

토론토 중앙일보